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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공간력, 2023 트렌드 코리아 키워드

by 산골 피디 2023. 2. 13.

공간의 힘을 다시 보라.

작은 개인 블로그부터 거대한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가상공간이 세상을 호령하는 시대지만, 가상의 영토가 넓어질수록 실제공간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흔히 가상공간을 온라인, 현실공간을 오프라인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실제 공간은 단지 온라인의 상대 개념이 아니라 우리 삶의 근본적인 토대이자 터전이다. 자기만의 매력으로 무장한 실제공간에는 아무리 정교한 가상공간도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힘이 존재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을 '공간력'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공간력은 3가지로 분류된다.


① 인력: 공간자체의 힘으로 사람을 끌어당긴다.
② 연계력: 가상의 공간과 연계되어 효율성 강화
③ 확장력:메타버스와의 융합을 통해 지평 확장

 

공간 인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① 매장을 더 크거나 작게 하며 마치 중력처럼 고객을 끌어당겨 고객과의 거리를 최대로 가깝게 한다.
②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느끼게 한다.
③ 지역 주민의 교류와 공감의 마당이 되게 한다.

 

공간 연계력을 높이려면 각종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서…
①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
② 상품이 고객에게 이르는 퍼스트마일-미들마일-라스트마일-엑스트라마일의 전 단계에서 서비스 속도를 향상
③매장 내 고객행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서비스로서의 리테일' 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

 

공간의 확장력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제 가상공간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유통의 공간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고객의 입소문을 유도하는 매체의 역할도 수행한다. 엔데믹 시대에 펼쳐질 공간의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테마파크와 같은 궁극의 경험공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
2021년 11월 12일 개관한 이후 일평균 3,0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는 특별한 전시관이 있다. 젊은 관람객들 사이에 '불상 보고 멍 때리기'를 뜻하는 '불멍'이란 신조어를 만들고, 전시된 불상의 미니어처 기념품이 연일 품절되는 상황까지 일으키며 화제가 된 이곳은 바로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이다. 이 전시실 안에는 오로지 반가사유상 두 점만이 전시되어 있다. 본래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이었던 반가사유상이 왜 새삼스레 뜨거운 주목을 받게 된 것일까? 그 답은 다름 아닌 공간에 있다. 사유의 방 관람객은 먼저 예상을 깨는 '방'의 규모(440제곱미터, 약 133평)에 먼저 압도되고, 기존 박물관 전시실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에 놀란다. 전시물을 보호하는 유리벽이 없고 360도로 관람이 가능한 덕에 벽과 바닥, 천장과 불상, 나아가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관람객들까지 전시의 일부처럼 보이게 만드는 '공간의 힘'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획기적인 공간 배치로 화제를 부른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전시. 일평균 3,000여 명이 방문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공간은 사람을 이끌고, 머물게 하고, 느끼게 한다.

공간은 ‘空(비어 있을 공)’과 ‘間(사이 간)'이 합쳐져 만들어진 말로, 한자의 뜻 그대로 보자면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을 가리키지만 동시에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사물이 존재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가능성을 뜻하기도 한다.

 

공간에는 '빈 공간 사이' 이상의 의미가 있다.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통신망이 발달하기 시작한 후, 그동안 우리가 생활해 온 실제공간 이외에 ‘가상공간 Cyber-space'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이 가상공간 속에서 소통하고 거래하는 등 실제공간과 진배없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공간의 개념은 가상공간을 의미하는 온라인과 현실공간을 의미하는 오프라인의 두 영역으로 병립하게 됐다. 계속해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가상공간의 편리성이 강해졌고, 어느새 가상공간이 실제공간을 위협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유통 분야에서는 전자상거래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전통적인 공간에 기반한 소매 채널이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에서 '소매의 종말 Retail Apocalypse'이란 다소 섬뜩한 용어까지 등장했다.

 

더구나 2020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서로 접촉하지 않는 '언택트 untact' 트렌드가 모든 이의 일상에 굳건하게 자리 잡으면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강해졌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영어로 ‘brick-and-mortar(벽돌과 회반죽이라는 뜻으로 실제공간을 의미)'라고 표현하는 수많은 매장 공간들이 어려움에 빠졌다. 미국과 일본을 주름잡던 거대 백화점 그룹들부터 동네 작은 음식점까지 많은 매장들이 쓰러지는 도미노처럼 문을 닫고 있다. 소매의 종말이란 말처럼 공간은 정말로 종언을 맞이할 것인가?

 

하지만 앞서 '사유의 방’의 사례에서 보았듯, 공간은 힘이 세다. 흔히 가상공간을 온라인, 현실공간을 오프라인으로 구분하지만 실제공간은 단지 온라인의 상대 개념이 아니다. 우리의 삶이 펼쳐지는 근본적인 토대이자 터전이다. 연속된 위기의 거센 파도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을 내는 공간에는 여전히 수많은 고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재미'를 찾을 수 없는 지루한 공간은 차츰 고사枯死하지만, 자기만의 매력을 지니고 고객에게 다가서는 매장은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끊임없이 회자된다.


