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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값이 제일 많이 오른 ‘진짜’ 이유

by 산골 피디 2022. 6. 13.

외식메뉴 중 가장 많이 오른 치킨값

외식 품목 39개 가운데 치킨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올해 초 가격 대비 각 품목별 현재 상승률은 치킨이 6.6%, 짜장면 6.3%, 떡볶이 6.0%, 칼국수 5.8% 순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뉴스에서 외식 품목들 중 치킨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이유로 ‘닭고기·식용유·튀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전하는데 사실 진짜 이유는 좀 다른 데 있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치킨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가장 순응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치킨은 그동안 좀 더 비싸게 받았어도 괜찮았던 상품이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사실을 그간 치킨 상인들이 잘 몰랐던 것일 뿐이죠. 사실 그건 어떤 상품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가격을 실제 올려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거든요.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치킨의 매출이 줄지 않았다는 가정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매출이 감소했다면 ‘실패한 가격 인상’일수도 있습니다.

 

 

원가 올랐다고 무조건 가격 못올린다 

우리는 상품의 원가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가격도 오른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원가가 오를 때 가격도 함께 오르는 경우도 있고 못 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원가가 오르지 않아도 상품 가격이 오르기도 합니다.

원가 상승과 가격 인상은 그 인과관계가 매우 희박한 것이죠. 특히 단기적으로는 더 그렇습니다.

치킨 가게 주인이 ‘닭고기 가격이 올랐으니 치킨값도 1만8000원에서 2만원으로 올려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치킨값을 2만원으로 올릴 수는 없습니다. 그건 마치 치킨 가게 주인이 ‘아들이 대학에 입학했으니 학비가 많이 드는군, 치킨값을 2만원으로 올려야겠다’고 마음 먹는다고 치킨값을 2만원으로 올릴 수 있는 게 아닌 것과 같습니다. 만약 치킨 가게 주인 마음대로 그게 가능하다면 그 어떤 핑계로라도 치킨 가격을 그냥 2만원으로 올리는 게 언제든 가능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업이 어려운 것입니다.

치킨뿐만 아니라 물건을 파는 상인들은 항상 가격을 올리고 싶어 합니다.

올려야 할 이유는 항상 차고 넘칩니다.

원가와 무관하게 그냥 ‘내가 돈을 더 벌고 싶다’는 것도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샐러리맨들이 늘 연봉을 올려 받고 싶어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그러나 마음대로 가격을 올렸다가는 고객들의 수요가 다른 대안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가격을 함부로 인상하지 못하는 거죠.


손해 보더라도 잘 못건드리는 게 가격 

요즘처럼 닭고기나 튀김 가루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격을 올렸다가 수요가 줄어들면 더 손해입니다.

때문에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합니다.

치킨을 마리당 1만5000원에 팔면 심지어 손해가 나더라도 가격을 올리기는 어렵습니다.

1만5000원에 팔면 하루에 100마리가 팔리다가 1만6000원으로 올렸을 때 하루에 50마리만 팔린다면 둘 다 손해지만 후자의 손해가 더 큽니다. 월세나 인건비 등 고정비는 하루에 50마리를 팔든 100마리를 팔든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치킨 가격은 그럼 왜 잘만 올랐을까?

그렇다면 올해 상반기에 6.6%나 올라간 치킨값은 어떻게 올라간 것일까요?

치킨의 원재료 가격이 올라가면 치킨 가게 주인들 중 가격을 올리는 이탈자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앞서 그들은 가격을 올리면 매출이 감소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그동안 가격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두려움보다 매출이 유지되더라도 이익이 감소하면 어차피 가게를 계속 유지 못한다는 불안함이 더 커지죠.

떄문에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을 수 있습니다.

주변 햄버거나 피자 가게들이 가격을 올리기 시작한 것을 감지하면서,

‘치킨값을 올리더라도 고객이 이탈해서 옮겨갈 대안(경쟁자)이 없겠구나’라고 깨달으며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을 수도 있습니다.


치킨 수요가 유지되는 게 핵심

일반적으로 원재료 가격이 올라가면 이런 변화나 시도들이 <자주> <더 쉽게> 나타나기 때문에 치킨값이 올라가기 쉽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치킨 가격 인상은 그렇게 올라간 가격에도 기꺼이 치킨 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유지되고 그 수요를 유지할만한 소득이 받쳐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원료 가격 인상은 그 메커니즘에서 중요한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사소해보이는 치킨 가격에 대한 설명을 길게 하는 이유는 <원가가 오르면 그걸 가격에 반영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는 단순한 논리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전하기 위함입니다. 공급자는 가격을 언제든지 올리고 싶어하므로 언제나 현재의 가격이 공급자가 올릴 수 있는 최선의 가격이며 그러므로 원가가 오른다고 해서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닌데, 다만 원가가 오르면 모험을 거는 공급자들이 서서히 생기고 그런 공급자가 많아지면 공급자들 사이에 묵시적 담합이 서서히 가능해지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질 뿐입니다. 반대로 원재료 가격이 올라도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원가 상승≠가격 상승>의 다른 사례들 

원가가 오르면 가격이 오른다는 부정확한 논리의 대표적인 것이 <전세 기간을 4년으로 늘리면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미리 올려받기 때문에 전세가 오른다> 또는 <임대소득세를 무겁게 부과하면 집주인들이 그 세금을 임차인들에게 전가하기 때문에 전월세가 오른다>는 것인데, 그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집주인들은 전세 기간이 1년이든 10년이든 임대소득세가 0원이든 100만원이든 항상 전월세는 올려 받고 싶어하고 늘 최고의 가격을 받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시장의 수요공급이 일정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부르는 전세집은 거래가 체결되지 않을 뿐입니다. 항상 현재 가격이 집주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가격입니다. 그러므로 전세 기간이 늘어나거나 임대소득세가 올라가도 집주인이나 세입자의 숫자가 일정하면 전월세는 오를 이유가 없습니다.


수요-공급 균형에 균열이 가야 가격이 움직인다 

다만 전세 기간이 늘어나거나 임대소득세가 올라가면 집을 팔고 집주인 되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고 집을 추가로 구매하는 경우가 줄어듭니다. 그런 경우가 많아지면 미분양을 우려해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도 줄어듭니다. 때로는 전세 기간이나 임대소득세 우려 때문에 임대용 주택을 빈집으로 두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수요와 공급이 <서서히> 깨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집주인의 부담이 세입자의 부담으로 이전되긴 하지만 전세 기간을 4년으로 바꾼다고 그 여파가 당장 그 다음달부터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실제로는 그 여파가 당장 그 다음달부터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그 여파가 당장 다음달부터 나타날 것이라는 보도가 늘어나면서 <그걸 신호로> 실제로 집주인들이 그렇게 행동하기 시작하고 세입자는 그 가격을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보도에 따른 자연스런 담합입니다.

 

정리하며

치킨 가격도 마찬가지입니다. 닭고기나 튀김 가루의 원가가 올랐다고 가격을 올릴 수는 없으나 원가가 올랐다는 뉴스가 계속 전해지고 치킨 가격도 올랐다는 뉴스가 회자되면 소비자들은 치킨 가격의 인상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그게 가격 인상의 계기가 됩니다. 어찌 보면 뉴스가 올린 가격일수도 있겠습니다.

*이 글은 remember now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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