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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갓생’사는 이유는 뭘까?

by 산골 피디 2022. 12. 12.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습관 만들기를 도와주는 앱이나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이 유행하고 있다.
미라클 모닝처럼 1∼2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서 아침 기상을 SNS로 인증하는 방법도 있고,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처럼 매일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한 앱이나 커뮤니티 모임들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잔 마시기, 침구 정리하기, 양치질 3분 하기, 아침 식사하기 같은 사소하지만 유익한 일련의 행동들이 있는데, 이전 세대는 너무 사소해 주목하지 않았던 것들을 MZ세대는 앱을 활용해 활동 여부를 체크하고 기록하며 주변에 인증하거나 스스로에게 동기 부여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자신이 세운 어떤 계획들(공부, 자기 계발, 명상, 독서 등)을 온전히 수행해 내는 하루를 ‘갓생’이라는 말로 압축해 표현한다. ‘갓생’은 현실 생활에 집중하면서 세운 계획을 실천해 나가는 성실하고 생산적인 삶을 의미한다.
MZ세대가 바른생활 습관, 타의 모범이 되는 바람직한 삶(갓생)에 더욱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침형 인간’과 ‘미라클 모닝’의 차이

혼자 관리해야 하는 시간 증가 :

코로나 이전에는 모두가 일정한 외부의 리듬에 따라 사는 것이 당연했다. 정해진 시간에 학생은 등교하고, 직장인은 출근했다. 야근이라도 하면 아침저녁 여분과 주말만 개인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주말조차 회사의 일정(회식, 야유회, 출장, 비상근무 등)으로 채워지면 남은 시간은 다음 일을 하기 위해 조용히 재충전하기 위해 썼다. 사실상 마땅히 개인이 활용할 시간이 많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지만 더욱 격렬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광고 문구가 직장인들의 마음의 소리인 듯 번아웃이 만연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새 재택근무와 52시간제, 비대면 근무를 돕는 업무 환경의 변화 등으로 늘어난 유연근무 환경은 개인이 운용할 시간의 양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켰다. 더 이상 동일한 시간에 출근하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날 필요가 없어지고, 야근과 회식으로 이어지던 저녁 시간은 상당 부분 개인에게로 귀속됐다. 종일 혼자 일하며 주어진 하루 시간을 자기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높아진 자유도 속에서 자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고자 하는 개인의 노력이 바른생활 습관에 대한 관심과 리추얼, 루틴, 일상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로 커진 불확실성 :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갓생 살기와 같은 성실한 생활 추구는 불확실한 사회 환경으로 인한 불안감과 무기력감을 이겨내기 위한 방식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가 한국 트라우마 스트레스학회를 통해 실시한 2021년 2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에서 우울 평균 점수와 우울 위험군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30대 우울 위험군 비율은 각각 24.3%, 22.6%로 50∼60대(각각 13.5%)에 비해 약 1.5배 이상 높게 나와 젊은 층이 코로나19로 인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욱 많이 받고 있었다. 이러한 우울감, 무기력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 일상의 힘을 회복하고자 하는 리추얼로 나타나고 있다.

 


작은 성취를 통한 자존감 상승 :

사실 위에 언급한 불안감과 무기력감은 MZ세대에게는 비단 코로나 사태만으로 인한 건 아니다. 과거 세대보다 취직, 승진, 자가 주택 마련, 결혼, 출산 등으로 이어지는 성인기 삶의 성취 지표들을 이루는 시기가 늦춰지거나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크고 어려운 성공보다는 소확성(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 같은 작은 성취로 자존감을 높이고 싶은 욕구가 좋은 습관 만들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새해 결심이나 좋은 습관 들이기의 목적은 자기 계발의 성격이 강했다.
최근 유행하는 갓생살기는 자기 계발의 모습도 있지만, 일정 부분 자신을 단단하게 지켜내고자 하는 자기 돌봄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일례로 1993년 일본인 의사 사이쇼 히로시의 책 이후 2000년대 초 한국에서 유행했던 ‘아침형 인간’은 남보다 일찍 일어난 새벽 시간을 이용해 독서, 공부, 운동 등 성공을 위해 노력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사이쇼 히로시는 성공하려면 아침잠을 줄여서 남들보다 하루를 더 길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했다.