그렇다면 고객에게 사랑받는 공간에는 어떠한 비밀이 숨어 있을까? 또 온라인과 메타버스가 대안적인 공간으로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전통적인 공간은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공간의 실제적 · 잠재적 힘에 대해 깊이 헤아려볼 시점에 이르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이러한 공간의 힘을 '공간력'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때 공간력을 세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① 인력 : 공간 자체의 힘으로 사람을 끌어당기고 머물게 하는 힘
② 연계력: 가상의 공간과 연계해 효율성 강화
③ 확장력: 메타버스와의 융합을 통해 공간 확장

1. 인력, 사람을 이끌고 머물게 하는 힘

공간의 인력이란 만유인력처럼 공간 자체의 힘으로 사람을 끌어들이고 또 그 안에 머물게 하는 힘이다.

사실 실제공간은 가상공간으로는 대체될 수 없는 고유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경영학 교수인 마이클 레비 Michael Levy와 바턴 웨이츠 Barton A.Weitz에 의하면 실제 매장에서는


① 스스로 거닐고 둘러볼 수 있는 '둘러보기'
② 만지고 냄새 맡는 등 상품의 물성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적 쇼핑
③ 직원들의 도움을 직접 받을 수 있는 '인적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쇼핑 경향에서 보듯 가상공간은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접근해 엄청난 종류의 상품들을 비교할 수 있다는 막강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공간이 그 자체의 힘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머물게 하려면 더욱 다양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더 크게, 더 가깝게 변신하는 공간

공간에는 사람을 잡아당기는 힘이 있다.

소매유통 입지에 관한 이론 중 중력모델이 이를 잘 설명한다. 허프의 중력 모델 Huff Gravity Theory은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만유인력)을 갖는다”라는 뉴턴의 중력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만유인력의 크기는 두 물체의 질량에 비례하고, 두 물체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허프의 소매유통 중력 모델도 이에 빗대어 점포의 크기가 클수록 더 많은 고객을 유인하는 한편, 쇼핑센터까지의 거리가 멀수록 점포의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중력 모델에서 매장의 크기는 고객 유인의 일차적 요소다.

 

'빅박스 Big Box 매장'이 기본적으로 높은 집객력을 가지는 것 또한 중력 모델로 설명이 가능하다.

빅박스 매장이란 물리적 외형이 거대한 박스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쇼핑몰이나 백화점 등의 대형 유통 매장을 지칭한다. 가구 거리나 패션 거리처럼 상호보완적인 동일 카테고리의 점포들이 함께 무리 지어 있는 것이 제각기 독립적일 때보다 더 큰 흡인력을 갖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를 '누적 유인의 원리 The principle of cumulative attraction'라고도 부른다.

일종의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매장 전체의 집합적 규모를 늘리고 중력 모델에 의한 효과를 강화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 reopening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유통 기업들은 대형 매장 건설에 대규모 투자 의사를 밝히고 있다. 롯데그룹은 주요 매장의 리뉴얼과 함께 대형 복합몰 건설을 추진하고, 신세계그룹도 스타필드 수원·창원·청라 등 신규 점포 출점과 함께 화성 테마파크 사업과 복합 개발사업에도 대규모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실제로 2022년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이나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와 같은 대규모 테마파크들이 속속 들어섰다. 온라인 시장처럼 오프라인에서도 거대 인프라 구축이 유통 매장 트렌드의 커다란 한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객을 이끄는 중력 효과를 극대화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거리 단축이다.

빅박스 전략과는 반대로 다수의 소형 매장을 운영함으로써 고객에게 더 가까이 접근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백화점 개장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매장의 면적은 3만 제곱미터 정도로 일반적인 백화점의 3분의 1 수준이다.
매장의 사이즈를 줄이는 대신 유연성을 강화하여 고객과의 물리적인 거리를 줄이고 접점을 확대하려는 시도다. 이와 같이 크기를 대폭 축소하고 도심으로 파고드는 전략은 눈여겨봐야 할 주요 유통 트렌드다.
미국의 유통 업체 노드스트롬도 로컬 매장의 규모를 크게 줄이면서 고객과의 연결점을 더 촘촘히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매장 대형화 전략을 펼쳐온 이케아 역시 뉴욕 맨해튼에 소규모 매장을 오픈한 이후 도심에 소형 접점 매장을 지속적으로 론칭하고 있다. 국내에도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와 이케아 랩 같은 소형 실험 매장을 론칭했다.

출처: 이케아

이케아 랩(성수동)과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코펜하겐). 최근 이케아는 대형 매장 대신 다수의 소형 매장으로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결론적으로는 매장의 형태에 있어서도 중력의 효과를 강화하는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되, 대형 매장과 소형 매장이 지닌 각각의 장점을 모두 가져갈 수 있는 정반합적 이원화 방식이 향후 유통 매장 트렌드로 나타날 전망이다.

