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하고 건강한 오피스 사무환경이 최근 4가지 트렌드로 주목을 받고 있다.
1. 개방형 공간과 폐쇄형 공간의 균형: 직원이 컨디션과 업무에 따라 업무공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함
2. 인체공학적 가구: 높이를 조절하는 책상, 인체공학적 의자를 제공하고 사용법을 숙지시킴
3. 따뜻한 사무가구: 가정에서 쓸 법한 부드러운 곡선의 가구, 패브릭 재질 등을 사무가구에 적용
4. 채광, 공기질, 소음: 권위의 상징이었던 창가 쪽 자리를 전 직원이 공유하는 추세. 식물과 소품을 직원들 스스로 배치
오피스 환경 혁신을 위한 해외 국내 사례는?
해외 오피스 환경 혁신 기업
2015년 9월,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사옥을 소개했다. 자신이 직접 신사옥을 소개하는 영상을 촬영해 ‘페이스북 본사에서의 첫 라이브 비디오’라는 제목의 투어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저커버그는 팀들이 함께 얼굴을 맞대고 모여서 일할 수 있는 완벽한 엔지니어링 공간을 의도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벽 구획을 최소화한 개방형 오피스를 만들었다. 칸막이 없는 거대한 원룸이라고 불리는 페이스북 신사옥은 축구장 7개 규모로 (약 4만 ㎡) 하나의 층을 사용하는 개방형 오피스로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규모다. 페이스북 신사옥에는 사장실도 따로 없다. 가장 좋은 조망과 채광이 가능한 위치를 차지하던 사장실이 구성원들의 업무공간 사이로 녹아들어간 것이다.
2023년 여름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위치한 페이스북 본사에 들어섰을 때 생각했던 만큼 사무공간이 한눈에 조망되지 않아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거대한 원룸이라는 개념이 적용됐으니 사무실이 한눈에 들어올 것이라던 기대가 무너진 것이다. 여기에 페이스북 신사옥의 비밀이 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가로 막는 벽 구획은 없지만 업무공간 사이에 회의실과 키친, 집중공간, 모성공간 등의 지원공간이 적절하게 배치돼 있다. 또 동선은 직선이 아니라 유기적인 형태로 계획돼 있어 업무공간의 시각적인 노출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있었다. 구성원들 간 협업을 지원하기 위해 벽 구획은 최소화해 개방형 오피스의 이점은 가져가되 집중과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구성원들을 위해 업무공간의 시각적 노출도 세심하게 고려한 것이다.
기업의 문화와 경영전략을 담고 구성원들의 생산성을 지원하는 사무환경을 구축한 기업의 사례는 비단 페이스북뿐만이 아니다.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이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신사옥의 일부는 거대한 식물원을 연상하게 하는 식물로 가득한 유리온실이 시애틀의 도심 한가운데에 만들어지고 있다. 아마존은 이곳을 ‘바이오스피어(biosphere·생물권)’라 이름 붙이고 전 세계에서 가져온 수만 그루의 나무와 식물들로 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이 도심 속에 진짜 아마존을 만든 셈이다. 아마존은 바이오스피어를 홍보관이나 쇼룸 같은 대외적인 공간이 아니라 구성원들을 위한 복지공간의 하나로 계획했다. 이곳은 구성원들이 자기 자리에서 잠깐 나와 도심 속 산림욕을 즐기는 이색적인 경험과 자연이 주는 쉼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재충전의 공간이다. 설계를 맡은 NBBJ는 자연환경에 노출되면 쉽게 마음이 안정되고 더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인간 본성을 쫒아 아마존 구성원들이 더 좋은 기분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내도록 도와주는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국내 오피스 환경 혁신 기업
새로운 오피스 환경에 대한 기업의 시도는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 삼성동의 파르나스타워로 동북부지사를 이전한 GS리테일은 코로나 재택 근무 이후로 다양한 시간대에 자유롭게 출근한 인원들이 개인 업무를 처리하는 비율이 높아 업무공간도 마련해야 했다. GS리테일은 이 점에 착안해 필요에 따라 다양한 규모의 회의공간과 업무공간으로 호환해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오피스를 도입했다. 공간의 구획을 변경할 수 있는 무빙월(moving wall)과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이동식 데스크를 배치해 사용자가 이용목적에 따라 넓게 개방된 대공간이나 작은 규모로 나뉜 소규모 회의 공간으로, 또는 업무공간으로 조절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간의 구획과 내부의 가구 구성을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재조정해 능동적으로 사무환경을 계획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솔루션은 업무특성을 면밀하게 반영한 계획안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자리를 옮겨 다니며 일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간 이용효율 또한 높이는 효과도 있다. GS리테일 동북부지사는 조망이 좋고 천장이 높아서 쾌적한 느낌을 주는 자리에 계단형 의자와 편안한 소파를 놓았다. 구성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곳에서 자유롭게 만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창의협업공간’을 만든 것이다. 혼자만의 휴식이 필요할 때 편안하게 누워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1인 휴게공간도 두어서 구성원의 재충전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효율적으로 일하고 창의적으로 소통하는 기업의 문화를 더욱 공고히 하고자 하는 전략을 사무환경을 통해 구현한 사례다.
