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할 이유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습니다.
부의 차이는 곧 노력의 차이라는 것.
과연 그럴까요?
인간의 삶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습니다.
노력하지 않아도 엄청난 행운을 만나서 부를 가지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금 나의 성공이 나의 노력으로 이루어졌고,
그래서 나의 성공은 공정하다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능력과 노력에 따라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건 필요합니다.
그래야 인간의 삶엔 열정이 녹아들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인간의 삶은 능력만으로 모든 게 결정되지 않기에,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능력주의(meritocracy) 한계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개천용 신화’에 가려졌던 것들
때로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증명되는 사례를 부각시키면서 ‘네가 열심히 하면 된다’고 하지만 능력주의의 가장 대표적인 ‘고시’만 봐도 개인 대 개인의 순수한 능력 경쟁인 것처럼 보이지만
고시 준비가 결코 혼자서 가능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수년간 밥 먹고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의 경제적·정서적 환경이 갖춰져야 유리하니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일용직 노동자가
고시의 평등한 동일 출발선에 설 수 없습니다.
자신이 가진 유리한 환경은 당연한 것이고,
타인이 못 사는 이유는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공격하는 것은 폭력에 가깝습니다. 대학 간판 하나만으로 평생을 편하게 살려고 하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입니다.
시험은 완벽하지 않고, 능력주의는 그래서 위험합니다.
능력주의는 또 다른 신분제입니다.
공식적으로 신분제도는 폐지되었지만,
자본주의에서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 교묘히 파고들어 여전히 존재합니다.
자본주의의 출발선에서 모두가 0으로 시작했다면
능력주의는 공정하고 완벽한 법칙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신분제도를 통해 형성된 부는 그대로 세습되어 자본주의는 시작되었습니다.
'시험 만능주의'도 기계적 기회균등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시험에 응시하고, 이에 따른 결과로 승부를 짓자는 의미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시험은 결코 공정하지 않습니다.
개인이 처한 환경이 그 출발부터 공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부자 부모 만나서 편하게 공부하지만,
누군가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들게 공부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시험 당일 완벽한 컨디션으로 응시를 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여러 대중교통을 타고 오느라 최악의 컨디션으로 시험을 봐야 합니다.
시험이 완벽한 공정성(fairness)을 보장하려면 이런 저런 조건이 모두 같아야 합니다.
공정한 시험을 외치지만 부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모두 거세하고 시작하자고 하면 부자들은 무조건 반대할 것입니다.
세습된 자본의 크기가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야수 자본주의 시스템!
상대의 약점을 발판 삼아 성공하는 상대평가 교육시스템!
이 두 시스템이 서로 만나게 되면 ‘기회의 균등’이 애초부터 차단되는
불공정 승자독식만 양산하게 됩니다.
공정성의 상징이 되어버린 능력주의가 실제로는 불평등과 연계되어 있으며, 능력이라는 것 또한 이미 계급화 되었고 세습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능력주의는 한국인의 일상 전체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바꿔야 마땅한 사회 제도·법·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조차 ‘피해자 탓하기’와 ‘책임의 개인화’로 귀결시켜, ‘결국 네가 공부 안해서 그런 거잖아’
이런식으로 말문을 막아 버리는 일이 흔하게 목격됩니다.
“성공해야 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정상에서 만나자”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결국 누군가는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계속 차별과 불평등을 마주하게 됩니다.
정상에 오르는 과정이 이미 공정하지도 평등하지도 않음에도, 능력에 따른 결과는 공정하다고 믿는 ‘능력주의’의 환상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차별을 정당화시키는 능력주의는 ‘지적 인종주의’와 다름없습니다.
인간의 존엄에 대한 믿음, 평등의 토대가 무너진 능력주의는 인종주의와 구별이 불가능합니다.
학생들에게 거리낌없이 ‘너는 1등급이다’, ‘너는 9등급이다’라고 규정”하는 지금 상황이 1960년대 이전 미국의 버스에서 백인은 앞자리, 유색인은 뒷자리로 구분했던 행태와 얼마나 다른지...
지금의 능력주의에 따른 차별이 ‘지적 인종주의’와 뭐가 다른지 의문입니다.
‘지적 인종주의’는 가장 교묘한 가장 알아차리기 어려운 인종주의! 지배 세력이 우월한 학업 성적 그리고 학위와 자격증으로 입증된 지적 우수성을
과거의 특권이나 귀족 타이틀처럼 내세워 자기들이 차지한 지배적인 위치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입니다.
지금 사회는 누구든 ‘노오력’ 하면 된다는 능력주의에 사로잡혀 ‘지적 인종주의’가 가진 문제,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라보지 못하게 합니다.
여기서는 연대도, 교감도 이미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답안지를 감추며 혼자만 정답을 맞춰야 살아남는 서바이벌 경쟁 ,승자독식의 싸늘한 논리만이 존재합니다.
이건 인간사회가 아닙니다. 정글입니다. 한국은 약육강식의 정글 자본주의 사회이고,
시장이 능력있는 인간이 능력없는인간을 잡아먹는 야수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좀 과장하자면 영화 <헝거게임>의 현실판이 그대로 재현된 것입니다.
상대를 꼬꾸러트려야 생존하는 잔인한 서바이벌 게임에서 연대의식,약자에 대한 배려,협력정신은 너무 먼 남의 나라 얘기일 뿐입니다.
능력주의,성과주의 잣대로
어렵게 그 좁은 틈을 통과해
살아남은 나의 성공은...
"과연 공정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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