고객의 경험을 '연출'하라

서울 여의도 신영증권 빌딩 1층과 2층에는 '카페꼼마'라는 북카페가 들어서 있다. 책과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늘 북적이는 곳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공간이 예전에는 대형 서점이 입점해 있다가 영업 실적이 좋지 않아 철수한 곳이라는 사실이다. 단위 면적당 진열하고 판매할 수 있는 책의 양은 매장 내 공간을 널찍하고 여유롭게 사용하는 북카페에 비해 대형 서점이 훨씬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북카페의 영업 실적이 더 좋은 것은 왜일까?

바로 고객경험 cx, Customer Experience 때문이다.

북카페 손님들은 커피 한 잔만 구매하면 약 500평의 공간에서 1만 5,000여 권에 이르는 책 중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꺼내어 하루 종일 읽을 수 있다. 이제 공간은 효율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고객경험을 선사해야 한다.
카페꼼마의 사례는 현대 상업 공간이 음식·커피·디저트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공간에서 펼쳐질 고객경험은 어떤 속성을 지녀야 할까?

제임스 길모어 James Gilmore와 조지프 파인 Joseph Pine은 경험 경제의 중요성을 설파하면서 “재화와 서비스의 홍수 속에서 비즈니스를 차별화하는 힘은 경험을 연출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경험 경제에서 소비자는 단순한 사용자나 클라이언트의 개념을 넘어 극진히 대접해야 하는 '손님 guest'이다. 더불어 판매자는 연출가가 되어 추억할 만한 경험을 제공하며, 수요의 핵심 요인으로 기능이나 혜택을 뛰어넘은 '놀라움 sensation'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경험 경제 모델을 극적으로 구현시킨 사례가 바로 미국 뉴욕의 쇼필즈showfields다.

쇼필즈의 매장에서는 이름 그대로 '쇼'가 펼쳐진다. 사전에 티켓을 구매한 고객들만 입장할 수 있고, 매장 내에서는 마치 공연하듯 상품을 소개한다. 쇼필즈 공연의 테마는 브랜드로, 이곳에서 고객들은 온라인 브랜드의 제품들을 실제로 체험해 볼 수 있다. 배우들이 각 브랜드의 쇼룸을 넘나들며 공연을 하는 동안 고객들 역시 여러 쇼룸을 드나들면서 이를 관람하고, 서로 소통하며 제품을 사용해 보는 것이다. 공연이 끝나면 정해진 공간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이는 테마파크에서 온종일 놀다가 돌아가는 길에 기념품을 구매하는 풍경과 유사하다.

출처: 제임스 길모어·조지프 파인, 『경험 경제: 경험을 비즈니스로 만드는 법』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공연 형식을 통해 고객 경험을 극적으로 연출한 곳이 있다. 제주 구좌읍 종달리에 위치한 '제주 해녀의 부엌'은 부둣가에 방치됐던 오래된 어판장을 공연장 겸 식당으로 개조한 공간이다. 미리 예약한 손님만을 대상으로 해녀들의 삶을 소재로 한 연극을 선보이고, 실제 해녀가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기도 한다. 공연을 관람한 후에는 음식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함께 제주산 식재료를 이용한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제주도만의 오리지널 콘텐츠인 해녀의 인생과 해산물을 소재로 하여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지역성 locality을 표현함으로써 세련된 고객 경험을 연출한 것이다. 경험의 차원이 실제 퍼포먼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제공됐을 때 체험의 가치와 밀도가 더욱 농밀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더 즐거운 고객경험을 위해서는 고객의 발걸음 까지도 정교하게 기획해야 한다. 대형 쇼핑 공간에서 고객들은 자신이 내키는 대로 걷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공간기획자들이 숙고 끝에 설정한 동선을 따르게 된다.
이를 '상업적 산책 promenade retail'라고 하는데,
고객들이 마치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가듯 쇼핑을 하게 된다고 해서 ‘리테일 컨베이어 벨트'라고도 표현한다. 예를 들어 더현대서울의 상업적 산책로는 스트리트, 즉 길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다.
MZ세대의 새로운 문화코드 중 하나는 체험이 가능한 스트리트 문화다. 명품 브랜드들까지 나서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며 스트리트 감성을 덧대고 있을 만큼 뒷골목의 비주류 문화가 급속도로 성장하며 주류로 올라서고 있다. 그 감성을 동선을 통해 경험하게 한 것이다.

교류와 공감의 마당으로 발전하다

현대의 상업 공간은 사회적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취향이 비슷하거나 같은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발전해 간다. 브랜드의 공간은 고객의 체험을 통해 사회적 교류의 장이 되고, 능동적 참여의 경험을 이끌어내 브랜드와 보다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공간은 고객들의 소통적 참여와 자율적 행위를 이끌어냄으로써 고객이 그곳에 다시 방문하게 만들고 더 오래 머물게 하며, 나아가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도 심어줄 수 있다. 파편화되고 원자화 되는 나노사회의 흐름 가운데 연결의 가치를 강
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이러한 교류와 공감은 공간의 매우 중요한 기능이 되고 있다.

