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서 'Mr. Happiness' 혹은 King of Happiness'라고 불리는 행복 전문가인 에드 디너 교수는 긍정심리학의 또 다른 대가인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 교수와 함께 <매우 행복한 사람(Very happy people)>이라는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연구에서 디너와 셀리그먼은 222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행복을 측정한 후에,
그 점수에 근거해서 가장 행복하다고 스스로 보고한 상위 10%에 해 당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가장 행복하다고 답한 10%의 사람들과 나머지 사람들이 보인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
돈, 건 강, 운동, 종교였을까?
아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관계였다.
최고로 행복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혼자 있는 시간이 적었고,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그들은 늘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정도로 관계가 풍성했으며,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간관계가 매우 좋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222명 중 가장 행복 한 상위 10%인 22명 중에서 21명이 조사 당시 이성 친구가 있었다는 점이다.
장소보다 관계 프레임
요즘 우리 사회에는 '어디서 살것인가?'의 프레임이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어디서 살고, 어디서 쇼핑하고, 어디서 식사할 것인가라는 장소의 프레임이 한국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심리학 연구들은 행복은 '어디서'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와'의 문제임을 분명하게 밝혀주고 있다.
탁월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 커다란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 자기 삶에 만족을 누리는 사람들, 이들에게는 거의 예외 없이 '누군가'가 있었다.
프레임을 연구하여 노벨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카너먼 교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박사 이후 연구 과정 기간에 평생의 친구이자 동료인 트버스키를 만나게 된다.
그 만남은 카너먼의 연구 주제를 바꿔 놓았고, 마침내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주었다.
더 나아가 심리학과 경제학의 새로운 학문적 지평을 열었다.
트버스키 교수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그를 추모하는 학술 대회가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개최되었다.
각 학문 분야에서 그의 업적을 평가하는 발표가 이루어졌 고, 심리학계 내에서는 나의 지도 교수이자 「생각의 지도(The Geography of Thought) 저자인 리처드 니스벳 (Richard Nisbett) 교수가 발표를 하게 되어 있었다.
니스 벳 교수는 본 발표를 며칠 앞두고서 리허설을 했다.
연습 도중 그는 자신이 어떻게 카너먼과 트버스키 교수를 만나게 되었으며, 그 만남이 자신과 심리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 지를 회고하는 대목에서 왈칵 울음을 쏟고 말았다. 고인의 죽음에 대한 동료 학자로서의 깊은 슬픔과 아쉬움, 그의 학문적 영향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와 존경이 어우러진 눈물이었다.
어떤 사람은 옆에서 보고 있기만 해도 영감이 느껴진다.
그런 사람과 있으면 완벽의 경지에 도달하고픈 충동과 치열한 삶의 욕구가 나도 모르게 생겨난다.
어떤 사람은 함께 있기만 해도 즐겁고 유쾌하다.
그런 사람과 있으면 왠지 안심이 된다.
어떤 생을 살든 주변에 이런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연구에 의하면 배우자가 사망한 후 일주일 이내에 남은 배우자가 죽을 확률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두 배나 높다.
골수이식 수술을 받은 후에 생존할 확률은 친밀한 관계를 통한 사회적 지지가 있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심장마비가 온 후에 6개월 이내에 다시 심장마비가 올 확률은 혼자 사는 사람일 때 두 배 정도 높다고 한다.
관계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건 '어디서'의 문제가 아니 라 '누구와'의 문제다.
이제 이 프레임으로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어디서'의 문제로 주눅 드는 시시한 삶은 미련 없이 버려라. 내게 위안과 용기, 힘을 주는 존재, 내가 전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가 행복한 인생의 지표이자 목적일 수 있다.
*인용책: 프레임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최인철 서울대 심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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