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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조 감독, 영화 ‘녹턴’ 정보 제작진 인터뷰

by 산골 피디 2022. 8. 28.

개봉이 꿈만 같았던 그 영화가 꿈처럼 정말 꿈처럼 개봉됐다. 그에게 이 영화는 꿈이었고 자비를 털고 대출을 받고 영혼을 온전히 갈아 넣을 만큼 절실한 꿈이었다. 정관조 감독을 20여 년간 지켜본 나로서는 그저 옆에서 응원을 해 줄 뿐이었다. 촬영 원본을 보관하고 옮겨 담을 외장하드 비용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를 때 함께 안타까워한 게 전부였다. 그렇게 힘들었던 영화가 드디어 11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11년 동안 자폐 스펙트럼 발달 장애인을 피아니스트로 키워낸 영화 녹턴 출연진 가족의 이야기만큼이나 영화 같은 영화 녹턴 제작진 정관조 감독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인터뷰 구성으로 추렸다.

정관조 감독

다큐 영화 녹턴 출연진은 자폐 발달장애인 가족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피아니스트 성호, 엄마인 민서, 그리고 동생 건기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 ‘녹턴’이 2022년 8월 18일 개봉했다. 이 다큐멘터리 작품을 촬영한 정관조 감독은 이 작품으로 제42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비극 속에서도 홀로 아름다운 그 음악’이라는 영화 포스터의 카피처럼, 이리도 잔혹한 운명 속에서도 아름답게 빛나는 관계 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이 작품을 연출한 정관조 감독과 11년 동안 제작 스토리. 배경에 대해 인터뷰를 들어봤다.


코로나 시기에 개봉하게 된 스토리

코로나 시국을 뚫고 개봉을 앞두게 됐는데 영화 배급과 관련해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 전에도 개봉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포기하거나 아니면 무산되었다. 영화가 완성된 지 3년이 되어 더는 미룰 수 없게 되었고, 이렇게라도 빛을 보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자폐 스펙트럼 피아니스트 선택한 이유

다큐멘터리 연출자로서 인간과 사회에 대해 늘 관심을 갖게 마련인데, 나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뇌’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의학 다큐를 할 때는 치매라든지 우울증 관련 소재를 많이 다뤘는데, 인간의 뇌가 참 신비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레인맨’, ‘뷰티풀마인드’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면서도 순수하고 의지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우리 주인공 성호도 음악을 잘하고, 참 맑고 순수한 사람이다. 게다가 그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그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녹턴’ 차별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좋은 드라마다.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내세워 세상에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공감의 폭을 넓히고 있다. 우영우는 사실 자폐가 있어도, 혹은 지체장애인이라 해도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한편, 자폐 스펙트럼이 마치 엉뚱하고 귀여운 빨강머리 앤처럼 여겨지게 한다는 점에서는 우려가 있다. 자폐는 그렇게 간단한 장애가 아니다. 가족들의 고통의 깊이는 감히 상상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녹턴’은 ‘우영우’처럼 재밌다. 그러면서도 재미 이상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영화 제목이 왜 ‘녹턴’

‘녹턴’은 밤의 음악이라는 뜻으로 ‘야상곡’이라 하기도 하는데 폴란드 음악가 쇼팽이 작곡한 음악 중 깊은 서정성과 아름다운 멜로디를 지닌 곡들이다. ‘녹턴’은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으로 엄마의 삶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엄마가 동생 건기에게 “엄마 죽으면 들려줘, 쇼팽 C#단조”라고 하는데 엄마의 고단한 삶을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의 그 유언 아닌 유언을 건기가 들어줄까, 형이 음악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폐 스펙트럼 촬영 과정

자폐에 대해 이해를 먼저 하고 촬영을 했다기보다는 촬영을 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나와 다른 사람을 알아나가는 것이 재미있었던 시기가 있었다. 주인공 성호를 알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쏟았는데 결과적으로 알게 된 건 아무것도 없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은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잠깐 관심을 보이고 접근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궁극적인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많은 자폐 관련 서적을 읽었지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중간에 성호를 안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호에 대해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가장 큰 깨달음이라고 할까. 그래서 그다음으로는 성호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반응하고 상대하는지에 집중했다. 거기서 조금씩 영화의 실마리를 찾아 나갈 수 있었다.

스토리 중심을 자폐보다 가족에 둔 이유

휴먼 다큐멘터리를 전문으로 제작해 왔다. 가족은 인생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모든 걸작은 가족 영화라고도 했다. 가족의 밥상 안에 우주의 원리가 담겨 있고, 가족이 둘러앉은 자리가 인류 문명의 출발점이다. ‘녹턴’은 처음에 성호를 알기 위해서 시작했지만, 영화의 결말은 가족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영화 녹턴 출연진 가족에게서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촬영 비법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 출연자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게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건 자연 다큐멘터리도 그렇고 휴먼 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들과 믿음을 쌓고 의리를 지키고 마음을 쏟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주인공 입장에서는 ‘촬영하는 사람을 믿을 수 없는데 어떻게 나의 모습을 거리낌 없이 보여줄 수 있는가’, 다큐멘터리에 처음 입문할 때부터 이 부분을 신경 써왔고, 공부해 왔다. 물론 아무리 노력해도 가식적인 모습만을 취하는 출연자도 있다. 대표적으로 교수와 정치인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그들을 주인공으로 촬영하지 않는다. 영화 녹턴 출연진도 이런 관점에서 촬영했다.

녹턴이 음악 다큐인 이유

영화의 네 번째 주인공 음악 때문에 꼭 극장에서 보아야 한다. 영화가 주는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쇼팽의 녹턴은 모두 아름답지만, 역시 영화의 모티프가 된 쇼팽의 녹턴 20번 C#단조이다. 쇼팽이 누이를 위해 작곡했다고 알려진 곡으로서 쇼팽이 21살에 작곡한 곡이다. 영화에서 엄마의 고단한 삶, 건기의 외로움, 성호의 천진함을 모두 대변하고 있는 아름다운 곡이다.

‘녹턴’ 다큐영화 관객들에게 한말씀

‘녹턴’은 그리움을 담은 영화다. 운명적인 결함으로 삶이 소외되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희망을 품고 살아가야 할까. 캄캄한 어둠 속에서 저 멀리 빛나는 별 하나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영화가 말해준다. 어두운 밤의 서정을 아름다운 멜로디로 승화시킨 쇼팽처럼, 이 ‘녹턴’이 무언가 그리운 밤에 작은 위안이 되어주면 좋겠다. 영화 녹턴 출연진 가족들에게도 관객들에게도…

*출처: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최우수상 다큐영화 [녹턴] 정관조감독 인터뷰 영상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최우수상 다큐영화 [녹턴]정관조감독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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