 

무인양품의 양품계획 부문 사장, 도마에 노부오는 오프라인 매장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커뮤니티 인프라"라고 정의한다. 점점 사라지는 오프라인매장의 기능을 '판매하는 곳'으로만 국한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무인양품은 새로운 매장을 개장할 때 해당 지역색을 입혀 로컬화된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무인양품이 매장을 일종의 '커뮤니티 센터'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효과적인 교류를 위해서는 이처럼 지역사회의 특성을 반영하고 지역 주민과 함께 상생·협력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간을 기획하고 디자인해야 한다.
미국의 포틀랜드에서 시작해서 전 세계 10개의 체인을 보유한 에이스 호텔은 이러한 철학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저평가된 역사적 건물을 선별해서 지역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독특한 호텔을 만들고 소상공인 브랜드를 입점시켜 로컬 플랫폼으로 변신시켰다. 로컬 브랜드와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게스트는 물론, 지역민에게도 공간을 아낌없이 제공한다.

 

제주에 위치한 호스텔 '옥림여관' 역시 이와 같은 로컬 소셜라이징 local socializing에 특화되어 있다.

여행객들에게 지역 내 자전거 상점을 연계해 주고, 피트니스 클럽과도 협업해 투숙객들이 일 단위로 운동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영화 상영회와 같은 이벤트를 열고 인근의 주민들도 호스텔을 부담 없이 체험하도록 한다. 일본의 시부야 트렁크 호텔도 지역의 중심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한다. 호텔 내에서 지역 예술가나 크리에이터의 전시가 이루어지고, 트렁크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물건은 모두 로컬 제품이며 호텔의 식당에서 제공되는 모든 음식은 로컬 식자재를 활용한 건강식이다. 이 호텔은 스스로를 '소셜라이징 플랫폼'으로 지칭하며 로컬의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음을 표현했다.


2. 연계력,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힘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은 각각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보완한다. 특히 현실공간은 디지털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온라인과 연계되며 매우 빠르고 편리해졌다. 오프라인 공간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현실공간에서 온라인의 가속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른바 '온-오프 블랜딩' 전략을 통해 피지털 physital(물리적 공간을 의미하는 '피지컬'과 '디지털'의 합성어) 매장에서 고객에게 주어지는 편익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더욱 정교해진 공간의 개인별 맞춤 서비스

오늘날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을 토대로 한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필수가 됐다. 나아가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온라인의 논리와 기술을 도입하며 개인화의 새로운 국면을 열고 있다. 예를 들어 맥도널드는 매장 내 메뉴판을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날씨나 시간대, 매장의 주문 현황에 따라 데이터를 조합하여 실시간으로 메뉴를 바꿔 보여주는 스마트 메뉴판으로 교체했다.
여름철 점심시간에는 커피보다는 콜라 같은 탄산음료를 메뉴판의 전면에 배치하는 식이다. 또한 드라이브스루 주문대로 진입하는 자동차의 번호판을 인공지능이 인식해서 해당 고객의 이전 주문 내역을 확인하고 이에 맞춰 메뉴판을 자동으로 변경하며, 결제 단계에서는 고객이 선호할 만한 메뉴를 제시해서 추가 주문을 유도하기도 한다. 데이터를 활용해 오프라인 매장의 구매 현장에서 고객의 반응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2022년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문을 연 세계 최초의 아마존 오프라인 패션 매장인 아마존 스타일 Amazon Style은 빅데이터·인공지능·머신러닝 ·물류 네트워크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활용한다.
매장에는 많은 옷들이 줄지어 걸려 있는 대신 가장 어울리는 조합으로 의류 제품을 디스플레이해 놓은 공간이 있다. 고객이 아마존 쇼핑 앱으로 옷걸이에 부착된 QR코드를 찍으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보는 것처럼 그 상품의 가격·색상·사이즈·고객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인공지능이 고객의 관심사에 맞춘 다른 옷도 추천해 준다. 입고 싶은 옷을 결정했다면 앱 내의 피팅룸에 해당 제품을 추가한 뒤 앱에 표시된 위치의 실제 피팅룸으로 입장하면 된다. 선택한 옷은 직원이 피팅룸으로 가져다준다. 아마존 스타일의 피팅룸은 일반 의류 매장에 비해 훨씬 많고 편리하다. 룸 한쪽에서는 터치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고객이 입장하는 순간 스크린에 고객의 이름이 표시된다. 고객은 마치 나만의 맞춤형 피팅룸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 스크린을 통해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다른 제품 목록도 볼 수 있어서, 피팅룸을 나가지 않고도 추가로 입어보고 싶은 옷을 고르고 전달받아 착용해 볼 수 있다.

