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무례함에는 비용이 따른다?
무례함이 만연한 조직은 조직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을 무너뜨리고 업무 몰입이나 혁신 행동을 방해한다.
많은 조직이 리더의 무례함에 대처하지 않고 개인 예절의 문제로만 보고 있다.
특히 뛰어난 업적을 이룬 리더는 강압적 리더십과 무례함이 조직 성과 달성에 효과적이었다는 생각도 만연해있다.
승리 지상주의와 실력 제일주의가 만든 리더의 무례함
오랫동안 스포츠 리더십은 폭군형 리더의 무례하고 고압적인 행동에 대해 무척 관대했다.
오히려 성질을 부리는 것을 열정으로 미화하고, 질책을 서슴지 않는 것은 독려로 보고 권장했다.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 다 좋은 것으로 생각했다.
감독이 선수에게 고성을 지르고 심지어는 쌍욕을 해대도 문제 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프로 스포츠를 포함한 엘리트 스포츠는 물론이고 생활 스포츠에서도 이런 폭언과 모욕이 일상이다.
대학에서 운동 동아리 생활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기나 연습 중 반복되는 일부 선배의 무례한 언사와 질책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을 거다.
스포츠계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폭력 및 가혹행위에 분노하면서도 감독이나 리더급 선수들의 무례한 질책과 비난에 대해선 대수롭지 않게 보거나 필요악쯤으로 보는 경향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인식의 뿌리는 결국 승리 지상주의와 실력 제일주의다.
따라서 실력이 뛰어난 리더가 무례한 언행을 반복해도 팀을 승리로 이끌기만 하면 눈감아 주고 더 나아가 그런 모습을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으로 미화하는 조직문화가 사회 전반에 독버섯처럼 번져있다는 것이다.
화를 잘 내고 예의 없는 리더가 승리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리더의 강압적이고 무례한 언행은 구성원에게 정신적, 정서적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팀 성과에도 해가 된다는 연구 결과와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리더의 무례함은 조직을 퇴행시킨다
최근 한 취업 포털 사이트가 국내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폭언과 사회적 폄하는 오히려 늘어나고 수위도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인권 문제와 정신건강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등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 성공 리더십도 신경질적이고 무례한 언행을 일삼았다는 잘못을 감싸주진 못한다.
성과를 위해 부하 직원들을 괴롭히면서 스티브 잡스 스타일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상사들이 많아 ‘짭스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직장 내 무례함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상사의 무례한 행동은 단순히 기분만 상하게 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우선, 리더의 무례함과 이를 용인하는 조직 분위기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무너뜨린다.
심리적 안전감은 부정적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소신껏 의견을 제시하거나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조직 풍토를 말한다.
심리적 안전감 없이는 업무 몰입, 조직 내 학습, 정보 공유, 혁신 행동 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무례함은 바이러스 같아서 무례함으로 인한 분노, 걱정, 불안 같은 부정적 감정은 엄청난 속도로 조직 전체에 퍼진다.
서로 치고받으며 조직 분위기가 나빠지는데 어떻게 일할 맛이 나겠나?
‘무례함의 대가(The Price of Incivility)’를 쓴 미국 조지타운대 크리스틴 포라스(Christine Porath) 교수 연구에 따르면
직장에서 무례함을 경험한 직원 중 95%는 그 언행을 한 장본인에게 되갚아줬고,
그중 25%는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80%는 무례한 언사를 곱씹으며 시간을 보내고,
48%는 대충대충 일하고, 47%는 아예 근로시간을 줄이고,
78% 조직에서 마음이 떠나고,
68%는 업무 실적이 하락하며,
12%는 결국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무례함이 미치는 영향은 그냥 넘어갈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포라스 교수는 무례함이 조직에 끼치는 피해를 비용으로 추산하면 1인당 1500만 원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직장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직장 내 대인관계 스트레스는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 85.5%가 평균 20만 원 이상을 스트레스 푸는 데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앞으로 리더의 무례함으로 치를 시회적 비용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구성원들의 성향과 조직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요구가 달라진 데다 SNS를 통해 직장 내 갑질과 횡포가 조직 안팎으로 속속들이 전파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재 확보를 위한 경쟁과 인재 이동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때에 리더의 무례함은 회사 조직의 생존에 큰 위험 요인이 될 것이다.
정리하며
이처럼 리더의 직장 내 무례함은 심각한 부작용과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 그럼에도 리더의 무례함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처하는 조직은 드물다. 심지어 자신의 언행이 무례하다는 걸 인지하는 리더도 많지 않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리더의 무례함이 미덕이고 성과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리더 개인뿐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티브 잡스와 마이클 조던 모두 뛰어난 경영자이며 운동선수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우러러 따를 만한 리더인지는 의문을 품는다. 리더의 성공만으로 리더의 무례함이 용인될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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