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빠르게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OECD 37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고령 친화 산업이 새로운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유망 기술로 주목받는 제론테크는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령화사회를 극복하게 해 줄 스마트 기술, 제론테크를 만나본다.
제론테크?
최근 노인학 Gerontology과 기술 Technology의 합성어인 제론 테크놀로지 Gerontechnology, GT라는 낯선 용어가 자주 눈에 띈다. 편하고 보다 나은 노년의 삶을 보내기 위한 환경을 기술이 만든다는 것이다. 노년층은 첨단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습득하고 사용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수면으로 떠올랐다.
독립적이고 행복한 노년의 삶
지금 추세라면 우리나라는 2041년에는 33.4%로 인구 3명 중 1명은 노인이 되고, 2048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37.4%를 차지해 OECD 국가 중 가장 나이 든 나라가 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고령 친화 산업 Senior-friendly Industry에 대한 시장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고령 친화 기술 Seniorfriendly Technology이 새로운 유망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고령 친화 산업은 노년층의 복지 향상을 위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다. 노년층 인구가 늘어날수록 고령 친화 산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또한 최근 ESG가 확산하면서 그 경영의 일환으로도 고령 친화 기술과 고령 친화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초기에는 ‘실버산업’이나 ‘시니어 산업’ 또는 ‘시니어 비즈니스’라고 하던 것이 최근에는 고령 친화 산업이라는 용어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제론테크’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유럽에서는 이미 1989년에 제론테크를 시작했다.
흐라프만스 Graafmans는 노년층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일 연구 분야를 넘어 기술 분야와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최초로 제론테크를 언급했다. 이후 일상에서 노인의 활동을 개선하기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을 논의하는 최초의 콘퍼런스가 1991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개최돼 1997년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가 창설됐다. 제론테크가 집중한 부분은 노년층이 독립적 생활과 사회적 참여를 지속할 수 있도록 건강, 주거, 이동, 커뮤니케이션, 여가 및 노동 등의 영역에서 예방적·보완적 공학 기술 및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로써 나이 들어가는 모든 사람은 건강하고 편리하게 독립적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첨단 기술 활용한 초고령 사회 해법
AI 음성인식과 얼굴인식을 활용한 시니어 돌봄 인공지능 케어 로봇은 대화를 나누고, 함께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사용자를 더욱 편리하게 해주는 스마트 기술의 확산과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의 확산이 고령 친화 산업의 발전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적용이 늘어남에 따라 사용자를 보조하는 기술이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에 앞서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 2022’에서도 제론테크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이 선보였다. CES 측은 최근 소비자의 변화를 스마트, 프리미엄, 서비스로 요약했다. 주요 제론테크 트렌드는 이동의 자유와 작업 보조를 위한 모빌리티, 실내 생활에 도움을 주는 스마트홈, 건강관리와 치료를 담당하는 디지털 헬스의 진화, 가상공간 기반의 서비스와 인터페이스의 확장에 도움을 주는 메타버스의 진화를 꼽았다.
VR헤드셋을 착용하고 렌디버의 알코브에 접속하면 가족과 실시간으로 만나 대화할 수 있다.
특히 메타버스가 발전하면서 제론테크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령층이 흔히 겪는 사회적 고립감을 줄여주기 위한 목적이 우선시 되고 있다. MIT대학교의 스타트업 렌디버 Rendever가 미국은퇴자협회 AARP와 함께 개발한 가상현실 플랫폼 ‘알코브 Alcove’가 대표적이다.
사회적 연결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VR헤드셋을 착용하면 멀리 떨어진 가족을 연결해 사회화를 제공한다. 또 이 플랫폼을 이용해 취미 활동을 즐길 수 있고, 어디론가 멀리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인지 자극까지 얻을 수 있다.
영국은 VR 헤드셋을 사용해 노년층의 치매 위험 정도를 파악하고, 기억을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메타버스의 또 다른 적용 분야는 치매 예방 및 개선이다. 한 예로 영국에서는 치매 환자들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더 웨이백 The Wayback VR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VR을 통해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치매 환자들은 머릿속 깊숙한 곳으로 사라져 버린 기억을 다시 되살릴 수 있다.
이동 돕고, 마음 달래는 동반자 로봇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과 다양한 이동 기기의 발전은 노인 세대의 원활한 이동을 지원하기도 한다.
가정용 자율 이동 로봇 AMR ‘래브라도 시스템즈 Labrador Systems’는 집 안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일상용품을 옮겨주는 등 돌봄 역할을 하는 로봇이다.
케어클레버가 론칭하는 ‘큐티’는 집 안에서 쓸쓸하게 지내는 노약자를 위한 동반자 로봇이다.
더 나아가 로봇의 움직임은 노인의 건강도 지킨다.
간호 로봇 ‘소완Sowan’은 맥박 등을 측정하는 장치를 사람손목에 착용하면 연결된다. 만약 맥박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바로 달려와 소완에 장착된 카메라로 보호자와 연결한다. 노약자를 위한 동반자 로봇 ‘케어클레버 CareClever’는 건강 상태를 살핀다.
호출하면 근처로 오고, 원격 환자 모니터링 기능을 갖춰 집에서 편안하게 의사와 상담할 수 있다. 머리 부분에 설치한 디스플레이 장치를 이용해 멀리 떨어진 가족과도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노인 5명 중 1명은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외로움 담당’ 장관까지 두고 고독에 관련된 전략을 마련할 정도로 노인 정서 돌봄 기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치매 환자 치료 목적으로 개발한 로봇 파로가 대표적이다.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 AIST가 개발한 치료 로봇 ‘파로 Paro’는 대화는 물론, 심리적 안정을 주는 심리 치료용 로봇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일본 쓰나미 피해 노인들의 심리 치료에서 큰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함께 밥 먹고, 함께 잠자는 로봇
제론테크의 발전은 노인에 대한 사회학적 통찰을 과학기술에 접목해 그동안 수동적이고 비활동적이며, 의존적 존재로 노년층을 바라보던 기존 패러다임을 ‘활동적 노화 Active Aging’ 관점으로 전환했다. 제론테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노년층의 학력과 자존감,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 독립적 생활을 유지하려는 태도 등이 과거 세대와 뚜렷이 구분되기 때문에 노인에 대한 기술적 접근이 질병·장애 치료 중심보다는 ‘인간다운 삶의 지속’이란 차원으로 한 단계 높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도 이를 받아들여 “장수는 건강과 사회적 참여, 안전을 지속적으로 영위하는 것이며, ‘활동적 노화’는 이런 비전을 성취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전망도 밝지 않다.
모두들 유망 산업과 유망 비즈니스를 찾고 있는데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고령화 추세에 따라 제론테크와 고령 친화 기술, 고령 친화 산업이 유망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관련기술이 무궁무진하게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시작해 잠이 들 때까지, 아니, 잠이 든 순간에도 제론테크의 기술들이 함께할 날이 올 것이다. 물 온도를 맞춰 목욕물을 받아주고, 식단에 따라 건강식 밥상을 차려주고, 식사 시간에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적적한 시간에는 게임도 함께한다. 잠을 잘 때는 책을 읽어주며, 자는 동안 상태를 파악해 다음 날 인간의 건강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해준다. 기술이 사람의 빈자리를 채우는 시대가 곧 도래한다. 그래서 제론테크 시장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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