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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영화 녹턴은 거짓말 같은 참말,자폐 가족 스토리

by 산골 피디 2022. 8. 23.

다큐 영화 녹턴 출연진은 자폐 발달장애인 가족이다.
중증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녔지만 피아니스트와 클라리네티스트로 꾸준히 무대에 서고 있는 '드림위드 앙상블' 수석단원 은성호 씨와 그의 어머니 손민서 씨, 동생 건기 씨의 일상을 그린다. 2008년부터 시작해 무려 10년 이상 촬영해 다큐멘터리 영화로 탄생됐다.

 손민서 씨는 성호 씨가 유독 음악에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초등학생 때부터 피아노 등 여러 악기를 가르쳤다. 아픈 아들에게 지극정성을 쏟은 손 씨. 건기 씨 역시 피아노를 배웠지만, 형에게 온통 관심이 쏠려 서운함과 분노를 여러 번 표출한다. "엄마는 나도 버리고 다 버리고 형한테 올인했다"는 말이 이를 설명한다. 형에게 밀려 늘 후순위였던 건기 씨는 음대를 다니다 중퇴했다. 건기 씨는 성호 씨에게 정성을 쏟는 엄마의 모습을 '부질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출처 : 영화 녹턴
출처 : 영화 녹턴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에선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이 천재로 묘사된다. 영화 레인맨에선 (더스틴 호프만, 탐 크루즈 주연) 전화번호부를 통째로 외우더니 드라마 우영우에서는 법전을 통째로 외워 변호사가 되기도 한다. <녹턴>은 정관조 감독이 독립 다큐멘터리 피디 시절 때 공중파 외주제작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인 피아니스트 은성호 씨를 만나 촬영한 것을 방송 이후에도 꾸준히 촬영하고 편집해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무려 10년 동안의 이야기가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2020년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에서 뜻밖의 쾌거를 올렸다. 코로나로 국제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는데도 다큐멘터리 부분에서 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녹턴'이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이다. 정관조 감독이 영혼을 갈아 넣어 10년간의 집념이자 시간의 울림이 빚어낸 결과였다. 주로 자비로 영화 제작비 대부분을 마련하다 보니 은행 대출을 받고 그것도 부족해 sbs스페셜-서번트 성호를 부탁해' 2부작 방영권을 팔아 그 돈으로 촬영 장비도 마련하고 영상을 계속 찍으면서 10년을 버텼다. 한국 다큐 작품에서 자폐 발달 장애 가족을 다룬 다큐는 있었지만 자폐 장애 키워드는 대부분 도구적 소재로 머물렀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든 정관조 감독은 달랐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주는 사랑이 아니라, 그 사랑을 위해 '이해'가 필요한 형제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자폐 음악인 가족이 삶의 운명과 맞서면서 겪는 심리적 갈등과 화해의 10년 세월을 100분으로 압축해 ‘거짓말 같은 참말’로 담담하게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우리에게 '익숙한' 피아노 선율 속에 담긴 '낯선' 현실이 대비된다. 녹턴은 여타 비슷한 다큐들처럼 엄마와 자폐 자녀의 관계나 활동에만 주목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의 절반 가까이는 동생에게 향했다.

바로 동생 은건기의 모습과 변화를 통해 자폐 가족의 현실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2008년 복지관 갈 준비를 하면서도 소녀시대에 정신이 팔려 있는 은성호 씨와 그런 그를 끌고 가듯 돌보는 어머니 손민서 씨 투 샷으로 시작한다. 여기까지 보면 이 다큐멘터리는 장애를 이긴 천재 음악가와 그를 키운 어머니의 감동 스토리라는 편견을 갖기 쉽다. 보통 장애를 극복하는 당사자나 최선을 다해 돌보는 보호자 위주로 스토리를 잡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는 다른 선택을 한다. 어느 순간 은성호 씨 동생이자 학생인 은건기 씨가 등장하고 이후 동생 은건기 시선으로 영화는 진행된다. 사춘기 시절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형에 대한 원망과 짜증을 담고 있는 동생의 내레이션이 영화 전반에 특별한 힘을 준다. 건기는 취업은 어렵고 어딜 가나 약자인 요즘 젊은이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공감을 일으킨다.