오피스 환경이 기업 혁신에 중요한 이유
오피스 사무환경은 한 기업의 경영철학을 담아내는 그릇이며, 또 구성원들의 생산성을 직접적으로 견인하는 기업경영의 핵심 전략의 하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런 인식은 비단 사무환경을 디자인하거나 사무환경 전략을 연구하는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는 신념은 아니다.
사회심리학자 론 프리드먼(Ron Friedman)은 저서 <공간의 재발견(토네이도, 2015)>에서 “기업의 생산성과 창의성은 개인 역량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을 둘러싼 사무환경과 조직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경영학 교수이자 동시에 유명 팟캐스트의 진행자이기도 한 데이비드 버커스(David Burkus)도 새로운 경영의 방법을 역설한 <경영의 이동(한국경제신문사, 2016)>에서 사무환경을 주요 경영 전략의 하나로 다루며 개방형 사무실에 대해 다양한 고찰을 풀어냈다.
퍼시스가 국내 대기업 종사자 약 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분석 결과에 따르면 사무환경 만족도와 업무 및 조직만족도 사이에는 높은 상관관계(r=0.51)가 있다.1 두 항목간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좋은 사무환경과 업무 및 조직 만족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음은 확실하다. 하나가 좋아지면 다른 하나도 좋아지는 상호 보완 효과가 있다고 보여지는 대목이다.
미국의 사무직근로자 9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도 있다.
사무환경에 대한 평가지표로 사용자들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프로그램의 계획 정도, 각 공간의 배치 적정성, 인체공학적인 가구, 공기질과 채광 등의 요소를 설정했더니 여기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일수록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최근 3년간 평균이익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100점 만점에서 91점 이상을 받은 그룹의 기업들의 이익률이 28.2%였고, 40점 이하를 받은 그룹의 기업들은 약 14.4%였다. 역관계도 성립했다. 더 좋은 경영성과를 내는 기업을 선정해 상위 그룹으로 꼽힌 그룹의 기업 구성원이 보이는 차이점을 분석한 결과, 좋은 경영성과를 보이는 기업 그룹의 구성원들일수록 사무환경에 더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그룹의 구성원 중 82%가 사무환경에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한 반면 하위 기업의 경우 43%에 그쳤다.
이처럼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좋은 사무환경은 기업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기업의 높은 생산성과 성과는 다시 직원들을 위한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매일 최소 하루의 8시간 이상을 보내는 공간이 업무효율은 물론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까지도 배려할 때 구성원이 자신의 업무 일과 회사에 더 만족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좋은 사무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단순히 보기 좋은 사무실을 만드는 심미적 요소가 아닌 직접적으로 자기 일에 대한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증진시켜 이를 업무 생산성으로 연결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트 오피스 환경 전략이 필요한 이유
기업의 전략에 부합하는 효과적인 사무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해답은 바로 그 공간을 직접 사용하는 구성원으로부터 시작한다. 오피스 환경의 평가 기준이 기존의 공간 기능의 측면에서 구성원들의 창의와 혁신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이끌어내는지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오피스는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으로 인식됐다.
직원들이 하는 일도 단순했고 업무기기 또한 컴퓨터와 전화가 전부였기에 오피스는 네모반듯하고 정형적인 모습이 주를 이뤘다. 관리하기 쉽도록 가구도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하고 동일한 공간에 최대한 많은 인원을 배치해서 공간이용 효율을 높이는 것이 최대의 미덕이었다. 하지만 이젠 사람과 사물, 공간이 모두 연결되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데이터 산업의 시대, 지식산업의 시대로도 불리는 진화의 시대인 만큼 구성원들이 수행하는 업무특성도 다양해지고 업무에 활용하는 기기도 다양해졌다. 동시에 경쟁이 심화되고 복잡해지는 경영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성원들의 창의와 자율을 기반으로 하는 생산성 향상이 기업경영의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사무환경은 단순히 일을 하는 공간이라는 물리적 의미를 넘어 구성원들의 업무특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반영하는가, 구성원들이 얼마나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가에 대한 솔루션을 담은 기업의 경영전략의 하나로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날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사무환경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심도 있는 연구가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오피스 사무환경이 최근 4가지 트렌드
스마트하고 건강한 오피스 사무환경이 최근 4가지 트렌드를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1. 개방형 공간과 폐쇄형 공간의 균형
2. 인체공학적 가구
3. 감성적 사무가구
4. 채광, 공기질, 소음
1. 직원에게 공간 선택의 자율성 부여(개방형vs폐쇄형)
오피스 디자인 트렌드는 비즈니스 트렌드를 반영한다.