출처: 아마존

오프라인 매장에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적용한 아마존 스타일. 전용 앱을 활용하면 인공지능의 상품 추천, 피팅룸 배정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앱에서 원하는 옷을 고르면 피팅룸에 세팅되고, 피팅룸 안에서 상품 추가나 사이즈 교환 등을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아마존 스타일의 피팅룸은 고객이 옷을 일일이 가지고 들어가거나 사이즈를 바꾸기 위해 여러 번 드나드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고객의 취향과 최신 유행을 분석한 인공지능의 추천 상품을 실시간으로 선택해서 즉시 입어볼 수도 있다. 아마존 스타일 매장은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온라인 구매의 한계를 극복하고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극대화한 공간인 셈이다. 나아가 이곳은 옷을 구경하고 구매하는 단순한 쇼핑 매장을 넘어 의류 관련 정보와 경험을 얻는 쇼핑 플랫폼이다. 아마존은 이러한 방식을 가리켜 '매장 내 쇼핑경험의 재창조'라고 부른다. 아마존의 이러한 전략들은 퍼스널 쇼퍼로서 추천 기능을 정교화하기 위한 과정으로, “고객 100만 명의 단일한 데이터보다 한 명의 100만 가지 데이터가 더 가치 있다”는 빅데이터 전략에 기반한 것이다.

엑스트라마일까지 고려하는 물류의 신속성

현실 매장의 장점은 즉각적인 만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매한 상품이 배송되기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마음에 드는 물건을 들고 나오면 된다. 인간은 무언가를 갈구하는 감정이 드는 순간부터 그것을 손에 넣을 때까지의 시간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심리가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이를 최대한으로 만족시킬 수 있으므로 온라인 대비 압도적인 편리함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러한 오프라인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면 역설적이게도 온라인 기술이 접목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유통 체인 크로거 Kroger와 타깃 Target의 경우 고객이 매장을 방문해서 전용 앱을 실행하면 쇼핑 목록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각 매장의 구간별로 효율적인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역시 미국의 유통 업체인 로우스 Lowe's는 고객 안내용 로봇 나비 NAVii를 매장에 도입해 고객들이 필요한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오프라인 매장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면서 편리함과 신속성이 배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판매의 속도를 넘어 반품의 속도까지 신경 쓰는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업체 CBRE는 코로나19 이후 매장의 미래에 대한 보고서에서 매장의 진열 공간뿐 아니라 반품 공간의 변화에도 주목했다. 온·오프라인 구매 소비자들이 매장에 직접 방문해서 반품을 하게 되는데, 이때 매장 내부가 잘 보이는 곳에 반품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고객경험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경우 반품하러 온 고객들이 매장을 둘러보며 추가 쇼핑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월마트나 베스트바이는 매장 내 반품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백화점 체인 콜스 Kohl's는 2019년부터 매장 내에 아마존 반품 센터를 운영하며 아마존 고객을 콜스 매장으로 모이게 하는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반품 공간이 피지털 매장의 완성도를 높이고 고객경험을 개선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따라서 앞으로의 물류에서는 퍼스트마일-미들마일-라스트마일에 더해 엑스트라마일까지 고려하여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타깃 Target의 경우 고객이 매장을 방문해서 전용 앱을 실행하면 쇼핑 목록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각 매장의 구간별로 효율적인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역시 미국의 유통 업체인 로우스 Lowe's는 고객 안내용 로봇 나비 NAVii를 매장에 도입해 고객들이 필요한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오프라인 매장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면서 편리함과 신속성이 배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판매의 속도를 넘어 반품의 속도까지 신경 쓰는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업체 CBRE는 코로나19 이후 매장의 미래에 대한 보고서에서 매장의 진열 공간뿐 아니라 반품 공간의 변화에도 주목했다. 온·오프라인 구매 소비자들이 매장에 직접 방문해서 반품을 하게 되는데, 이때 매장 내부가 잘 보이는 곳에 반품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고객경험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경우 반품하러 온 고객들이 매장을 둘러보며 추가 쇼핑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월마트나 베스트바이는 매장 내 반품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백화점 체인 콜스 Kohl's는 2019년부터 매장 내에 아마존 반품 센터를 운영하며 아마존 고객을 콜스 매장으로 모이게 하는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반품 공간이 피지털 매장의 완성도를 높이고 고객경험을 개선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따라서 앞으로의 물류에서는 퍼스트마일-미들마일-라스트마일에 더해 엑스트라마일까지 고려하여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엑스트라마일 Extra mile
제품이 생산되어 고객의 손에 이르려면 다양한 물류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수출입 운송 서비스를 통해 이뤄지는 공항·항만·내륙 운송을 '퍼스트마일', 운송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통 기업 간에 이뤄지는 운송을 '미들마일', 마지막으로 고객에게 전달되는 구간을 '라스트마일'이라고 한다. 엑스트라마일은 퍼스트마일에서 라스트마일까지의 구간이 끝난 다음, 고객의 변심이나 기타 사유에 의해 발생하는 반품이나 반송 등 추가적인 서비스를 의미한다.

오프라인 매장, 고객의 행동을 관찰하다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행동을 정밀하게 분석하기에 매우 좋은 기회의 장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비즈니스 모델화하는 회사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뒤 "우리들의 실험은 성공적이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문을 닫은 미국의 베타 B8ta다. 20여 개의 독립형 소매점 체인을 보유한 서비스형 소매 업체 베타는 물건을 판매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대신 매장공간에 최신 IT 제품을 접목시켜 일종의 프레젠테이션 센터로 활용한다. 입점하는 브랜드는 베타의 오프라인 공간을 구독하는 방식으로 대가를 지불한다. 베타의 매장 내부에는 고객들의 행동을 분석하기 위한 카메라들이 설치되어 있다. 이 카메라를 통해 고객이 진열대 앞에 서 있는 시간, 진열대를 그냥 지나친 손님, 점원이 고객에게 제품을 설명하거나 시연하는 모습 등의 데이터가 상품별로 쌓인다. 여기에 구체적인 고객 데이터도 수집해서 특정 제품에 관심을 갖는 고객의 연령, 성별 등의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물건을 진열한 기업에게 전달한다.

