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증가곡선 vs 행복상승곡선

혼자서 일을 하고자 결심했다면 내적 동기가 있어야 한다.
없다면 찾아야 한다.
돈은 외적 동기부여 요인으로 열심히 일하도록 우리를 독려한다.
우리는 보수가 높을수록 인정받는다고 느끼기에 더 열심히 일하고, 보수가 합당치 않으면 사기가 꺾인다.
하지만 이러한 독려는 단기적인 차원일 뿐이다.
많은 연구 결과는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물질적 보상은 오히려 열정을 서서히 고갈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다 근본적인 동기부여 요소가 없는 외적 동기부여 요인이라 할 수 있는 돈은 한 '일'을 '힘든 노동'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이는 성과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사실은 착한 행동을 한 아이들에게 비경제적인 보상이 주어질 때도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착한 일을 힘든 노동으로 여기게 만든다는 것이다.
강력한 내적 동기 요소가 없는 한, 보상은 받은 것을 부정적인 행동으로 바라보게 한다.
 
물질적 보상이 업무 만족도를 
보상은 높든 낮든 간에, 업무 만족도와 밀접한 연관이 없다.
일에 따른 보상은 대단히 중요하다.
돈도 중요한 동기다.
특히 대가가 충분치 않을 때, 고객이 지불을 미룰 때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그 일을 하는 중요한 이유는 그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내가 발견한 흥미로운 주제를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고 들려주는 일을 좋아한다.
이것이 바로 나의 내적 동기다.
그런데 만약 아무런 돈을 받지 않고서도 블로그 글쓰기를 계속할 것인가?
간단한 질문이 아니다. 비록 돈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글은 쓰겠지만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소진하지 않을 또 다른 일자리가 필요할 것이다.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는 완벽하게 구분 지을 수도 없고, 둘 중에 하나만 가지고서 살아남을 수도 없다.
나는 내가 산골피디라는 사실 그 자체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그에 따른 보수와 지위도 사랑한다.

탄탄한 내적 동기를 어떻게 만들까?

어쩌면 내적 동기가 이미 존재하는데도 아직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돈이나 지위(존경 • 칭찬 • 수상)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내적 동기를 억압할 수도 있다.
자기 결정 이론 self-determination theory은 내적 동기가 3 가지 요소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첫째, 성장을 위한 기회가 필요하다.
둘째, 일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야 한다.
셋째, 자율성이 필요하다. 일을 주도하고 환경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이론은 우리가 앞서 나누었던 많은 논의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3 가지 요소는 의미 있는 일의 개념, 회복탄력성과, 용기, 집중력을 찾고 외로움을 줄이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돈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3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어 내적 동기가 탄탄해지면 돈에 대한 집착은 자연스레 줄어든다.
물론 돈은 그래도 필요하지만, 우선순위는 아니다.

이러한 사실은 대단히 중요하다.
혼자 일할 때는 소득이야말로 자신의 비즈니스를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에서 피드백을 받지 못할 때, 소득은 비즈니스가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 지를 말해주는 유일한 기준이다.
소득이 충분하지 않으면 좀처럼 다른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다. 그리고 돈은 자의식과 깊이 얽혀 있다.
돈이 없는 시절은 강한 인상으로 남는다.  경제적으로 힘들 때 돈은 우리의 정신 에너지의 많은 부분을 지배한다.
젊은 시절에 돈이 부족했던 때  내 가치를 스스로에게 입증하기 위해 소득이라는 기준에 집착하는 경우다.

돈이 지속 가능한 동기가 될 수 없는 이유

돈에는 부작용도 있다.
시급에 관한 한 연구에서는 일하는 시간을 화폐로 환산하도록 했을 때, 실험자들은 일을 더 적게 하는 선택지도 있었음에도 더 벌기 위해 더 오랫동안 일하는 쪽을 선택했다.
또 다른 연구는 휴식시간에는 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마음껏 쉬기 어렵게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많은 프리랜서가 일을 거절하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노동시간이 자꾸 늘어나 결국 힘들어한다.
프리랜서는 대부분 일하는 시간과 상관없이 월급이 들어오는 시스템이 아니라, 매 시간(혹은 일당으로, 혹은 한 프로젝트 당) 가격이 매겨진다.
 
이럴 때 두 가지 현상이 벌어진다.
첫째,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더 많이 일하고자 한다.
둘째, 시간을 화폐 화하고 희귀한 자원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가 비합리적으로 행동하고 더 나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만든다.
또 다른 연구는 돈을 더 많이 받을수록 이러한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돈을 많이 받을수록 시간이 더 소중해지고, 그럴수록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다.
선진국 부자들은 다른 누구보다 이렇게 느끼는 경향이 강하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불안을 자극하고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해 생산성을 갉아먹는다.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의 양을 과대평가하는 실수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두뇌가 자신에게 써먹는 속임수 때문에 시간에 높은 화폐적 가치를 매겨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솔로 워커는 시간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돈이 되는 일 때문에 긴장된다면, 일정이 꽉 차 있는데도 또 다른 프로젝트를 거절하지 못한다면, 일정 부분 두뇌의 속임수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돈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행복 전문가 아처가 수행한 연구는 열명 가운데 아홉 명이 일에 의미가 있다면 소득 감소를 받아들일 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간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는 곧 내적 동기를 발견한다면 학습과 피드백,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적극 활용해 업무능력을 높이고, 일로 관계를 구축하고, 자신의 일이 타인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다양한 잠재적 상사와 고객에게 끌려 다니지 않고 솔로워커로서 자율성을 지키고 스스로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이터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우리는 일반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쓴다.
흔히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리라 믿지만 시간을 벌기 위해 돈을 써야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윌런스와 하버드대학교 연구 팀이 10만 명이 넘는 성인을 대상으로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밝힌 장기적이고 실증적인 연구에서 증명된 바 있다. 더 많은 자유 시간을 얻기 위해 돈을 기꺼이 포기하려 는 사람, 하기 싫은 일은 외주에 맡겨 더 적게 일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를 보다 충만하다고 느끼고 자신의 경력에 만족스러워하며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소득이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

일부 학자는 돈을 물건이 아니라 경험에 쓴다면 돈으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소득이 증가하면 행복 곡선은 아주 가파르게 한 동안 상승한다.
그러나 연 소득이 약 8000만 원~9,800만 원 구간에 이르면 행복 곡선은 정체되기 시작하고 이후로는 상승하지 않는다.
이 구간의 수치는 국가별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패턴은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나타난다.
즉 행복해지기 위해 반드시 갑부가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행복 곡선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지 않는 현상은 소득을 높게 유지하면서 비롯되는 추가적인 스트레스, 걱정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 현상은 또한 복권 당첨자들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일부 학자는 돈이 많을수록 죄책감과 책임감이 늘어난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 학생들이 돈이 중요하다고 대답한 동료들에 비해 졸업 후 1년 동안 직장에서 업무 만족도가 훨씬 더 높았다.
태도만 변화시켜도 연봉 인상과 맞먹는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삶에서 시간을 다르게 보기 시작하면 행복도 달라진다.
서로에게 생일선물 대신에 시간을 선물한다면 어떨까?
함께 휴가를 즐기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마사지를 받는다. 이는 귀걸이보다 훨씬 가치가 높다.
돈이 가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시간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시간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다.
그렇지만 시간은 우리에게 행복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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