비즈니스 트렌드가 인재를 위한 경쟁,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직원구성, 혁신 촉진, 24시간 연결성, 복잡성 관리, 토지이용의 효율 등으로 변화함에 따라 오피스 디자인 트렌드도 열린 공간과 닫힌 공간의 균형, 업무 형태의 다양성,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 직장에서의 웰빙으로 흐르고 있다.
열린 공간으로 구성된 ‘오픈 오피스’ 구조는 협업과 소통을 촉진하는 대표적인 사무환경 전략이다.
사무환경을 새롭게 구축하는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디자인 전략 중 하나다.
열린 사무환경은 실제로 구성원들 상호 간의 협업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구축 비용도 절감된다는 관리 측면의 이점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오픈 오피스가 보편화됐는데 동시에 오픈 오피스가 가지는 맹점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과도하게 개방된 오픈 오피스는 협업 업무에는 유리하지만 보안이 필요한 업무나 집중해야 하는 업무를 해야 하는 구성원들에게는 시각적·청각적 프라이버시를 침해해서 스트레스를 유발시키고 오히려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연구결과로 보고되기도 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향을 제시하는 재미있는 실험이 하나 있었다.
TBWA 샤이엇데이컴퍼니의 수장 제이 샤이엇은 사무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시험해 보고자 했다(1990년 대 중반, 애플의 ‘Think Different’ 광고 캠페인을 비롯해 많은 브랜드 아이콘을 만들어낸 광고회사다). 사무실의 구조를 오픈 오피스의 극단까지 밀어붙여 구성원들의 생산성을 실험해 보는 것이었다. 샤이엇이 구상한 새로운 사무환경 전략은 사무실의 모든 벽과 칸막이, 책상과 개인 컴퓨터를 없애고 공용 책상과 공용 컴퓨터를 쓰게 해 궁극의 열린 사무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대와 다르게 새로운 사무환경은 다양한 문제점과 구성원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새로운 사무환경을 소화하기에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이나 인식이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직원은 다음 날도 계속 같은 컴퓨터를 쓰기 위해 밤새 그 컴퓨터를 숨겨두기도 했고 다른 직원은 아침 일찍 도착해 노트북을 대여받은 후 자신의 사물함에 보관해 놓고 몇 시간 후에 업무를 시작하기도 했다. 또 업무공간의 구획이 다 사라져 과다한 소음에 노출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였다.
샤이엇의 새로운 오피스는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실패로 판정 내려졌다. 그러자 샤이엇은 오픈 오피스의 정반대의 개념인 전통적인 폐쇄형 사무공간, 즉 벽과 구획으로 나뉘어진 사무환경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이 또한 실패로 돌아갔다.
결론적으로 사원들은 업무형태와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오픈형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때로는 집중할 수 있는 폐쇄형 공간이 업무효율을 높인다고도 느꼈다. 즉 좋은 사무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사무실이 개방형이어야 하는가, 폐쇄형이어야 하는가의 논의를 넘어 기업이 일하는 장소와 방식에 대해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는지가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실험이었다.
집중을 돕는 닫힌 공간과 협업을 촉진하는 열린 공간을 고루 배치해 선택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공간전략의 중요성은 퍼시스가 세계적인 건축설계 및 오피스 디자인 기업 겐슬러(Gensler)와 함께 세계 주요도시, 다양한 산업군, 200개 프로젝트 사례 분석을 통해 사무환경의 주요 트렌드를 연구한 리서치 보고서 ‘Workplace Planning Trends Report’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회문화와 산업의 거시적 동향과 연결해 도출한 사무환경의 트렌드 중 ‘열린 공간과 닫힌 공간의 균형 있는 공간계획(Open and Closed in Balance)’이 현명한 사무환경을 구축하는 데 선결돼야 할 우선 과제이자 중요한 트렌드로 분석됐다. 겐슬러가 4000명의 사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혁신적인 업무성향을 보이는 그룹의 구성원들은 그렇지 못한 그룹의 구성원들보다 일할 공간과 방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더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또 다양한 공간이 구성돼 있어 스스로의 업무를 가장 최적으로 지원해주는 공간을 선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일할 공간을 선택할 수 있을 때 구성원들의 업무집중이 높아져 업무방해로 인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혁신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지금까지 소개한 사례와 연구결과를 보면 집중할 수 있는 공간과 협업할 수 있는 공간들을 다양하게, 균형 있게 구성해서 업무 특성과 필요에 따라 직원이 자율적으로 일하는 공간과 일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강하고 효율적인 사무환경의 첫 번째 고려사항임을 알 수 있다.