 

기업은 이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영업이나 마케팅, 신상품 개발이나 기획에 활용할 수 있다.

독일의 체험형 쇼핑 매장 블랭크 Blaenk도 고객행동 분석을 위한 매장을 운영한다. 이 매장도 고객의 동선을 살피고 쇼핑카트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한다.

 

일본의 츠타야 가전도 비슷한 매장을 운영하는데, 인공지능 카메라를 이용해 매장 내 고객 행동 데이터를 수집한다.

매장의 실제 제품 앞에서 보이는 고객의 실시간 반응은 온라인에서는 얻을 수 없는 정보다.

이를 측정하고 분석하여 입점 브랜드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을 통해 매장 공간은 오프라인 데이터 미디어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도 일찍이 2019년 9월 미국 미네소타에 모던 리테일 컬렉티브 Modern Retail Collective라는 매장을 오픈했다. 이곳에는 주얼리 화장품·속옷 등의 다양한 브랜드 제품이 갖춰져 있다.

오프라인 공간을 기술과 브랜드 상품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리테일 랩으로 활용한 것이다.

기업과 브랜드들은 매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소비자의 행동 하나하나를 데이터로 수집하며, 챗봇을 통해 구매 혹은 비구매 이유 등 소비자경험에 대한 정교한 통찰을 얻어 이를 쇼핑경험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

맥킨지는 이러한 형태의 유통을 '서비스로서의 리테일 Raas, Retail-as-a-Service'이라고 지칭한다.


3. 확장력:메타버스로 확장된 공간의 힘

최근 들어 공간의 개념이 단순한 온/오프라인의 이분법을 넘어 현실세계의 재반영인 제3의 공간, ‘메타버스'로 확장되고 있다. 공간경험을 메타버스로 확장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메타버스에 가상현실 VR, Virtual Reality 매장을 개설해 현실의 오프라인 매장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백화점의 VR 판교랜드'다. VR 판교랜드는 스마트폰을 통해 매장을 360도로 둘러볼 수 있는 VR 백화점이다. 모바일에 현장을 그대로 담아 실제 백화점 안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실제와 같이 VR을 통해 매장으로 이동하고 백화점에서 진행하는 행사 정보도 파악할 수 있다. 몇몇 브랜드 매장들은 VR 쇼룸으로 연결되어 가상공간에 진열된 상품을 보다 자세히 살펴볼 수도 있다. 이때 연동된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하면 해당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고,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한 매장 직원과의 구매 상담도 가능하다. 나아가 가상공간 중간중간에 미니 게임을 배치해 놀이하듯 즐겁게 쇼핑할 수 있게 구성했고, 미술관 등의 VR 전시회도 즐길 수 있다. 메타버스를 통해 공간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공간과 연계된 메타버스 마케팅은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멕시코 음식점 체인 치폴레 Chipotle다. 2021년 10월, 치폴레는 핼러윈을 맞이해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 안에 가상 레스토랑을 차렸다. 아바타가 매장을 방문하면 해골 모습의 직원 아바타가 여러 핼러윈 의상들 중 원하는 것으로 골라 갈아입도록 권유한다. 핼러윈 의상을 갖추고 직원 아바타에게 말을 걸면 매일 선착순 3만 명에게 무료 부리토 쿠폰을 제공한다. 이 이벤트가 눈길을 끄는 것은 메타버스 상의 경험을 현실 세계로 확장해 해당 쿠폰을 실제 치폴레 매장과 웹페이지, 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연계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치폴레는 매년 10월 31일에 핼러윈 의상을 입고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음식을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벌여왔는데, 이러한 전통을 메타버스 세계로까지 확장시킨 것이다.

메타버스 세계에 구현된 핼러윈 이벤트 (로블록스)

 

