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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한국식 모순경영의 힘은 개인적 집단주의에서 왔다

by 산골 피디 2022. 6. 28.

한국인의 '집단 개인주의 성향은 산업화 과정에서 매우 강력한 무기로 전환돼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다.

그리고 그중 '집단주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실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구성원이 하나로 뭉쳐지지 않고 개인적으로 흩어지는 성향의 집단은 이런 전략을 실천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즉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가는 길에 매우 큰 곤란을 겪게 된다. 여기에 집단주의에만 함몰되지 않고 '개인주의'와 공존하며 한국 경제는 주변 나라와 매우 다른 양상으로 발전했다. 한국식 경영을 특징짓는 모순에 대해서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색다른 집단주의 '우리 속의 나'

한국 집단주의의 성격은 주변 나라의 집단주의와는 다르다. 이를 두고 <어쩌다 한국인>에서 저자 허태균 교수는 집단주의지만 주체성이 높아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설명했으며, 구본형 대표는 저서 <코리아니티>에서 '우리 속의 나'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한국인은 우리라는 집단을 중요시하면서도 그 집단에 함몰되지 않고 나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다.주체적 개인으로 이뤄진'우리'라는 개념이다.

집단주의인 동시에 주체성이 강한 한국의 집단주의에서 개인은 공동체 속에 존재하는 관계에서 의미를 찾는다.

한국인은 내가 속한 기업 혹은 공동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나를 희생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조직의 구성원은 공동체의 방향이 정해지면 하나가 된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이런 집단주의는 한국인의 뼛속까지 들어 있는 강력한 DNA다.

이와 동시에 한국인은 자신만의 자리를 잊지 않는다.

나로 살아야만 직성이 풀린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나를 잠시 접어두고 공동체의 안정에 집중하지만,

그렇다고 나를 살리려는 욕구까지 완전히 버리지는 않는다.

한국인이 주체성 강한 민족이라는 사실은 역사 속에서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났다.

이처럼 집단주의와 강한 주체성은 한국인이 오랜 시간 껴안고 살아온 대표적인 모순이다.

이런 성향이 기업 경영에 투영되면 패스트 팔로워 전략에 최적인, 매우 독특한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의 경우 리더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면, 대부분의 경우 빠른 실행에 돌입한다.

 

문제가 있다면 실행하면서 수정하고, 이 과정에서 구성원의 동의를 지속적으로 얻어낸다.

의사결정에 드는 시간, 그리고 소통을 통해 설득하는 시간을 줄이고 뛰면서 수정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개인의 개성과 소수의 목소리가 무시됐던 것은 한국의 역사에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의 특성상 일사불란한 수행을 위해 이런 희생은 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이제는 당연히 수정돼야 할 부분이다. 한국 집단주의의 저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설립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일본의 경우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 2년 정도가 필요했던 당시, 삼성전자는 단 6개월 만에 완공을 이뤄냈다.

설계, 토목, 장비 설치 등의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동시에 진행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하루 공사 시간 또한 8시간이 아닌 3교대 24시간 체제로 운영했다. 그만큼 계획의 변경이 많이 일어나고, 즉시 대응해야 할 문제도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방식을 통해 공사 기간은 4분의 1로 단축됐다.

 

리더가 결정하고 구성원이 질주하면서 나타나는 매우 성공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리더가 정해진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다면 이뤄낼 수 없는 성과였다.

또한 한국의 집단주의는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게 하는 강한 소속감을 만들어왔다.

흔히 비유하듯 '가족 같은 회사'는 많은 경영자가 자신의 회사를 설명하면서 쓰는 말로 강한 단결력의 원천이었다.

오늘날 그 안에 담긴 부정적인 의미를 부인할 수는 없지만, 여기에는 분명 가족처럼 직원을 챙겨준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담겨 있다. 선배가 후배에게 밥이나 술을 사거나 후배를 전적으로 맡아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주는 멘토링도 외국인에게는 생소한 문화다. 이처럼 한국 기업은 구성원에게 다른 나라에 비해 강한 연대감을 만들어줬고, 여기에 구성원도 자긍심을 느끼며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 발전까지 이뤄낼 수 있었다.


한국형 집단지성의 힘

한국의 집단주의는 기업에서 집단지성 collective intelligence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집단지성이란 쉽게 말해 '집단의 문제 해결 능력'을 의미한다.

참여자의 능력이 산술적인 합을 넘어 그 이상의 창조적인 문제 해결을 이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은 IT 기술을 중심으로 협업 문화가 발달한 미국의 기업에서 더 출중하게 발현되지만,

한국 기업 역시 이런 집단지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삼성전자 집단지성 플랫폼 '모자이크 MOSAIC

Most Open Space for Advanced Intelligence and Creativity'에는 2018년 기준 하루 평균 10만 명이 접속했으며 16만 건에 달하는 아이디어가 축적됐다. 글로벌 법인을 통해 아이디어를 모집했을 때도 인도 법인에서 진행된 공모전에서만 여섯 건의 특허가 출원되기도 했다.

 

LG의 'LG-LIFE', SK하이닉스의 '상상타운', 쌍용자동차의 '큐브'도 같은 예다.

심지어 정부 기관에서도 한국인의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2021년 9월, 기획재정부에서는 중앙 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부처 내의 집단지성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처럼 한국 기업과 국가 기관에서 집단지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자신이라는 개인을 독립된 개체로 인식하기보다 상호의존적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얼핏 집단주의 특성을 보이는 나라인 일본이나 중국과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은 주체성이라는 면에서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한국인은 집단을 중시하되, '나'라는 개인이 그 집단에 영향을 발휘하기를 원한다.

반면에 일본인은 집단을 중시하고, '나'라는 개인은 그 집단의 영향력을 수용하기를 원한다.

 

이 특성은 한국인의 모순을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인은 집단 속에서 목적을 찾고, 의미를 찾고, 관계를 찾아 안정감을 갖는다.

동시에 한국인은 그 집단의 목적, 의미,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싶어 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한국인의 강한 주체성이 시대의 요구에 잠시 묻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리하며

일본의 문화심리학자 이누미야 요시유키宮는『주연들
의 나라 한국 조연들이 나라 일본』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행동 차이를 규명한다.

그는 두 나라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자기개념'을 꼽으며, 한국인은 '주체성 자기 개념'을, 일본은 '대상성 자기 개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주체성 자기 개념은 자신을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체로, '대상성 자기 개념은 스스로를 사회적 영향력을 수용하는 대상으로 인식한다. 그에 따르면 일본의 버스 운전사는 지정된 정류장 외의 장소에서 정차하는 경우가 없다고 한다.

 

정해진 규칙이고, 개인은 그 규칙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아주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운전사는 이를 따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버스 운전사가 지정된 정류장 외의 장소에서 버스를 세우는 경우가 많다.

버스를 뒤늦게 발견하고 뛰어오는 승객을 위해, 혹은 내리는 곳을 지나쳐 하차를 요구하는 승객을 위해 운전사는 경우에 따라 정해진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정차한다.

요시유키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 운전사의 행동은 자기 개념의 차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집단주의는 '역동적으로 살아 있는 집단주의'를 만든다.

이는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에 적합했으며,

앞으로의 불확실한 미래에는 스스로 대안을 만들고 함께 전진해가는 미덕으로 발전할 것이다.

*출처:뜻밖의 한국 (유건재 교수 지음)

 

뜻밖의 한국:전 세계가 놀란 한국식 모순 경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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