2. 높이 조절 책상: 체형과 신체리듬에 따라 선택
인간공학적으로 계획된 건강한 사무환경은 구성원들의 업무 효율 및 생산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개인의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에도 중요한 요소다. 2016년 10월 독일에서 열린 사무가구 박람회 ‘올가텍(ORGATEC)’에서는 건강한 사무환경을 위해 다양한 솔루션을 탑재한 가구들이 출품돼 눈길을 끌었다. 이는 직원의 건강을 배려하고자 하는 기업의 니즈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4
특히 높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들이 돋보였다. 아무리 좋은 의자라도 오래 앉아서 일하는 것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서서 일하는 ‘스탠딩 데스크’들이 먼저 등장했고 이제는 높이 조절이 가능한(height-adjustable) 책상들이 나왔다(퍼시스에서는 이를 ‘모션데스크(motion desk)’라 부른다). 최근 방송된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1시간만 앉아 있어도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이야기가 나와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직장인들의 경각심을 크게 일으켰다. 또한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는 복부비만을 일으키는 주요인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계속 서서 일하면 그에 따른 피로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앉아서 일하는 자세와 서서 일하는 자세를 쉽게 오갈 수 있는 높이 조절 책상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특정 직군에 한정된 솔루션이 아니라 오피스에서 오랜 시간 앉아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무직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높이 조절 책상 사용 한 달 후, 사용자의 신체 변화를 측정한 결과 혈당 수치가 감소하고 혈관 내피 세포가 건강해지면서 한국인 사망 원인인 심혈관·뇌혈관 질환 및 당뇨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5 생산성 증가 효과도 있다. 미국에서 콜센터 직원 170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진행한 연구에서는 높이 조절 책상 사용 후 각 상담직원이 한 시간에 성공한 서비스 콜의 횟수로 평가한 생산성이 46% 증가했다.6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페이스북 본사는 전 직원에게 모션데스크를 제공했다. 국내에서도 예전에는 연구부서 등 특정한 직군을 위해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한국코카콜라, 네슬레코리아, 플레이독소프트처럼 전 직원이 사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높이 조절 책상을 도입할 때는 주의사항도 있다.
첫 번째는 소음과 안전성이다.
책상의 높낮이를 조절할 때 필연적으로 진동과 소음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조용한 사무실’의 소음 기준은 약 40dB이고 일반적인 사무실의 소음 기준은 50dB다. 높이 조절 작동 시 진동이 없는지, 소음이 50dB을 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안전사고 예방도 중요하다. 움직이는 기계는 항상 사고 위험이 따른다. 무거운 책이나 컴퓨터 등이 올라가는 사무용 책상도 마찬가지다. 높낮이 조절 중 상판이 장애물에 부딪히는 등 위험 요인이 발생했을 때는 움직임이 멈춰야 한다.
두 번째는 임직원들의 수용여부다.
높이 조절 책상 사용으로 인해 사무환경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미리 인지해야 한다.
이런 책상을 사용하면 각자의 필요에 따라 누구는 일어서고 다른 누군가는 앉아 있게 되는데 처음에는 다들 앉아 있는 공간에서 혼자서만 일어서는 행위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또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일어섰을 때 자신의 눈에 들어오게 되면 시각정보의 양이 늘어나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높이 조절 책상이 주는 장점에 비하면 큰 문제가 아니며 시간을 두고 적응해야 할 문제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간공학적인 사무환경 구성하기 위해서 책상만큼 중요한 것이 의자다.
좋은 사무용 의자에는 3가지 요건이 있다.
첫째, 앉았을 때 허리에 가중되는 하중이 의자로 분산될 수 있도록 요추를 단단하게 지지해주는 럼버 서포트(요추지지대)가 적용된 의자가 좋다.
둘째, 다양한 자세와 움직임을 취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의자에 앉아 있을 때는 인체의 활동이 줄어 혈액순환이 저하된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일을 많이 하지 않아도 금세 피로를 느낀다. 인체의 움직임에 따라 좌판과 등판을 다양한 각도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좋다.
셋째, 의자는 신체의 면적이 많이 닿는 가구이기 때문에 등판, 좌판의 설계와 재질도 고려해야 한다. 먼저, 좌판의 앞부분이 무릎 아래쪽의 높이보다 낮고, 그 아래쪽이 라운드 형태로 마무리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설계된 의자는 원활한 혈액 순환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준이다. 좌판의 쿠션은 약간 딱딱한 정도가 좋다. 지나치게 푹신하거나 딱딱한 의자에 앉으면 혈액순환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높이 조절 책상, 인체공학적 의자 등 직원의 건강과 생산성 향상을 돕는 가구를 도입할 때는 심리적인 요인도 중요하다. 인간공학적인 가구를 제공하는 것은 구성원들이 더욱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도 있지만 여기에 더해 회사가, 경영자가 구성원들의 업무환경과 복지를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부수적 효과도 갖는다. 즉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줄 수 있다. 다만 이때 좋은 책상과 좋은 의자를 고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사용자가 의자의 기능과 효용을 충분히 인지하는 것이다.
