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숙박+책방+ 빵 커피+ 일 MZ세대 로컬 핫플
코로나 이후 서울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이 지역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지역소멸로 사라지던 지역 명소들이 새롭게 발견하는 #로컬라이프가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강원도 속초는 2000년~2010년대 초반만 해도 지역소멸을 고민하던 지역이었다.
명태와 오징어 등 수산업과 설악산 관광업으로 먹고 살다가 점차 청년들이 떠나고,
시설이 낙후하고,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을씨년스러워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 여행전문 리서치업체가 조사한 결과,
전국 200여 개 시군구별 숙박여행 선호지역에서 속초가 1위(4.6%)를 차지했다.
포털사이트나 인스타그램에선 2030세대가 남긴 세련된 식당과 카페 인증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주말에 유명한 '속초 핫플'을 방문하면 대기 한두 시간이 기본이다.
유행하는 감성술집이나 게스트하우스 하나 없던 속초에 청년들이 하나둘 들어와 새로운 도전을 벌이면서 도시가 조금씩 활기를 찾기 시작했고, 젊고 감각적인 여행지로 다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대도시로 떠나는 흐름에 역행해 작은 지역에 남아 문화를 만들고, 변화를 이끌어 낸 청년과 주민들의 경험담이 #로컬라이프_하우투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2030세대가 꼭 들른다는 #속초 소호거리는 속초와 아무 연고가 없는 남매 이상혁·이승아 대표가 만들었다.
동아서점은 서울에서 일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김영건 대표가 가족과 함께 대를 이어 운영 중이다.
속초뿐만이 아니다. 충남 공주, 부산 영도, 전북 군산 등 다른 지방 중소도시들도 청년들을 불러모아 또 한 번의 부흥을 꿈꾸고 있다.
2020년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절반가량인 105곳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꼽혔다고 한다.
그중 92.4%(97개)가 로컬, 즉 수도권과 대도시가 아닌 지역들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속초 등 몇몇 로컬에는 왜 사람이 모여들고 있을까?
이들이 풀어낸 '미완의 성공담'들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① 소프트웨어의 힘
② 핫플 말고 살기 좋은 곳
③ 민관 균형
윤찬영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현장연구센터장과 심병철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 책임연구원이 총 80여 명을 만나
▲공주 봉황동과 반죽동
▲군산 개복동과 영화타운, 월명동
▲부산 영도
▲속초 동명동, 교동
▲거제 장승포
▲충북 청주, 충주, 괴산 등 여섯 개의 이야기로 엮어 책 <로컬 꽃이 피었습니다>를 발간했다.
① 소프트웨어의 힘
로컬의 주체들은 단지 도시를 뒤엎어 화려한 건물을 짓고 새 집을 올리기만 한다고 해서 사람이 오지 않는다는 점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매력적인 콘텐츠 발굴과 확대야말로 도시재생과 로컬회복의 핵심이라고 믿었다. 그들이 로컬에서 새로운 일을 벌이고 동료들을 느슨하게 엮어 협력의 규모를 키우는 느슨한 연대로 네트워크 꾸려가는 '크리에이터'(혁신가)로 나선 이유다.
공주에서 주식회사 퍼즐랩의 권오상 대표는 한옥게스트하우스 '봉황재'를 운영하는 것을 넘어 '마을스테이'라는 더 큰 꿈을 꿨다. 마을에서 편히 묵으면서 카페도 가고 볼거리도 즐길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상했다.
"마을의 여러 가게들과 역사·문화 자원들이 촘촘하게 연결돼
이곳저곳 둘러보면서 먹고 즐길 만한 코스들이 만들어질 때 스테이의 가치도 높아진다"는 생각이다."
그는 눈을 뭉치듯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갈 동료들을 찾아나섰다.
이병성 대표(와플학당 코러닝스페이스)
서동민 대표(가가책방)
허현주 대표(두부 전문점 '맛깔')
석미경 대표(한옥카페 '루치아의 뜰')
황순형 대표(카페 '반죽동247') 등 선배들의 도움을 받았다.
또한 박우린 대표(콘텐츠 플랫폼 '마을호텔')
이승준 대표(빵집 '오초오초')
천재박·김현정 대표(곡물집)
민광동 대표(책방 '고마다락')
김지혜 대표(책방 '느리게') 등 새롭게 터를 잡은 이웃들과 느슨하게 연대하며
계속 로컬에 머물 수 있는 힘이 되어줄 네트워크를 구축해가는 중이다.
그렇게 동네 안에서 숙박도 하고 책도 읽고 빵과 커피를 맛보고 일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② 핫플 말고 살기 좋은 곳
그렇다고 해서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맛집이나 인스타용 카페 같은 핫플만을 공략한 건 아니다.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결국 주민이다. 일하는 환경이 좋아야 하지만 그 외 시간에도 살기 괜찮은 곳이어야 한다.
따뜻한 공동체도 형성돼 있어야 떠나지 않는다. 그것이 책에 소개된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인식이었다.
부산 영도에서 김철우 대표가 운영하는 알티비피 얼라이언스(RTBP Alliance)도 "우리 아이가 부산에서 유쾌하고 즐겁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알티비피는 부산항으로 돌아오란 뜻(Return to Busan Port)이다.