메타버스 세계에 구현된 핼러윈 이벤트는 해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진행했던 행사를 가상 매장으로 확장시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패션·음악·스포츠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메타버스로 진출하는 가운데, 맥도널드도 디지털 공간에서 음식을 판매하기 위해 '가상 음식 및 음료 제품, 아트워크,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 파일과 NFT를 포함한 다운로드 가능한 멀티미디어 파일' 등의 상표를 출원했다. 맥도널드는 현재 가상 콘서트를 비롯한 가상 이벤트들을 준비 중이며, ‘실제 음식'과 '가상 상품'을 동시에 취급하는 가상 레스토랑 또한 계획하고 있다. 메타버스 내에서 주문한 '실제 음식'은 자동으로 배달되어 제공될 예정이다. '디지털 트윈'이라는 평행공간을 활용해 현실의 공간을 메타버스에 그대로 구현하고, 이를 분석하여 실제공간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도 시도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이내믹스 365'는 실제 매장을 디지털 공간으로 옮기고 이를 구동해 실험함으로써 영업이나 마케팅 효과를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을지 분석하는 솔루션이다. 매장 안에 설치된 CCTV를 활용하여 내부 구조와 고객 동선을 파악
한 다음 디지털 공간에 구현해 시각화한다. 이를 이용하면 고객의 행동을 매우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입구와 출구의 카메라로는 고객의 매장 방문 횟수와 추세, 일별·시간별 변화를 파악한다. 고객대기 시간을 측정한 뒤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가 대기열을 생성할지 말지 계획을 세우고, 길게 늘어선 대기열을 관리할 수도 있다. 매장이 가장 붐비는 요일이나 시간대를 식별하고, 어떤 고객이 어느 제품을 오래 쳐다봤는지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때 인공지능은 개별 구매자를 식별하거나 얼굴의 특징을 분석하지 않고도 인원수를 세거나 체류 시간을 분석할 수 있는 컴퓨터 비전 기술로 구동된다. 이러한 솔루션을 이용하면 제품을 어떻게 배치하고 디스플레이할지, 고객의 체류 시간이나 방문율을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매장을 관리해야 할지 분석할 수 있다. 현실 데이터를 디지털로 옮겨서 최적의 마케팅 방법을 고안하고 이를 다시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물리적 환경에서 데이터를 관찰하고, 이를 디지털 세계에서 이해하고, 결과적으로 물리적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는 디지털 트윈을 통해 현실을 개선하는 CPS 기술 솔루션이다.

 

*CPS(Cyber Physical System)
CPS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사이버 세상과 물리적 세상을 연계하고 동기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CPS는 기술 요소들을 활용하여 물리적 세상을 사이버 세상에 반영하고, 사이버 세상의 기술을 활용하여 물리적인 세상을 통제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증강현실 AR, Augmented Reality 기술 역시 메타버스와 결합하며 그 활용이 일반화되고 있다.


피파이의 조사에 따르면 AR로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솔루션을 갖춘 제품은 그렇지 않은 제품에 비해 94%나 높은 구매전환율을 보였다. 이케아나 홈디포 같은 브랜드는 실제 방을 스캔하여 가상 세계로 옮긴 뒤 집이나 사무실에 가구와 장식을 배치해 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면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어, 기업의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구매 장벽을 허물고 반품률도 크게 낮출 수 있다. 뷰티 브랜드 업체들도 AR을 활용해 개별 소비자
의 피부톤에 따라 각양각색의 화장품들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테스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제품 테스트를 위해 상점에 직접 방문할 필요가 없고 위생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에 놀이 요소도 더해서 고객들이 제품을 가지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게임화 gamification AR을 도입했을 때 고객들의 이용률과 이용 시간이 크게 높아졌다.

스냅챗은 2021년 영국의 AR 스타트업 '아리엘 Ariel AI', AI 기반의 의류 추천 기업 '핏 애널리틱스 Fit Analytics' 등을 인수했다. 24 이를 통해 여러 기술이 도입되면서 스냅챗 플랫폼에서 여러 브랜드의 옷을 가상으로 착용해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경험의 차원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지를 보여주듯 2022년 6월, 스냅챗은 프랑스 칸에서 패션잡지 <보그>와 협업하여 AR 패션쇼를 열었다.

이 패션쇼에서는 구찌, 베르사체 등 16개 명품 브랜드의 제품들을 AR로 선보였고, 참가자들은 스냅챗의 AR 필터를 이용해 해당 의류들을 입어보고 사진을 찍은 뒤 곧바로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25 창작자 경제 creator economy에 기반한 가상 시장의 경제활동이 빠르게 확장됨에 따라, 유통 기업들은 오프라인에서 제공했던 고객경험을 가상공간이나 메타버스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각색하여 고객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향후 기업들은 가상 경제와 이어지는 '메타커머스 Meta-commerce'를 완성해 나감으로써 고객의 경험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한편, 디지털 트윈 기술 등을 통해 오프라인 공간을 새로운 차원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전망 및 시사점

코로나19 팬데믹은 공간을 위축시키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현실공간의 활동에 대한 동경을 더욱 크게 만들어놓았다. 그동안 억눌려왔던 소비 니즈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 이러한 리바운드 rebound 현상은 오프라인 공간의 소비트렌드에 극명하게 나타난다. 온라인이 효율적이고 편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공간의 오감 체험과 현장감은 결코 따라올 수 없다. 앞으로는 물건을 판매하기만 하는 곳을 넘어, 사람을 끌어모으고 소통하며 알리는 매체로서의 공간 개념이 중요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엔데믹 이후 공간이 지니게 될 새로운 기능은 무엇이고, 우리는 어떻게 공간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공간은 잡지다
공간은 단순히 브랜드와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그 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매체'다.

별도의 광고나 홍보 매체를 통하기보다는 자신의 매장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마케팅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다.