인체공학적 사무가구를 사용하는 사람은 의도적으로 다양한 자세를 취해가면서 일해야 한다. 지금 자신이 앉아 있는 사무실의 의자를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필자들이 다양한 기업을 방문해보면 고가의 인체공학적인 의자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늘고는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의자의 럼버서포트나 등판 기울기 조절 장치에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는 모습을 본다. 아무리 좋은 의자도 사용자가 자신의 체형에 맞게 세팅을 하고 스스로 다양한 자세로 바꾸면서 일해야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비싼 의자나 책상을 사준 다음 조직원들이 각자 알아서 이를 활용하기를 기대하지 말고 회사 차원에서 인체공학적 가구 활용법을 적극적으로 교육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3. 감성공간 프로그램과 디자인
지난 2013년 해외 조사기관이 15개국 50만여 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업무 스트레스(41%)가 직장과 개인생활에서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조사됐다.7 적당한 스트레스는 업무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지만 과도한 긴장이 지속되면 실수가 잦아지고 업무효율은 오히려 떨어진다. 오피스에서는 긴장과 스트레스를 적절히 이완할 수 있는 공간과 디자인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예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다양한 복지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사무실 디자인에 있어서도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딱딱하고 경직된 디자인보다는 집처럼 편안한 감성을 담은 디자인을 적용하는 추세다. 편안한 감성을 담은 공간과 디자인은 업무로 경직된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올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사무가구 박람회 ‘네오콘(Neocon)’에서도 이런 추세가 확인됐다. 가정의 편안하고 따듯한 분위기를 업무공간에도 적용한 다양한 가구와 공간구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 거실의 TV 앞에 있으면 좋을 듯한 폭신한 소파, 둥글둥글한 패브릭의 스툴(등받이 없는 의자)은 물론 업무공간의 스크린이나 책상 서랍의 손잡이에도 팰트와 같은 패브릭 재질을 적용해서 따뜻한 감성을 더한 사무용 가구들이 눈에 띄었다. 집과 같이 편안하고 따듯한 감성의 오피스를 만들기 위해서 직물 재질의 가구뿐 아니라 식물을 배치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식물을 배치한 사무환경의 효과를 검증한 연구가 있다. 잎이 넓고 높이가 90㎝인 식물을 사무공간 곳곳에 배치했다. 평균 5개 책상당 3개 식물을 놓아두되 각각의 자리에서 적어도 2개 식물이 바로 시야에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실험 결과, 식물이 배치된 오피스는 구성원들의 행복감을 증진시켜 생산성을 15%까지 높여주는 것은 물론 식물 없이 질서정연하게만 정리된 업무공간에 비해 사무환경 만족도가 4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린 오피스’가 정신과 정석적으로 일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식물을 활용한 사무환경에 대한 투자가 구성원들의 정서적 만족도 증가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결과로 돌아온 셈이다.
더욱 흥미로운 실험 결과는 영국 카디프대와 엑스터대 등의 연구진이 사무직 회사원 2000명을 대상으로 실험해 2014년 발표한 논문이다. 사무실을 ‘꾸밈 없이 단순하고 정돈된(lean)’ ‘식물과 소품으로 잘 꾸며진(enriched)’ ‘식물과 소품을 선호에 맞게 배치할 수 있는 자율권이 부여된(empowered)’이라는 3가지 형태의 공간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경우 직원들의 생산성을 조사했다. 실험 결과, 식물과 소품을 활용해 집과 같이 편안하고 따듯한 감성으로 꾸며진 공간(enriched)의 직원 생산성이 17% 높게 나타났으며 식물과 사진을 활용해 직접 사무환경을 꾸밀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을 경우(empowered)에는 생산성이 32%까지 높아졌다. 사람들은 딱딱하고 경직된 오피스보다 좀 더 가정과 같이 편안하게 잘 꾸며진 오피스에서 일할 때 높은 생산성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런 공간을 직접 꾸밀 수 있는 자율권까지 갖게 되면 더 큰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더 생산적으로 일한다. 한국의 기업들도 사무공간 개선을 위해 식물을 적절히 배치하는 추세인데 회사에서 일괄적으로 구매해서 배치할 것이 아니라 해당 공간에서 근무하는 조직원들에게 직접 식물과 소품을 선택하고 배치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면 같은 비용으로 훨씬 큰 생산성 향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4. 공기, 빛, 소음, 열
건강한 오피스를 위한 마지막 전략은 공기 환경의 유해성을 관리하고 빛·음·열 등의 환경인자들을 권장수준으로 맞추는 것이다. 이는 건강하고 효율적인 사무환경 구축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요소다.
