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점수에 가려진 한국의 읽기 실태는 어떨까요?
매튜 효과 (어떤 일에 성패를 결정하는 핵심 능력이나 자원의 격차가 성취 격차를 갈수록 심화 시키는 양극화 현상.
빈익빈 부익부 현상)가 양극화된 집단의 값으로 표출되면 구조적인 학력 격차가 나타납니다.
리터러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납니다.
잘 읽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사이에 좁히기 어려운 리터러시 격차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격차는 학업 수행의 결과로서 표현되는 ‘성취 격차’이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아이들이 그간 학교에서 어떻게 배웠는지를 반영하는 일종의 '학습 격차’이기도 합니다. 또 근본적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학교 안팎의 생활세계에서 경험한 ‘기회 격차’입니다.
평균 점수는 언제나 그 이면에서 작용하는 다양한 맥락적 요인들을 면밀하게 고려해야만 비로소 그 의미가 온전하게 살아납니다. 교육의 효율성을 생각해 봅시다. 한국은 교육에 상당히 많은 돈을 쓰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OECD 국가의 평균 교육비는 약 8만9천 달러인데, 우리나라는 학생 한 명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미국 돈으로 약 10만 달러를 투자합니다. 미국, 핀란드, 노르웨이 등의 수준입니다. 한국처럼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 아낌없이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다. 교육비 투자와 학업 성취도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OECD 평균을 넘어서면 이러한 상관관계 역시 급격하게 약화된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우리만큼 투자하지 않는 나라들의 아이들도 우리 못지 않게 잘 읽는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경우 통계에 잡히지 않는 엄청난 규모의 사교육까지 덧붙이면 사실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는 공부에 돈도 많이 쓰지만 시간도 많이 씁니다.
설문 조사에 의하면 한국은 주당 50시간 이상을 공부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읽기 시험의 평균 점수가 한국과 비슷한 나라 중 홍콩, 마카오, 아일랜드, 폴란드, 캐나다, 덴마크, 대만, 미국 등은 학업 시간이 OECD 평균인 45 시간 내외입니다.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영국, 호주, 일본 등은 40시간 정도입니다.
핀란드나 독일은 주당 평균 학업 시간이 35시간 정도이지만 한국과 읽기 성취도 면에서 대등합니다.
한국과 비교할 만한 나라 중 학업 시간이 50시간 이상이라고 보고한 나라는 싱가포르와 중국뿐입니다.
그런데 중국과 싱가포르는 우리보다 평균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습니다.
긴 학업 시간이 잘못은 아니지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자국의 공교육 개혁을 주문하면서 한국 학생들의 공부량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쏟아부은 시간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한번쯤 왜 그렇게 된 것인지에 대한 질문들,
즉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공부하는가, 또 제대로 공부하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경쟁의 공간이 되어 버린 학교
“학교는 협력하는 곳인가 아니면 경쟁하는 곳인가?”
한국 학생 중 절반 이상은 학교를 협력의 공간이 아니라 경
쟁의 공간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경쟁의 문화 공간으로서의 학교에 더 익숙하고,
경쟁 환경에서 더 잘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협력을 중시하는 학생들의 비중이 53퍼센트로 OECD 평균 63퍼센트에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반면 우리에게 익숙한 선진국들은 거의 모두 이 응답에서 평균보다 훨씬 높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건 조금 생각해 볼 만한 결과입니다.
학생들이 학교에 대해 가지는 일종의 문화적 모형cultural model'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적 모형이란 어떤 집단이나 현상, 일 등에 관하여 한 개인이 문화적으로 습득한 경험적 관점을 뜻합니다.
가령 '공부는 외우는 것이다' '공부는 오래 앉아서 하는 것이다' '공부는 이기기 위한 것이다' 같은 공부에 대한 선입견이나 잘못된 개념은 그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터득한 편협한 문화적 모형에 기인합니다.
협력 학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협력은 비효율적이다' 같은 협력이 자신에게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경험이나 '협력은 시간 낭비고 귀찮은 것이다' 등의 가치를 얄팍하게 파악하는 주변인들의 말들을 통해서 얻게 된 부정적 문화적 모형에 뿌리를 둡니다.
문화적 모형은 어지간해서는 잘 바뀌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다양한 생활 경험을 통해서
사람과 세상에 대한 합리적 관점을 형성할 수 있게 돕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경쟁의 공간으로서의 학교란 무엇입니까?
다른 친구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남들보다 앞에 서기 위해서,
100점을 맞기 위해서 공부하는 학교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캐롤 드웩Carol S. Dweck (1946~)의 언어를 빌리자면,
경쟁적 학교 경험은 '고정형 마음가짐fixed mindset'을 조장합니다.
성장보다는 승패와 줄 세우기를 중요시하는 태도와 관점 말입니다.
이렇게 외부에서 공부의 힘을 찾는 정체된 마음으로 지탱되는 학습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승패와 줄 세우기가 중요하지 않은 훨씬 더 고차원적인 배움의 환경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협력의 공간으로서의 학교란 무엇입니까?
친구들과 협력하면서 공부하고, 서로의 공부가 모두의 이익에 기여하는 배움의 기회로 가득 찬 학교입니다.
드웩의 이론에 의하면 이런 학교는 학생들이 성장형 마음가짐 ‘growth mindset'을 가질 수 있도록 북돋습니다.
점수와 순위보다는 배우고자 하는 것의 성취와 숙달을 더 중요한 태도로 생각합니다.
남이 아닌 나, 그들이 아닌 우리 안에서 스스로의 목적을 세우고 정진하는 학습 동기는 더 견고하고 오래갑니다.
경쟁의 학교 인식을 지닌 아이들을 볼 때, 우리 중 누구도 이것이 전적으로 그들의 문제라고 탓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을 포함해 우리 아이들이 적어도 12년 동안 그렇게 배우고 경험해서지, 원래 그들이 경쟁적 학습자 성향을 가지고 있다거나 멀쩡한 학교의 일들을 경쟁적이라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닙니다.
경쟁의 학교 인식은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좁게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학교의 문제이며, 넓게는 우리의 교육과 사회의 문제입니다.
*인용서적: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조병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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