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국내 토종 OTT인 왓챠 인수를 포기했다.
왓챠를 인수해 미디어 등 플랫폼 신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일단 계획을 접었다.
12월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왓챠 인수를 검토하다 중단했다.
400억 원 규모의 왓챠 신주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벤처캐피탈(VC) 등 기존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LG유플러스가 ‘왓챠’ 인수 포기한 몇가지 이유를 알아보자.
왓챠 적자운영 기업가치 하락
왓챠는 2년 연속 자본잠식로 경영 위기 상황으로 알려졌다.
영업적자도 계속 늘어나 누적 결손금이 이미 2000억 원을 넘었다.
2021년 기준 왓챠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다.
영업적자도 계속 늘어나며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적자 늪에 빠지며 누적 결손금은 이미 20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왓챠의 결손금은 2017억 원에 이른다.
자본총계도 마이너스(-) 325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왓챠가 발행한 전환사채(CB)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왓챠는 2021년 말 CB를 발행해 490억 원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몸값 3380억 원을 인정받았다.
당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VC 인라이트벤처스 등이 자금을 댄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CB 보유사들은 대주주가 바뀌면 상환 요청에 나서게 마련이다.
왓챠가 LG유플러스의 투자를 받는다고 해도 CB 상환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태훈 왓챠 대표가 12월 안에 주주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다.
LG유플러스가 기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경영권을 가져간다는 내용에 동의한 주주는 없었다.
재무적 투자자 FI들의 반대와 CB 상환 압박이 겹치면서 딜 검토가 무산됐다.
투자금을 넣자마자 상환자금으로 쓰이길 바라는 원매자는 없다 데다 왓챠의 기업가치가 더 오르기는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CB 보유사들은 대주주가 바뀌면 상환 요청에 나서게 된다.
왓챠가 LG유플러스뿐 아니라 다른 회사에 매각되더라도 매각 대금을 CB 상환에 상당 부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왓챠의 기업 가치가 향후 더 오르기는 어려울 거란 예측도 나왔다.
왓챠는 2011년 영화 리뷰 및 추천 서비스로 이름을 알렸다.
서울과학고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출신 박태훈 대표가 원지현 최고운영책임자(COO), 이태현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의기투합해 설립한 회사다. 2012년 카카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VC 등 FI들로부터 받은 누적 투자금은 1072억 원이다.
결국 냉정한 시장 논리가 왓챠 운명에도 그대로 적용될 젼망이다.
일반적으로 신산업이 등장하고, 관련 시장이 커지면 거의 예외 없이 혁신의 과정이 반복된다.
1단계 초기 시장 개척자 등장
2단계 지배적 사업자 중심으로 시장 확장
3단계 다양한 경쟁자들의 출현
4단계 경쟁자들 간 합종연횡
5단계 선두 사업자들 중심으로 시장 재편
코로나 이후 OTT 시장 정체
이 과정을 OTT 시장에 대입해보면 어떨까?
넷플릭스가 시장을 개척한 지배적 사업자로 등극해 있고, 여태 경쟁 사업자들 간 합종연횡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4 단계로 볼 수 있다. 토종 OTT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왓챠가 경쟁에서 뒤처지며 경영권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 역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니 4 단계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간 국내 OTT 시장의 화두 역시 규모의 경제다.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몸집을 키워 가입자를 확보하고 콘텐츠 투자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대부분의 OTT 서비스가 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입자 기준으로 국내 3위인 웨이브 역시 지상파 3사와 통신사 SK텔레콤의 서비스가 합병해 탄생했고,
국내 2위 티빙은 후발 업체인 시즌을 흡수·합병해 2위 자리를 공고히 다졌다.
현재 OTT 시장은 정체기다.
역성장하고 있고, 압도적인 시장 1위인 넷플릭스 역시 대규모 감원 및 인적 쇄신을 하고 있다.
2010년대 말에는 OTT 시장 자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현재는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가치가 급락했다.
물론 LG유플러스의 왓챠 인수 시도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모바일 TV, 비디오 포털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독립적인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데 힘을 쏟아 왔지만 아쉽게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큰 기대를 걸었던 디즈니플러스와의 협력도 그렇다 할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기 때문에 왓챠 인수라는 카드를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토종 OTT 기업 인수 그 자체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
2~3년간은 옥석 가리기를 통해 생존한 기업에 투자하는 게 조금 더 안전할 것이다.
결국 왓챠의 독자 생존은 버거웠다.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하든, 경영권 매각에 나서든 결국 왓챠의 운명은 냉정한 시장 논리에 따라 결정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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