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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혁신과 효율, 양손잡이 기업 모순경영

by 산골 피디 2022. 11. 7.

미래를 이야기하는 다양한 키워드 중 '속도'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특히 기업에서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다.
2002년 삼성전자 황창규 사장이 말한 '황의 법칙'은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개념이다. 황의 법칙이란 한마디로 메모리에 대한 신성장론이다. 18개월마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두 배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어, 12개월마다 두 배 증가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PC나 모바일 등 반도체 관련 상품이 증가할 것이라는 데 근거를 뒀던 황의 법칙은 20여 년이 흘러, 관련 시장이 더욱 각광받고 있는 현재에도 여전히 회자된다.


제품 혁신 vs 공정 혁신


제품 혁신 product innovation :
제품을 새롭게 만드는 작업 공정 혁신 process innovation:
만들어진 제품의 생산을 고도화하는 작업

제품혁신은 새롭게 더 잘하자는 혁신 중심이고,
공정 혁신은 하던 걸 더 잘하자는 효율 중심이다.

제품 혁신은 유연한 조직 문화와 참여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생각을 실험해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공정 혁신은 생산된 제품의 효율성을 고도화하는 작업이다. 일사불란한 조직 문화와 적절한 통제를 바탕으로 정해진 방향을 향해 빠르게 실행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두 환경을 한 기업 내에서 융합해야 하는 것이다.
이른바 모순 경영이다.

모순을 아우르는 양손잡이 기업

기업은 제품 혁신과 공정 혁신 중 하나의 혁신에 맞는 형태를 가진다. 미국은 제품 혁신에서 한국이나 일본보다 나은 조직 유형을 갖고 있고, 한국과 일본은 공정 혁신에서 미국보다 나은 조직 유형을 갖고 있다.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 선도했던 워크맨이나 TV는 사실 일본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제품은 아니다.

한국 또한 반도체, 조선, 전자, 자동차 등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해당 제품을 스스로 처음 만들지는 않았다.

반면 미국은 세계 최초로 새로운 제품이나 영역을 만들어낸 경험이 많은 나라다.

미지의 영역에 대해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서서히 그 영역을 알리고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어가는 능력은 가히 탁월하다.

한국 기업의 경우 1970~1980년대 공정 혁신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사용했다.

한마디로 비용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최대한 신속하게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제품을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공정을 표준화하고 표준화된 공정을 잘 관리하면서 실수와 하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실수하지 않고, 성실하게 관리하며, 정해진 방향으로 묵묵히 걸어가면 됐다. 경영진은 기업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비교적 정확히 알고 있었고, 한국인이 가진 학습 능력과 성실성은 경영진의 요구에 잘 부흥했다.

 

하지만 이제 한국 기업도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거나 주도해야 할 입장이 됐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 혹은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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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것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다.
창의력은 비판과 토론이 자유로운 문화와 구조에서,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더 잘 발휘할 수 있다.
한국기업은 이런 문화와 구조를 만들고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결국 미래에는 제품 혁신(효율)과 공정 혁신(혁신)을 동시에 잘 해낼 수 있는 기업이 주인공이 될 것이다.
경영학에서는 양손잡이 기업 ambidextrous firm이라고 정의하는데, 제품 혁신이라는 오른손과 공정 혁신이라는 왼손 모두를 잘 쓰는 기업을 말한다.

양손을 모두 사용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두 가지 종류의 혁신이 동시에 존재함으로써 오는 긴장감, 즉 모순이다.
제품 혁신과 공정 혁신을 위한 조직 구조, 리더십, 인력의 특성은 서로 매우 상이하다. 이런 상이한 특성을 가진 두 형태를 하나의 울타리 안에 둔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한국의 많은 기업은 그동안 창의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직급을 없애는 것, 일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설정하도록 보장하는 것, 자율 복장을 허용하는 것 등이다.
기존의 것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인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함으로써, 열린 사고와 원활한 소통을 통해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함이다.

물론 효율과 혁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기는 쉽지 않다. 새로운 조직 구조, 문화, 사람은 기업이 기존에 갖고 있던 것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가치가 중요해질수록 기존의 기준에 맞춰 행동해오던 구성원은 혼란을 겪고 새로운 가치를 견제하게 된다. 결국 모순을 아우르는 과정은 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단계다. 한국 기업이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다면 세계 시장에서의 위상도 달라질 것임이 분명하다.

-인용 책:뜻밖의 한국 (유건재 교수)

 

뜻밖의 한국 /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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