 

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30개국에 진출해 4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업 가치 1조 원을 달성하는 등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젠틀몬스터는 TV를 비롯한 미디어 매체 광고를 하지 않는다. 대신 매장 공간을 홍보 채널로 만들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략을 펼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공간이다. 젠틀몬스터는 혁신적인 공간 마케팅으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감성적으로 자극받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자발적으로 퍼트리도록 바이럴 viral을 활성화시킴으로써 브랜드의 자본력을 높인 것이다. D2C Direct to Customer 커머스 브랜드들도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있다. 패션 제품을 판매하는 '무신사', 안경 전문 판매 업체 '와비파커', 투명한 가격 정책으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 '에버레인' 등이 현실공간을 오픈했다. 이 매장들은 주된 목적은 판매가 아니다.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고 고객과 소통하는 '미디어'로서의 기능이 강화되어 있다.

 

비용 면에서나 효과 면에서나 페이드 미디어 Paid Media를 통한 커뮤니케이션보다 오프라인 매장 공간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팝업스토어 플랫폼 프로젝트렌트의 최원석 대표는 “좋은 콘텐츠를 가진 개인이나 브랜드를 보여주는 잡지(매거진)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프로젝트렌트는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만 팝업스토어를 열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중소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채널에서 고객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매장을 장기간 임차하는 대신 단기간 동안 제품을 알리고자 하는 브랜드에게 공간을 대여하는 방식이다. 판매가 아닌 자신의 브랜드를 보여주고 알리기 위한 콘텐츠로 채워진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현실공간에는 고객이 브랜드를 직접 보고 만지는 경험을 통해 고객과의 직접적인 스킨십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똑똑하게 활용한다면 공간은 그 어떤 미디어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공간력의 출발점이자 지향점은 결국, 고객 “우리의 고객이 되어주세요. “Be Our Guest!" 디즈니의 만화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촛대 ·그릇·찻잔 등이 식탁을 차리며 부르는 흥겨운 노래의 일부다. 하지만 이는 한 영화 속의 삽입곡 구절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적인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를 운영하는 등 공간경영의 정수를 보여주는 디즈니의 구호다. 디즈니는 고객경험을 고도화하기 위한 그들만의 구체적인 '손님학 guestology'을 갖추고 있다. 디즈니에게 고객은 마치 우리 집을 찾아온 손님처럼 극진히 대접해야 하는 존재로, 디즈니 손님학의 핵심은 모든 서비스를 손님의 관점에서 조직하고 제공하는 것이다. 디즈니랜드에 머무는 동안 일어나는 서비스의 각 단계를 잘게 쪼개서 맞춤화된 경험을 세련되게 구현한다. 디즈니는 신입직원교육에서부터 직원들로 하여금 '당신은 고객을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마법을 부리는 사람'이라는 신념을 갖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디즈니랜드의 직원들은 방문객들에게 개별적으로 관심을 표현하는데, 방문객들이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손님학 전략의 완성을 위해 디즈니는 오감 경험을 통해 고객들이 진정으로 몰입할 수 있는 쇼를 펼치고, 고객의 판타지를 현실에서 창조하며 그들만의 공간으로 인도하도록 노력한다. 무엇보다 고객들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최상급의 대면 서비스부터 게스트 관점에서의 고객경험 분석, 이를 반영한 인프라 설계, 고객과의 상호작용에 이르기까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통해 탁월한 경험을 제공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유통 공간의 공통적인 문제다. 유통 공간, 그중에서도 백화점과 테마파크 사이에는 유사점이 많다. 우선, 백화점과 테마파크는 현대인에게 환상적인 즐거움을 안겨주는 공간이다.
규모가 매우 크고 랜드마크로서의 역할도 한다.


일상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며 항상 축제(백화점에서는 할인판매 기간을 '축제'라고 부르곤 한다)가 열린다. 직원들의 노동은 일종의 연예 활동(고객을 즐겁고 기분 좋게 하는 것은 백화점 직원의 노동 목적 중 하나다)이고, 다양한 공간적 장치를 통해 현실이 아닌 곳에 와 있는 듯한 환상감을 창조한다. 이에 비추어 볼 때 현대 가상공간은 최고의 고객경험을 선사하는 일종의 테마파크가 되어야 한다. 매력적인 공간은 지루함을 돌파하는 비일상성을 제공해야 한다. 소매의 종말이 예견되는 오늘날, 매력적인 콘셉트와 테마를 갖춘 공간력은 리테일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 Jaques Lacan은 "일상이란 죽음으로 가는 지루한 통로”라고 표현하며 지루함을 돌파할 수 있는 것은 비일상성으로, 일상에서 볼 수 없는 환상감을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소매의 종말이 예견되는 가운데 팬데믹 이후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간력에 주목해야 한다. 공간력은 하나의 테마와 콘셉트를 통해 공간 이미지를 창출함으로써 고객의 환상을 현실 공간에 구현하는 데에서 나온다. 공간의 죽음이 운위되는 가상의 시대, 공간이 공간만의 힘을 갖추려면 그 출발점이자 궁극적인 지향점은 결국 고객이어야 한다.

 

출처: 트렌드 코리아 2023 (김난도 외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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