분노도 통역이 필요하다.
기업은 대표적인 영리 조직으로 '이윤창출'이 설립의 목표다.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은 끊임없이 성과를 창출해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구성원은 일에 대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봉급이라는 체계를 통해 경제적인 보상도 취한다.
그럼에도 기업은 구성원이 이러한 개인 차원의 만족감을 얻는데 그치지 않고 조직의 성장과 발전을 제1목표로 하는 운명공동체로서의 진정한 동반자가 되길 희망한다.
경영진을 비롯한 조직의 리더는 구성원이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주려 노력한다.
그런데 이러한 이상적인 그림과는 달리 조직의 속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고 작은 갈등으로 에너지를 낭비할 때가 많다. 이러한 갈등의 정도가 심한 곳은 조직 및 기업 자체가 퇴보하거나 제자리걸음을 한다. 조직 내부의 갈등으로 인한 불협화음이 커져, 전진할 발걸음에 사용할 에너지가 없는 것이다. 조직 내부에 오해, 시기, 적대감, 미움 등의 비생산적인 갈등이 존재하고, 걸림돌이 된다.
리더나 동료에게 오해를 받아 갈등이 불거지면 일에 대한 의욕이 꺾임은 물론이고 조직을 아예 떠나는 것까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에 대해 조직이 개인의 문제로만 여기며 뒷짐만 지고 있다면 결국 리스크를 떠안는 것은 조직이고 기업이다. 리더가 사실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상대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감정 표출을 하는 것이 제일 큰 문제며, 상대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태도가 조직을 망치게 된다.
분노의 감정도 '통역'이 필요하다.
"나를 믿어주지 않고 폭력적인 언어로 분노를 쏟아낸 당신에게 내가 서운하고 화가 난다"
라는 말을 해야 한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억눌린 마음도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서 전해주어야 한다.
서로 다른 언어가 오가는 상황이니 분노의 감정을 통역하여 전달할 필요가 있다.
왜 상대에게 화가 났으며,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길 바라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전달하지 않으면 화를 낸다고 해서 별반 나아질 게 없다.오히려 상대와의 관계만 안 좋아지고 상대의 마음에 적대감과 반발심만 쌓이게 만든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자
조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 상황은 분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때 리더와 같이 위계적 권력의 상위층에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분노를 더 즉각적으로 직설적으로 표출할 수 있다. 반면 부하직원은 분노의 감정이 생겨도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보니 스트레스도 증가하고 분노 또한 켜켜이 누적된다.
리더와 부하직원과의 갈등, 동료와의 갈등 등 직장인들이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분노의 감정은 조직의 성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구성원들의 갈등이나 분노, 스트레스를 개인적인 문제로 인식하며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직장 내 갈등과 개인 정서 문제를 상담하는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기업 단위의 참여비율은 10%(2016년 기준)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직장 내에 구성원 간의 갈등 해결과 심리문제에 도움을 주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상담센터 등이 마련된 곳도 거의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는 등 억눌린 직장인의 마음에 공감하고 고충을 해결해 주려는 제도적 장치가 많이 생겨나고 있고, 활성화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분노와 같은 부정적 정서는 조직적 차원에서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분노는 전염성이 강한 감정이라 순식간에 조직의 분위기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그 결과 조직의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리더의 올바르지 못한 분노 표출에 노출된 구성원들은 분노의 심리 메커니즘을 통해 분노를 더욱 키우고, 급기야 리더와 조직에 대한 적대감과 반발심까지 키워 부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따라서 리더가 분노를 조절하고 올바르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이고 리더의 분노 표출로 인해 구성원에게 증폭되고 누적되는 분노의 정서에도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조직적 차원에서 관리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은 구성원 간에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 즉시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더불어 구성원이 편안하게 고충을 털어놓고 해소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한편, 단순히 분노에만 집중해서 조직 내에서 관리한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
조직 내에 분노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이 소통의 부재에 있는 만큼 무엇보다 리더와 구성원 그리고 구성원 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끌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근원적인 의식 변화를 이끌어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문화를 형성해나가야 한다. 또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조직 내 정보의 흐름을 활성화하고, 구성원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건강한 소통의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조직에서는 리더를 포함해, 모든 구성원에게 서로 인간적 존중을 실천할 수 있는 교육 개발 과정에 그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조직 구성원의 정신건강을 위한 휴식시간 확보, 전문 프로그램 도입, 멘토링 제도의 활성화, 사내 전문기구를 통한 상시적인 분노 관리,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의 카운슬링을 통해 조직 내 분노로 인한 부작용을 완화하고,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성과 관리를 해야 한다.
'분노의 통역'처럼, 기업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분노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대에게 서로의 진심을 전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전문적인 지식에 바탕을 둔 체계적 카운슬링을 통해 분노의 건설적인 해결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조직 내부에 전담기관을 두어 전문적인 자격과 자질을 갖춘 카운슬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외부에서 전문 인력을 초빙해 분노 통역에 도움을 받는 것도 조직 내 분노 관리를 위한 좋은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출처:성숙한 리더의 품격 있는 분노(부경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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