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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제로금리 시대 금리인상

by 산골 피디 2021. 10. 4.

막 내린 제로금리 시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75%로 올리며 초저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역대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연 0.50%)를 적용한 지 15개월 만입니다.


한은은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작년 3월 기준금리 0.5%포인트를 한 번에 낮추는 이른바 ‘빅커트'(1.25%→0.75%)를 단행했고, 추가 인하(0.75%→0.5%)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내렸습니다.

코로나의 충격 확산을 막기 위한 극단적 조치가 마무리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금통위의 금리인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경기가 너무 좋을 때 경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일반인 입장에서 경기가 너무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죠.

델타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은 연일 들리니 말입니다.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은 지난달에 이주열 총재가 한 발언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는데요.

“금융 불균형 문제를 거시건전성 정책과 함께 거시경제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통화 정상화로 대처해 나갈 필요성이 커졌다.”



자산 가격이 너무 과열됐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번엔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들도 있었는데요. 한국은행은 코로나19로 경제가 악화되는 정도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물가가 오르고 금융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을 막아야된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 금융 불균형이란 ‘금융자산(부채) 규모가 한 경제의 생산역량에 근거한 미래소득의 현재가치를 크게 상회할 때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쉽게 말하면 부동산 등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고, 또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죠.


물론 금리를 올린다고 집값을 잡을 수 있을 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지만, 적어도 부채를 늘려서라도 집을 사고 싶어하는 심리는 누를 수 있을 겁니다.


선진국은 계속 돈 풀고, 신흥국은 조이고~
어쨌든 우리나라는 금리를 올렸는데, 다른 나라 상황을 한번 볼까요?

우선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금리인상은 아직 먼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테이퍼링을 당장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약 1조달러 수준의 현금유동성은 더 공급될 가능성이 높고, 금리인상 역시 2023년에나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ECB와 BOJ 역시 테이퍼링이라는 단어는 꺼내지도 않고 않을 만큼 현금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금리 인상 이야기는 없습니다.
반면, 신흥국중에서 이미 터키, 브라질, 러시아, 헝가리, 멕시코, 체코 등이 이미 금리를 인상했고,

우리나라도 이 반열에 포함되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을 끝낼 때 까지의 기간 동안 약 1조달러 유동성을 계속 공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어요.

JP모건체이스앤코의 테레사 호와 알렉스 로에버 전략가는

"미 연준이 12월에 테이퍼링을 발표하고, 축소를 완료하는데 약 8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JP모건은 미 연준이 테이퍼링을 시작하더라도 이를 끝내는 동안에도 금융시장에 자금을 계속 공급할 것으로 봤어요.

연준이 내년 8월에 테이퍼링을 끝낸다고 가정하면 여전히 8천500달러에서 1조 달러의 추가 유동성이 금융시스템에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은 뜻이죠.

이해를 돕기 위해 잠깐 부루마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부루마블을 하다보면, 한 사람이 돈이 없어서 더 이상 게임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때 게임에서 지게 된 사람이 조심스럽게 이렇게 이야기하죠.

‘우리 은행에서 200만원씩 빼서 쓸까?’라고 말입니다. 그러면, 게임을 계속 진행할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 결과가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격차가 더 심화될 뿐이죠.


여기서 은행에서 돈을 빼서 쓰는 것을 ‘양적완화’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에서 지게 되는 사람을 신흥국, 이기는 사람을 선진국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과 현실의 차이는 여기서 나타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똑같은 대응책을 쓰더라도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어려운 쪽(신흥국)이 긴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이러한 상황을 IMF는 ‘폴트라인*’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경고한 바 있습니다.

IMF는 지난 7월 “폴트라인*이 확대되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는데요.

신흥국과 선진국 간의 경제 회복의 차이가 확대되는 것을 넘어 끊어지게 생겼다는 건데요.

게다가 델타변이도 선진국보다 신흥국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고,

백신의 보급속도까지 차이가 나는 상황이라는 점이 상황의 심각성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기는 어렵더라도 더 심화되진 않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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