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읽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면...
책을 읽은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다는 얘길 많이 한다.
그건 책의 내용이 뇌에 각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읽긴 읽었지만 사실 읽은 것이 아니었던 거다.
기억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독서에 별다른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그냥 눈으로 책을 읽는다.
이른바 묵독이다.
입을 굳게 다물고 눈으로만 책을 읽는다.
안 읽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읽을 때는 뭔가 깨달았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책 내용이나 깨달았던 바가 빛의 속도로 사라지고
나중에는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정말 그런지 실험하는 방법이 있다.
작년 혹은 몇 달 전 읽었던 책 중 감동을 줬던 책을
다시 한번 찾아서 읽어보는 것이다.
현재 생생하게 기억나는 부분,
부분적으로 기억나는 부분,
전혀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몇 퍼센트인지 따져보라.
생생하게 기억나는 부분이 얼마나 될 것 같은가?
사람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반 이상은 기억나지 않을 것이다. 읽긴 읽었지만 내 것으로 만들진 못한 것이다.
독서 노트까지 작성했지만 어떤 책은 그 책의 제목은 물론 읽었다는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는
다. 그런 경우가 태반이다.
그만큼 기억이란 믿을 게 못된다.
어떻게 해야 책 내용을 내 것으로 할 수 있을까?
기억력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은 뭘까?
몇 가지 요령을 소개한다.
메모와 요약...
거칠게 펜을 들고 읽어야 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대신 내 돈을 내고 책을 사야 한다.
감명받은 부분은 줄을 긋고 모서리를 접어 표시를 한다.
뼈를 때렸던 부분, 꼭 기억하고 싶은 부분,
재미난 이야기에는 동그라미도 그리고, 별도 그려 넣는다.
메모 독서하라.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은 책에다 메모한다.
“완전 동감, 나도 전에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일본 여행 중 겪은 사건과 비슷하다.”라는 식으로
의심이 생기거나 사례가 적절치 않을 때는 그런 사실도 기록한다.
저자와 대화하듯 질문도 쓰고, 그때 떠오른 내 생각을 기록한다.
읽기와 메모를 함께하는 것이다.
다음에는 독서 노트 작성이다.
읽은 후 컴퓨터에 독서 노트를 만드는 것이다.
책 제목, 읽은 날짜,
저자의 이름을 쓰고 줄 친 부분,
별 표시가 된 부분,
좋은 사례,
책에 기록했던 메모 등을 기록한다.
감동받은 책은 A4로 열 장이 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서너 장 정도면 된다.
이게 요약이다.
올바른 독서법의 핵심은 바로 요약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표현을 빌리면 초서(書)다.
중요한 부분을 손으로 쓰면서 읽는 것이다.
아무 메모나 표시 없이 그냥 눈으로 읽는 게 수동적 독서라면....줄 긋고,
메모하면서 책을 읽고 이를 다시 요약하는 것은 공격적 독서다.
요약을 하면 책의 내용이 다르게 다가온다.
이미 눈으로 읽었던 내용을 자판을 두드려 기록하다 보면 완전 느낌이 다르다.
휘발성이 강했던 글자와 내용들이 하나하나 뇌에 와서 박히는 기분이다.
눈으로 읽기만 하는 건 그냥 빛의 속도로 날아가버리지만
이를 다시 한번 손으로 기록하면 진짜 내 것이 된다.
복습의 힘이다. 기록의 파워다.
그냥 읽는 것과 읽은 책을 요약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요약을 하다 보면 '이 내용이 정말 좋은데,
이 부분을 그 사람에게 알려주면 좋겠는데,
이 사례는 이런 종류의 책을 쓸 때 쓰면 좋겠는데,
이 격언은 정말 멋지다'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이를 바로 잡아두지 않으면 수증기 날아가듯 사라지고
나중에는 얼마 전에 끝내주는 생각이 났었다'라는 생각만 남는다.
독서를 하면서, 요약을 하면서 뇌에서 일어났던 끝내주는 아이디어를 잡아두어야 한다.
난 컴퓨터 바탕화면에 있는 글 소재 폴더에 요약 물을 저장한다.
붙여 넣기를 통해 좋은 부분은 일단 여기에 모두 욱여넣는다.
그리고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이를 지식 냉장고 폴더에 다시 분류한다.
리더십에 갈 것, 혁신에 갈 것, 처신의 좋은 격언 등 분류하면서 나도 모르게 다시 내용을 보게 된다.
그중 끝내주게 재미있는 소재는 아내나 딸,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나도 모르게 그 이야기가 튀어나오는 거다.
그렇게 몇 번 그 이야기를 반복하다 보면 더 깊이 뇌에 각인된다.
또 그중 일부는 칼럼, 블로그에 소개한다.
지식 냉장고 폴더는 필살기다.
책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기억하고 싶은 부분은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축적이 되고 그게 생각의 변화를 일으킨다.
공격적으로 읽고, 메모하고 필사하고 주변 사람에게 자꾸 이야기하는 것이다.
혼자서 하는 건 쉽지 않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독서토론회를 해보면 좋다.
같은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나눈다.
처음에는 낯설고 시간도 들지만 어느 정도 해보면 지식이 축적되면서
나 자신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할 것이다.
그 순간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짜릿하다.
*이 글은 쿠팡파트너스 제휴 수익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북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휴먼카인드 Humankind(인간본성)는 어떻게 진화했을까 (2) | 2021.04.30 |
---|---|
독서와 강연 중 어떤게 좋을까? (0) | 2021.04.28 |
책을 읽고도 남는 게 없다면 일독일행 독서법 (0) | 2021.04.04 |
인생에 독서력이 필요한 7가지 이유(사이토 다카시 #독서력 요약) (0) | 2021.04.02 |
아웃풋을 향한 독서가 잘 읽힌다. (0) | 2021.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