부산에서 다시 한 번 뜻을 펼치고 연대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여가 문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보통 여가를 즐기려면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해서 돈을 벌려면 안정된 주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일, 여가 그리고 주거, 이 세 가지를 연결하는 그 무언가를 하고 싶었어요."
먼저 그는 좋은 일을 만들고자 했다.
영도에 코워킹 스페이스를 마련해 일자리를 찾는 청년과 은퇴한 기술장인들을 모아 태양광 발전기 기반 수경농장, 전동 레저용 서핑보드 개발 등의 일거리를 만들었다. 뒤이어 풍부하고 다양한 여가 생활이 가능한 네트워크를 꿈꾸며 빈 물류창고에 '끄티'라는 공간을 구해 예술가들을 초청하고 저렴한 가격에 공연과 전시를 유치했다.
마지막으로 봉산마을 빈 집 두 채와 4층짜리 건물 한 채를 사들여 좋은 주거 확보에 나섰다.
이번에는 관련 기관들이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봉산마을은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2018년~2020년)에 선정됐고, 영도구의 제안으로 김 대표는 '민간총괄 디렉터'를 맡았고 '살기 좋은 영도'를 만들고자 여러 실험을 벌이고 있다. 김 대표의 전략은 지역에도 제대로 영향을 미쳤다. 청년들은 계속 모여들고 있으며, 로컬 기관이나 기업들은 지역 거주환경과 경제를 키우기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③ 민관 균형
흔히 도시재생과 로컬회복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관의 지원'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무상 공간, 교육 프로그램 제공 같은 지역사업의 경우 "지원이 끊기면 다시 떠나고 빈 공간만 남는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행정이 개입하면 지나지게 정형화되거나 일정한 틀에 맞춰야 하는 한계에 부딪힐 수도 있다.
군산 영화동 #영화타운은 "연구기관과 행정이 판을 깔고 민간이 이끄는 성공적 민관협력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2017년 군산시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건축공간연구원에 '군산시 영화시장 자립형 도시재생 스타트업 통합 지원 용역'을 맡겼다. 연구원은 참신한 로컬 창업자들을 모아 새롭게 입주할 다섯 팀을 뽑았다.
이름도 '영화타운'이라고 새롭게 지었다.
'지역 마스터' 역할을 부여받은 조권능 대표는 영화타운을 꾸려가기 위해 국내 최초 지역관리회사인 '지방'을 창립했다. 지역관리회사는 "일정 구역을 대상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주체로부터 수혜의 경중에 따라 예산을 조달받고 활용해 마을재생을 독립적으로 실행하는 마을운영 주체"다.
"전국 곳곳의 청년몰들은 보통 행정에서 기획과 설계부터 시공까지 다 끝낸 다음에 운영자와 창업자를 뽑아 공간을 하나씩 내주는 방식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창업자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고 책임감도 떨어질 수 있었죠. 그래서 우리는 운영자와 마스터, 창업자를 먼저 뽑은 다음 그 안에서 지역관리회사를 만들고 그들이 바라는 대로 설계하고 시공하기로 했어요,지역관리회사가 기획에 깊이 차명해서 창업자들이 바라는 것을 구현하려고 애를 썼죠."
조 대표는 창업자와 군산시 사이에서 구상과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용역책임자인 윤주선 연구원, 정권우 군산시청 도시재생과 계장은 각각 사업 방향성, 공간 리모델링 지원 등 창업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고자 과감히 나섰다.
사업 주체들의 협력으로 영화타운은 모두가 윈-윈하는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지방'이 직영하는 주점 '럭케마케트'와 스페인 레스토랑 '돈키호테', 사케바 '수복' 등을 비롯해 게스트하우스 등이 들어오며 상권이 살아나고 젊은이들이 찾는 곳으로 떠올랐다.
모처럼 활기를 찾은 이들 로컬에도 과제는 남아 있다.
10년, 20년 후에도 계속 사람들이 머물고 동네 인프라가 늘어날 것인가?
지역에 활성화되면서 발생할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된 구도심 상권이 살아나면서 임대료 상승 등으로 기존 거주자들이 쫓겨나는 현상)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아직 답은 못 찾았지만 책 속 로컬 주체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발판 삼아 고민하고 나아가면 로컬만의 적절한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지방은 스스로 실천 가능한 지혜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본받을 모델은 없다. 결국 지방의 독자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로컬 지향의 시대>를 쓴 마쓰나가 게이코 오사카시립대학 교수의 말이다.
저자인 윤찬영 센터장은 에필로그에서 이 문구를 소개하며 "로컬마다 처지에 맞게 유연하면서도 창의적인 해법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지방소멸 대응, 도시재생 등 로컬 관련 정책을 만들거나 집행하는 이들, 지역에 사람이 온기를 되살리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책 <로컬 꽃이 피었습니다>를 꼭 읽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어떻게 지역별 '맞춤형' 해법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모두의 정답은 없지만 각자의 해답은 있다. 수많은 로컬 크리에이터와 창업가, 공무원, 연구자, 중간지원기관 활동가 등이 저마다의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다. 상세하게 복기된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각자의 고유한 실마리가 보일지도 모르겠다.
-출처도서:<로컬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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