채광과 좋은 조망을 누릴 수 있는 창가 측 오피스는 전통적으로 조직 내에서의 권위를 상징했다. 고위직일수록 전망이 좋고 빛이 잘 드는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무환경에서 채광과 조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조직문화가 점차 수평적으로 진화하면서 최대한 많은 직원들이 자연 채광과 조망을 누리도록 창문 근처를 구성원들을 위한 공간으로 계획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채광과 전망을 접할 수 있을 때 구성원들이 느끼는 사무환경 웰빙지수가 15%, 창의 기반의 업무생산성이 6%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공기질은 직원이 쉽게 불쾌감을 느끼고 불만을 갖기 쉬운 환경인자다. 현대의 인텔리전트 빌딩은 자동 냉난방 및 공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건축자재와 가구, 복사기 같은 OA 기기, 또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각종 유해물질들에 의해 실내 공기환경이 열악해지기 쉽다. 신선한 공기가 공급되면 병든건물증후군(SBS·Sick Building Syndrome) 같은 질병은 쉽게 예방할 수 있다. 노동부가 권고하는 환기 횟수는 시간당 4회 이상이다. 회사는 구성원들이 업무 중에 의도적으로 창문을 열 수 있도록 권장하는 것이 좋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연구진이 한 콜센터에서 수행한 실험이 있다. 현장 측정 결과, 1인당 환기량이 초당 22.7리터인 경우에는 초당 9.8리터인 경우보다 상담원의 작업능률이 약 6% 정도 높아졌다. 또 상담원들은 실내 공기질의 개선이 평균 4%의 업무능률 향상을 가져왔다고 답했다.11 환기는 공기질 향상을 위해 가장 간단하고도 효과가 높은 방법이다. 새로운 사무환경을 계획할 때 건물의 공조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는지, 창문을 자율적으로 여닫을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환기창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에는 건축물의 공조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실내에 식물을 배치하거나 공기청정기 같은 국부 장치를 활용할 수 있다. 또 유해 물질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E0 등급의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 사무가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소음은 스트레스 유발과 가장 관계가 높은 인자다. 소음의 지속적인 발생은 직접적인 업무방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과도한 소음이 지속되면 생산성이 66%까지 떨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12 오피스의 소음조절을 위한 대표적인 방법은 음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흡음처리가 된 마감재를 이용하는 것이다. 카펫이 흡음을 통한 소음저감의 대표적인 예다. 카펫은 PVC 타일 대비 비용은 높지만 소음저감은 물론 고급스러운 느낌도 주고 안정적인 사무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최근 건설되는 대부분의 인테리전트 오피스 빌딩은 바닥에 카펫을 까는 추세다. 수도권 연면적 3만 ㎡ 이상의 신축 오피스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90% 이상의 기업에서 타일형 카펫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펫은 사무공간에서 발생하는 통행이나 대화로 인한 소음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이점 외에도 실내 공기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흔히 카펫은 먼지와 냄새를 유발하고 공기질을 악화시킬 것 같지만 실제로는 카펫 표면의 원사가 공기 중의 먼지와 유해물질을 잡아둬 공기질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이렇게 잡아둔 유해물질은 진공 청소 시 배출된다. 다만 카펫은 유지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반드시 따른다.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은 카펫은 잡아두고 있는 먼지와 유해물질이 누적돼 냄새와 먼지를 발생시켜 오히려 구성원들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카펫은 소재의 강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5년에서 8년이 지나면 새로운 카펫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건강한 사무환경 구축 단계적 접근법
지금까지 사무환경 디자인의 주요 트렌드를 살펴봤다.
그럼 이번에는 기업의 실제 사례를 통해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는 새로운 사무환경을 구축할 때 조직의 어떤 부서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1단계 사무환경 개선의 성공을 좌우하는 TF조직 만들기
사무환경 개선 시 가장 선행해야 하는 일은 적절한 인력으로 TF팀을 꾸리는 일이다. TF팀의 기획력과 실행력이 사무환경 개선의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적정한 인력으로 구성된 TF팀을 만드는 일은 사무환경 개선을 위한 첫 단추를 바르게 끼우는 것과 같다.
기존에 오피스를 임대해서 사용하다가 신사옥을 건축해 이전을 준비 중이던 기업의 사례를 보자. GS리테일은 인사팀, 총무팀, IT팀, 건축팀, 디자인팀으로 구성된 TF팀을 만들었다. 사무환경 개선 방향은 ‘스마트 오피스’였다. 이런 내부 방침은 있었지만 이 방침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부서마다 달랐다. GS리테일은 일하는 방식과 사무환경을 함께 개선해야 하는 ‘스마트 오피스’를 구현하기 위해 조직의 운영부서인 총무팀, 인사적 측면을 검토해야 하는 인사팀, 업무장비와 기기를 담당하는 IT팀, 실행계획을 꼼꼼하게 챙기는 건축팀과 디자인팀이 모인 것이다.
TF팀은 주무부서와 구성원들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협의체로 구성된다. 주무부서는 사무환경 개선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고, 협의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주기적으로 진행 내용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협의체는 효과적인 프로젝트를 위한 위원회로, 각 부서별 대표 1인으로 구성한다. 오피스 디자인 과정에 폭넓게 참여한 직원일수록 새로운 규범에 대한 변화 수용성이 높으며 새로운 전략과 환경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주무부서와 함께 협의체를 구성하면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협의체에 참여한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새로운 사무환경을 제공받게 되는 다른 구성원들에 대비해 만족도가 높고 책임감 또한 커진다.
또 이 단계에서는 외부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을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현재 사무환경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최적의 사무환경 개선안을 도출하는 일에 외부 전문가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를 결정하는 데는 사무환경 개선의 난이도가 내부적으로 충분히 소화 가능한 수준인지, 아니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준인지를 평가해야 한다. 단순히 사무실을 이전하거나 공간 이용효율을 높이는 차원일 경우에는 내부 인력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GS리테일의 경우는 사무환경의 새로운 방향성을 찾고 계획안을 도출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과 전문적인 분석툴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외부 사무환경컨설팅 인력을 TF에 합류시켰다.