2016년 미국인 할 엘로드는 20살에 죽을 뻔한 교통사고를 겪고 난 이후 여러 삶의 굴곡을 거치면서 자신을 돌보기 위해 고안한 개념을 바탕으로 책 ‘미라클 모닝’을 썼다. 이 책을 기반으로 사람들은 인생의 목표를 기억하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면서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갖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루틴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6시 이전에 일어나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기, 3페이지씩 글쓰기, 명상하기 등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활동들을 통해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고 보듬는 시간을 갖는 것이 미라클 모닝의 목적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바른생활과 일상력을 추구하는 MZ세대를 조직은 어떻게 인식하고 대해야 할까?

회사가 MZ세대를 대해야 할 태도

전폭적인 신뢰 :

성장을 원하는 그들의 내적인 힘을 신뢰해야 합니다. MZ세대는 성장을 위해 하루를 세밀히 계획하고 매일을 성실히 살아가고자 하는 성장 지향적인 존재들이다. 과거보다 높아진 불확실성 속에서 불안한 미래를 헤쳐 나가기 위해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그들에게 조직은 깊은 신뢰를 보여야 한다.
업무적인 면에서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시간마다 업무일지를 쓰게 하기보다 명확한 근무 지시와 측정 가능한 업무평가제도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일을 관리할 수 있도록 위임해 줘야 한다. 신입 사원에게 단독으로 일을 맡길 수 있는 시기가 언제쯤이라고 생각하는지 팀장이나 임원들에게 물어보면 대략 3∼4년 후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입 사원들은 입사 후 당장 자신들에게 의미 있는 일이 주어지기를 기대한다. 성장에 대한 그들의 내적인 욕구와 힘을 신뢰하고, 신입 사원들에게 책임의 한계를 분명히 설명한 후 그 한계 내에서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업무를 부여한다면 1년 후 조직에 실망해 떠나는 이직 비율을 낮출 수 있다.
조직이 MZ세대를 신뢰할 때 그들은 더 큰 애정과 충성심, 그리고 개인의 성장을 통해 조직에 기여한다.


빠른 피드백과 칭찬 :

MZ세대들은 오랜 기간 인내해 이뤄 내는 거대한 목표보다는 하루하루 일상에서 성취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특성이 있다. 이를 고려해 10년 후 승진이나 20년 후 임원 되기 같은 장기적이고 거대한 피드백보다는 오늘 한 일에 대해 관리자가 분명하게 알아주고 과오를 정확히 언급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MZ세대가 사용하는 습관 만들기 앱이 그들에게 주는 피드백의 주기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아침에 루틴을 일정대로 다 수행했을 때 앱의 화면은 기다릴 필요 없이 즉각 칭찬을 해준다.

“OO님, 참 잘하셨어요. 아침 루틴을 모두 수행하셨네요.”
“연속 10일째 목표를 채우셨네요. OO를 드립니다”
일정 기간 목표를 채웠을 때 다른 사람들보다 얼마나 많은 성취를 해냈는지 언급하고 보상해 준다.
화면의 번쩍이는 화려한 메달이나 트로피를 볼 때 가상의 보상이긴 하지만 뇌의 도파민은 실제의 보상과 마찬가지로 확실히 분비된다. 조직에서도 MZ세대에게 보다 자주, 빠르게 피드백해 줘야 한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나의 고생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MZ세대다. 그 일이 어떤 결과를 낳기 전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종일 분투했음을 리더가 알아주고 직접 언급해 준다면 도파민 분비를 통한 만족감과 성취동기가 크게 높아질 것이다.

얼굴을 보고 직접 칭찬하는 것이 어렵다면 포스트잇에
“수고했어요. 일을 꼼꼼히 마무리해 줘 감사합니다”
짤막한 글을 적어 구성원의 자리에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그 구성원은 오래도록 기억할 소중한 하루,
그리고 ‘갓생’을 얻게 될 것이다.