출처 : 영화 녹턴

“난 형을 미워한 적은 없어요,
엄마를 미워한 적은 있겠지만”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 이해가 필요한 두 형제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영화 <녹턴>은 자폐 장애 가족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담은 영화에 가깝다

집에서 어머니는 형 성호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느라 건기를 잊은 것 같고… 건기가 느끼는 것은 단순한 질투와는 다른 느낌이다. 어머니의 과보호가 형을 오히려 무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 의식이 깔려 있다. 산만하다가 악기만 잡으면 아름다운 연주를 선보이는 자폐 장애 성호 씨 모습이나 헌신을 다하지만 힘에 부쳐서 동생을 형과 함께 지내게 하고 자신은 한 시간만 늦게 죽길 원하는 어머니의 다소 이기적인(?!) 모습은 그동안 여타의 장애가족을 다룬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드라마로 트루기다.

동생 은건기의 시선이 이입되면서 다큐는 입체적으로 더욱 풍부해진다. 동생도 음악에 대한 꿈이 있었지만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에 엄마가 형만을 뒷바라지 하자 대학을 중퇴하고 다른 일을 하다 사기까지 당하고 이 비참한 상황에서도 자폐 형까지 책임져 주기를 바라는 엄마에 대한 원망과 형에 대한 혐오를 카메라는 숨김없이 담아낸다.

엄마가 형의 삶을 대신 살고 있으며 그걸 자신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말은 겪어보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말이다. 비극으로 시작된 서막이 2017년 은성호 씨가 단독 콘서트를 하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협연을 하며 가족 간에 갈등과 화해도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출처 : 영화 녹턴
출처 : 영화 녹턴


동생은 자신은 형 삶에 엮이고 싶지 않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어지면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한다. 동생을 무서워하는 형 성호 씨와 아무렇지 않게 다니면서도 형을 막 대하는 듯한 건기 씨의 연주가 후반 펼쳐진다.
사실 동생이 형을 진심으로 위한 다는 생각은 끝나고 나서도 들지 않는다. 형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다 느끼는 게 관객 입장에서도 체감이 되는데 하루아침에 나아질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형의 플루트 연주 리드에 맞춰 동생이 피아노로 선보이는 선율은 감동을 더한다.
가족에게 불어닥친 비극을 쇼팽 녹턴으로 표현해 음악과 가족 다큐라는 스토리를 잘 살린 영화다. 익숙한 멜로디로 현실의 냉혹한 벽에 맞닥뜨린 인물을 마주 보는 게 극적으로 다가온다.

흔히 다른 장애가족 극적인 효과를 위해 소수자들을 쓰면서 그에 대한 빛만 가져오고 어둠은 생략하는데 이 영화는 건기 씨나 엄마 민서 씨의 갈등, 돌발행동을 선보이는 성호 씨를 입체적으로 담아낸다. 연주하기 직전 음악에 집중을 하지 못해 혼나는 장면, 자폐 증세를 보이는 장면 등등 불편한 부분들을 편집하지 않고 길게 보여준다.


실제 엄마 손민서 씨 인터뷰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바라보는 시선도 나아지고 어느 정도 고증을 했지만 드라마는 판타지고 이 영화가 차라리 현실이라고 말한다. 형제간 괴리감을 알려 주는 촬영 구도나 가장 폭발적인 순간, 카메라를 의식하면서도 할 말 다 하는 동생 건가의 거침없는 감정 표현은 관객들에게 묘한 공감을 자아낸다.

출처 : 영화 녹턴



어머니의 심정을 신파로 소화시키지 않으면서 마지막 신을 "자폐긴 자폐인가 봐요."란 말로 눈물짓는 장면은 자폐 발달 장애인 자식을 둔 어머니의 심정을 건져내는 노련함도 돋보인다. 형제가 함께 러시아에서의 연주를 준비하며 건기 씨는 성호 씨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변화된다. 엄마. 민서 씨는 '동생 건기는 엄마가 형밖에 모른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나는 동생 건기 음악이 더 좋다'라고 고백한다.
제목인 <녹턴>도 두 형제가 연주하는 쇼팽의 녹턴(야상곡)을 두고 엄마가 "건기 연주가 더 마음을 움직인다. 내가 죽으면 제삿날에 들려 달라"라고 말한 것에서 나왔다.

영화를 보다 보면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며 역할이다. 쇼팽의 녹턴과 피아노 협주곡을 곳곳에 삽입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갈등과 화해. 감정의 승화와 성숙 그에 따르는 섬세한 뉘앙스는 언어로 된 내레이션보다 강하게 전달한다.
'녹턴'은 어떻게 보면 자폐아 가정의 힘든 현실을 담는 다큐멘터리지만 동시에 삶이라는 현실의 실체를 드러내 보이며 오히려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다큐에 가깝다.

다큐멘터리 영화인지라 가족 간의 갈등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 많다. 엄마의 입장도 이해가 되고 건기 씨의 입장도 이해가 되고 성호 씨의 입장도 이해가 되는 많은 생각이 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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