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의 습격,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전 세계가 전에 없던 ‘인플레이션’으로 난리입니다.
통계청이 2022년 7월 5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022년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전월 대비 0.6%) 상승했습니다. IMF가 닥친 1998년 11월(6.8%)의 조사 결과 이후 24년 만에 최대치입니다.
식품 등 소비자 구입 빈도가 높은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조사한 ‘생활물가지수’는 6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7.4% 상승했습니다. 외식업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가격을 조사한 ‘외식물가지수’는 6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8% 상승했습니다.
짜장면(11.5%), 치킨(11%), 김밥(10.6%) 등 주요 외식 카테고리에서 두자릿수 이상의 가격 상승이 관측됐습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7000원에 팔렸던 국밥집, 백반집의 가격이 9000원까지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가상승 추이는 외부 기관의 조사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박지혁 닐슨코리아 전무의 6월 대한상의 유통주간 발표에 따르면 닐슨의 조사 결과 온오프라인 통합 79%의 상품 카테고리에서 2년 전 대비 가격 인상이 발생했습니다. 그중 2년 전과 비교하여 10% 이상 가격이 상승한 카테고리는 전체 카테고리의 17.9%에 달합니다. 프로모션으로 인한 일시적 가격 할인 등을 고려한다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상률은 통상 15~25%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는 닐슨의 분석입니다.
더욱이 무서운 것은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최악’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전망이 함께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유가, 곡물가 상승 영향으로 당분간 어려운 물가 여건이 지속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급기야 한국은행은 13일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0.5%를 한 번에 올리는 ‘빅 스텝’을 결정하기도 했지요.
소비 긴축이 온다
인플레이션은 ‘물류 현장’에도 어떤 변화를 몰고 오고 있습니다.
지난주 콘텐츠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수혜를 봤던 이커머스 카테고리들이 기저효과에 따른 성장 정체, 심하면 역성장에도 시달리고 있다고 이야기했죠. 이렇게 줄어든 온라인의 매출의 일부분은 ‘오프라인’으로 흡수됐다고도 이야기를 했고요. 실제 일부 오프라인 채널의 매출 호조가 관측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콘텐츠를 본 독자 한 분으로부터 조금 다른 해석을 하나 받았습니다. 한 대형 이커머스업체 물류 담당 임원에 따르면 오프라인 채널의 매출은 생각보다 온라인 매출의 감소분을 흡수한 만큼 가파르게 상승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 이유를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긴축’에서 찾았는데요. 상품 가격이 올라가니 소비자들은 본격적인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갑니다. 예컨대 예전 생활비 100만 원으로 30개의 상품을 구매했다면,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동일하게 가격이 인상한 30개의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전과 동일한 100만 원으로 25개의 상품을 구매하는 선택을 하죠. 우리 월급은 상품 가격만큼 올라가지 않았으니까요. 결국 온오프라인 판매채널을 막론하고 소비량은 전에 비해 떨어지게 된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물류’에도 어떤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상품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가 줄어들고, 온라인 구매에 이어지는 물적 이동이 줄어들었습니다. 유통업체의 매출은 동일하거나 커졌는데, 물류 처리량은 전보다 줄어듭니다. 물류에 필요한 공간 또한 그만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늘려가던 기업 ‘쿠팡’이 최근 들어 그 속도를 완만하게 조정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물류대란 위기,재고를 보유한 쿠팡에겐 오히려 기회
인플레이션은 유통기업 입장에서 분명 괴로운 일입니다.
원자재 가격은 일찍이 올라가는 추이가 보였는데, ‘경쟁 상황’에서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괜히 가격을 올렸다가 경쟁업체에 고객을 빼앗기진 않을까 걱정되고, 원자재 가격 인상분은 유통업체의 이익을 줄이는 형태로 감당하게 됩니다. 사실상 지금 보이는 소비자 가격 상승 추이는 오랫동안 누적된 원자재 가격 증가분을 결국 버티지 못하고 튀어나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특정 유통업체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일찍이 ‘재고’를 매입하여 보관하고 판매하던 유통업체에게는 말이죠.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매입원가로 과거에 구매한 상품을, 현재 인플레이션이 반영된 높은 판매 가격에 팔 수 있습니다. 상품만 잘 팔 수 있다면, 매출액과 매출원가의 차액 ‘매출총이익’은 자연스럽게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재고는 회계상 자산으로 기록됩니다. 높아진 재고 평가액은 그 자체로 기업의 수익성을 증명하는 ‘예쁜 숫자’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물론 국내에 ‘재고’를 와장창 매입하여 판매하는 유통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온라인 유통채널에서는 재고를 보유한 입점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하여 수수료를 수취하는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일반적이고요.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는 직매입뿐만 아니라 제품을 외상 매입하고 안 팔리는 제품을 반품하는 ‘특정매입’과 판매금액과 상관없이 공간 제공에 따른 임대료를 받는 방식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두 형태 모두 ‘재고’에 대한 책임을 유통업체가 지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고를 와장창 매입하는 어떤 유통업체가 떠올랐다면 맞습니다.
‘쿠팡’입니다. 직매입 중심으로 로켓배송을 설계한 쿠팡은 물류센터에 막대한 재고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물류센터 입고 시점에서 재고를 소유하고, 매입 가격을 50~60일 뒤에 공급사에게 정산합니다.
그 사이 반영된 상품 가격 인상분은 그대로 쿠팡의 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한참 전에 구매했던 상품 재고의 경우 판매만 할 수 있다면 인플레이션에 따른 차익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덩달아 앞서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긴축의 영향으로 전에 비해 물류는 덜 돌게 됐다는 이야기를 했죠. 바꿔 말하면 쿠팡은 같은 수량의 상품을 팔더라도 전과 동일한, 혹은 그 이상의 매출을 만들어내면서 물류 처리비용은 전에 비해 줄어드는 편익까지 누릴 수 있습니다.
쿠팡은 정말 하늘이 도운 기업이 된 셈입니다.그도 그럴 것이 쿠팡은 언제고 지속가능성의 위기가 닥친 시점에 대규모 추가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코로나19로 쿠팡은 전에 없던 호황을 누렸고, 그 결과 기업가치 100조 원짜리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이제는 하다못해 인플레이션까지 쿠팡의 성장을 돕고 있으니 인플레이션이 전 국민에게 고통이지만 즐거운 비명을 소리 없이 지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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