확실한 가이드 제공 :

MZ세대는 일상도 세분화해 이뤄야 할 단계들로 나누고 하나하나 체크하고 인증한다. 어린 시절부터 쉼 없이 공부하고 다양한 스펙을 쌓으며 엄청난 경쟁 속에서 자신을 증명해 조직에 입사한 그들에게 생산성과 능력은 삶의 중요한 지표다. 어깨너머 배우기보다 확실한 매뉴얼을 받기를 원하고 맨땅에 헤딩하기보다는 미리 검색하고 확인해 실패를 최소화하길 원한다.
그렇기에 과거처럼 두루뭉술한 업무 분장보다는 팀장이 각 구성원의 성장 욕구와 업무 능력 등을 깊이 파악해 각 개인에게 적합하고 세부적인 업무 가이드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일을 하기 전에 전체 업무의 목표가 무엇이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팀 전체가 일을 어떻게 나눌 것이며, 각 일을 수행하는 단계들과 결과물은 어떻게 공유되고 측정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가 명확할수록 MZ세대는 일에 몰입하기 쉽다.
이와 더불어 자신이 하는 노력이 어떤 방식으로 조직에 기여하고 생산성을 나타낼 것인지, 그에 대한 보상과 인정은 어떤 형태로 주어질 것인지 MZ세대가 분명하게 인지할수록 조직에 대한 불안감이나 무기력감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MZ세대는 개인적인 삶에서 갓생을 살기 원한다. 이들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조직에서도 갓생을 살 수 있도록 조직이 도울 수 있다면 조직에 대한 그들의 만족감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습관 만들기 앱처럼 자주 그들을 트래킹 하고, 칭찬하고, 좀 더 높은 성취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해 보자. 그리고 각 개인이 자신의 성장 욕구로 스스로 발돋움해 노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다면 MZ세대도 그에 호응하는 역량을 보일 것이다.


MZ세대를 위한 조언

마지막으로 매일의 삶에서 일상력을 키우고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살기를 원하는 MZ세대도 다음과 같은 조언을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나친 생산성 추구는 불안의 다른 모습일 수 있으며 종국에는 번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독 철학자인 한병철 교수는 현대사회를 ‘피로 사회’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자기 긍정을 통해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곧 ‘자기 착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일의 삶을 기록하고 더 나은 습관을 가진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히 매우 바람직하고 성실한 삶의 태도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지나칠 때, 혹은 그런 노력이 생각처럼 이어지지 않을 때 자신을 가혹하게 비난하고 몰아붙인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매일 성장하지 않아도, 때론 세웠던 계획을 전혀 이뤄 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스스로에게 좀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며 가장 많이 말한 내용이 ‘호전과 악화(wax and wane)’가 반복될 거라는 말이다. 한 번에 직선으로 낫는 병은 없다. 오늘은 좀 나은 듯 보여도 내일 또다시 나빠지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병은 차츰 나아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매일 성공하고 매일 생산적으로만 사는 사람은 없다. 조금씩 실패하고 전혀 나아지지 않는 듯 보이다가 어느새 훌쩍 좋아지는 것이 성장의 곡선이다. 그러므로 나를 너무 몰아붙이지 말고 천천히 나를 기다려주자. 겨울의 나무처럼 어떤 상황에서는 그저 버티는 것만으로 성장을 하고 있는 시기도 있다.

이와 더불어 조직 내 생산성은 개인의 삶에서 보다 좀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개인의 삶과 달리 조직의 환경에서는 매일의 루틴과 업무가 쌓여서 결과로 드러나는 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단기간에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 시간들이 쌓여서 주변의 평판, 전문적 실력, 더 큰 일을 감당할 수 있는 내공으로 천천히 드러날 것이다.
그동안 개인의 삶을 30일, 100일, 6개월 혹은 1년 정도의 호흡으로 바라봤다면, 그리고 그런 시간의 단위에서 무언가 보상과 성장을 경험했다면 조직에서의 나의 커리어는 훨씬 더 긴 호흡이 필요함을 기억해야 한다. 즉각적인 인정, 보상, 성장 혹은 승진이 없다 할지라도, 관리자도 동료들도 나의 일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너무 좌절하지 말자. 지금의 시간들이 쌓여서 결국에는 나의 결과물이 될 거라 믿는 긴 호흡이 조직에서 쉽게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나의 길을 추구하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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