2단계 목표 및 핵심과제 설정
구성원 모두가 ‘사무환경 개선’이라는 동일한 단어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그 목표와 핵심 과제를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기 전까지는 각자 동상이몽을 꿈꾸며 다른 결과물을 기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경영진, TF 구성원, 외부 협력인력 간에 공동의 목표를 수립하고 함께 달성해야 하는 핵심 과제를 선정해 전반적인 기대치를 맞추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GS리테일의 경우에는 ‘우리 기업만의 스마트 오피스를 구축한다’는 목표와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설정했다.
(1) 직무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개인 업무공간과 좌석 운영 원칙 수립
(2) 자유롭게 소통하며 효과적인 협업이 가능한 다양한 미팅 공간 구성
(3) 직원복지와 편의 복합공간 마련
새로운 사무환경을 계획하는 데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원과 제약을 미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단계에서 물리적인 ‘사무환경 성숙도’와 제도 측면의 ‘사무환경 변화 준비도’를 측정해보면 새로운 사무환경 구현을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와 제약사항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 회사가 갖고 있는 것과 동일한 이슈를 효과적으로 풀어낸 다른 기업의 사례, 또는 동일 업종의 기업이나 비슷한 평면 구조를 사용하는 기업의 사례를 분석해 벤치마킹하면 도움이 된다.
3단계 현 사무환경 진단 및 분석
새로운 사무환경 전략을 세우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단계다.
현 사무환경에 대한 정성적, 정량적 분석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수집한 데이터는 전문적인 분석툴을 활용해서 기업 고유의 업무 특성과 조직 특성을 정확하게 도출한다.
GS리테일은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의 방향과 양을 기준으로 총 6가지 유형에 따라 각 부서를 프로파일링 했다.
여기에는 업무 특성은 물론 자기 자리에 앉아 있는 비율을 측정한 ‘재석률’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이 단계에서는 각 공간의 점유율이나 사용행태를 파악하는 관찰조사, 공간의 배치와 면적비율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공간분석, 사용자들의 만족도와 개선방향을 도출하기 위한 서베이와 포커스그룹(FG) 인터뷰 분석 등을 수행했다.
현 사무환경에 대한 구성원들의 만족도는 사무환경지수로 측정했다.
퍼시스의 경우 사무환경지수는 WOPM(Work & Organization Process Measure, 업무 및 조직 프로세스 만족지수로 업무열의 및 동기, 커뮤니케이션 용이성 등의 항목으로 구성)과 WSM(Workplace Satisfaction Measure, 사무환경 만족지수, 주요 사무공간, 사무가구 등의 항목으로 구성)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평가된 각 항목의 등급은 우리 회사 사무환경 개선의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게 해주고, 또 국내 주요 기업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 회사의 객관적인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해준다.
4단계 공간 구성 원칙 수립 및 개선안 도출
이번엔 세부적인 전략과 콘셉트를 계획하는 단계다. 3단계에서 수립한 기업 고유의 업무 특성을 반영한 효과적인 공간 프로그램과 레이아웃, 가구모듈을 이 단계에서 수립한다.
GS리테일은 변동좌석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업무공간의 비율은 줄이되 업무공간을 구성하는 좌석의 유형은 다양하게 계획해서 업무효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또 업무공간을 줄여서 절약된 공간을 우선순위가 높았던 협의공간과 지원공간에 배분했다. 사용자의 다양한 업무행태를 반영할 수 있는 공간프로그램을 확보한 것이다. 이렇게 개선안을 도출한 후에는 업무공간/회의공간/휴게공간 등 주요 공간이 차지하는 면적의 비율을 개선 전과 후로 나누어 비교해본다. 또 공간 전문 분석 프로그램 등을 통한 비교를 통해 개선효과를 미리 검증해 보기도 한다.
퍼시스와 서울대 건축학과 최재필 교수 연구팀이 공동 개발한 OPERA라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구성원 간의 시지각(visual perception) 교류량을 분석해 커뮤케이션, 프라이버시, 동선 이용 효율성에 대한 객관적 해석 및 평가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집중이 필요한 공간은 시지각 노출도와 접근도가 모두 낮은 위치에 배치됐는지 검토하거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회의공간은 물리적으로 통행이 수월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 위치에 배치됐는지 등을 검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5단계 오피스 공간 이용 실행
실행단계에서는 내부 조직의 일정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각 실행 항목의 진행상황과 일정을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각 항목의 외부 실행 인력과의 커뮤니케이션, 일정관리에 중점을 둔다. 특히 초기에 계획한 실행안이 잘 실현될 수 있도록 콘셉트는 물론 각 세부항목의 실행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행 후, 새로운 사무환경 안착을 위해 필요한 캠페인이나 내부 제도를 검토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벤처/스타트업 기업이나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사무직 직원이 자기 자리를 자유롭게 벗어나서 창의 협업공간에서 일을 하거나 휴게공간을 부담 없이 사용하는 문화가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다. 때문에 새롭게 생겨난 공간들의 목적을 정확하게 부여하고 사용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도 새로운 사무환경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창의적인 협업을 위해 만들어 놓은 휴게 라운지가 텅텅 비어 있거나 변동좌석제로 계획했지만 개인 좌석으로 사유화된 업무공간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GS리테일은 구성원들이 변동좌석제가 적용된 업무공간과 다양한 협의 및 지원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사옥에서의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이 새로운 사무환경의 사용법을 쉽게 숙지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를 준비했다. 또 공용 공간에서 불필요한 짐을 정리하는 ‘Clean Day’와 같은 제도도 함께 검토해 나갔다.
6단계 오피스 활용 매뉴널 구성원과 공유
새로운 사무환경은 구성원들의 참여로 완성된다. 새로 계획한 사무공간을 내부 구성원들의 활발한 참여로 채워나갈 때 비로소 사무환경 개선이 완료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사무환경에 대한 콘셉트와 구성을 소개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그 결과물을 공유하는 자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덧붙여 높이 조절 책상이나 인체공학적인 의자 등 고기능 사무가구를 제공했다면 그 사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것도 좋다. 5단계에서 준비한 캠페인과 내부 제도를 공표해서 구성원들이 눈치보지 않고 자유롭게 새로운 사무환경의 공간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GS리테일은 이를 위해 신사옥 입주 시 ‘스마트 오피스 유저 가이드’를 배포했다.
변동좌석제를 적용함에 있어 각 부서가 사용하는 층이나 영역이 정해져 있는지, 또 각자의 업무기기나 서류는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안내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다양한 업무 특성을 지원하기 위해 3가지 형태로 계획한 가구 모듈과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계획된 회의실의 유형과 이용 팁도 제공했다.
7단계 거주 후 리뷰 효과 측정
새로운 오피스에서 일정 기간 거주(사용)한 후 개선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거주 후 평가(POE·Post Occupancy Evaluation)를 실시한다. 사무환경 만족도에 관한 설문조사와 공간 이용현황을 분석하는 관찰조사를 통해 개선의 효용성을 검증하고, 미비한 부분을 찾아내 보완하는 과정이다.
사무환경 개선 프로젝트 사전 설문에서 업무 및 조직 프로세스 만족지수(WOPM)가 다소 낮았지만 사무환경 개선을 통해 사무환경 만족지수는 물론 업무 및 조직 프로세스 만족지수의 동반 상승했다.
미래의 오피스를 상상하다
지금까지 최신 사무공간 트렌드와 사무공간 개선을 실제로 진행하는 과정을 살펴봤다.
미래 오피스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까?
우리 상상의 범주 안에 있는 대안이 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미래의 우리가 깜짝 놀랄 만한 새로운 대안이 보편화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극단적으로 지금처럼 구성원 모두가 한 공간에 함께 모이는 대규모의 오피스 형태는 아예 자취를 감춰버리지는 않을까라는 상상도 가능하다.
2000년 초반만 해도 다른 도시나 해외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거나 교육을 받기 위해 기차나 비행기를 이용해 오랜 시간을 이동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보다 전에는 교통수단과 교통 인프라 자체가 미비해서 국내 출장을 하루 안에 마치기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버튼 한 번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영화 속의 일이라고 여기기도 했으니 시간의 간극만큼이나 오피스의 모습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지금은 어떤가. 오히려 회의를 위해 오랜 시간 이동하는 일이 지구 환경에도 좋지 않고 사람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같은 맥락으로 지금 우리가 오피스라는 공간에서 당연하게 행하고 있는 많은 일들, 예를 들면 정시에 출근해서 자기 자리에 앉아 개인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누르는 일, 회의에 공유할 자료를 USB에 옮기는 일과 같은 일상들이 10년 후, 20년 후에는 추억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오피스가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다양하다.
최근 발달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극 도입된 사무환경의 모습은 어떨지도 궁금하다.
회사 로비를 통과하면 RFID로 출근을 자동 인식하고 내 자리의 조명과 컴퓨터가 자동으로 켜지는 첨단의 기술이 도입될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일할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변해갈 것이다.
물리적 사무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는 IT와 IoT의 발달은 이런 진화에 가속을 붙일 것이다.
기업 경영자 입장에서는 지금의 오피스를 사랑하기 위한 우리 기업만의 전략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지금 우리의 사무환경과 우리의 구성원들을 향한 관심을 키우는 일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 전문 웹사이트 등을 통해 국내외 기업들의 사무환경 구축 스토리를 살펴보는 것도 좋다.
사무환경과 가구의 진화방향을 더욱 가까이 느끼고 싶다면 매년 개최되는 네오콘(미국)이나 격년으로 개최되는 올가텍(독일) 등의 전시회를 방문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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