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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흥하고 현대차는 망하는 이유?

by 산골 피디 2022. 1. 23.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현대차는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테슬라는 반도체 공급난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테슬라는 테슬라에게 중요한 반도체를 구할 수 없을 때는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반도체를 확보한다. 그 반도체가 테슬라 필요에 맞게 작동하도록 반도체의 소프트웨어를 새롭게 작성한다.

현대차 같은 내연기관 대형 자동차 기업은 이런 일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들 자동차 기업은 소프트웨어와 컴퓨팅 관련 업무를 외주화 했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자동차 기업은 반도체를 수급하는 일을 직접 하지 않고 외부 벤더에 이 일을 위임했기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자동차 기업은 협상할 영향력이 없다.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은 지속적으로 분산되어(unbundled)왔습니다.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 분산된 가치사슬은 반응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 공급난처럼 예상하지 못한 일에 대해 전통 자동차 기업은 맥을 추지 못하고 있지만 테슬라는 2022년 2백만 대 생산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

“자동차야말로 최고의 모바일 기기다.”

The car is the ultimate moble device.


전기자동차 혁명


애플만 전기자동차 또는 자동주행자율 주행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것이 아니다. 주문형 운송 서비스 업체인 우버(Uber)가 최근 공격적으로 로봇 공학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전문기업을 매입하고 있다. 우버는 구글, 애플 등에 의해 생산된 자율 주행 자동차로 또는 우버 스스로 생산한 무인 자동차로 우버 운전사를 장기적으로 대체해 나갈 수 있다.

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두(Baidu) 또한 무인자동차 및 전기자동차 시장에뛰어들었고, 독일의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Bosch)도 무인 전기자동차 개발을 시작했고,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델파이(Delphi)는 아우디 Q5를 개조한 자율 주행 자동차를 제작하여 2015년 3월 미국 횡단 주행 테스트를 진행했다. 다시 말해 전기자동차 또는 자율 주행 자동차 개발에 뛰어든 기업은 다임러 벤츠, 폭스바겐, 도요타 등 전통 완성차 기업에 제한되지 않는다.

자동차 시장은 지난 30년 동안 신규 사업자가 등장하지 못했던 시장이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 전통 자동차 기업뿐 아니라 지금까지 자동차 또는 완성차와 무관한 기업들까지 (무인) 전기자동차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을까. 자동차 산업을 덮쳐 오는 변화의 정체는 무엇일까. 해답은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 또는 생산방식의 변화에 있다.

 



자동차 가치사슬 및 생산방식의 변화

 

그 이후 포디즘 또는 대량생산이 자동차 산업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완성차 사업자의 생산의 깊이(Production Depth)는 매우 높은 편이었다. 생산의 깊이는 자동차 생산의 가치사슬에서 특정 기업이 완성차 생산에 기여하는 비중을 말한다. 포드의 초기 생산의 깊이는 100%였다.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철강과 타이어 심지어 유리까지 직접 생산했기 때문이다.

 

컨베이어 벨트로 상징되는 미국 포드 자동차의 생산방식은 자동차의 대중화를 가능케 했다. 포디즘은 자동차뿐 아니라 자본주의 생산성의 질적 비약을 가능케 했던 생산방식의 혁신이었다.

포드 컨베이너 벨트 조립라인 (1913년)



포디즘에 기초한 자동차 생산방식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일본의 도요타(Toyota)를 통해 일어났다. 도요타는 협력업체(automotive supplier) 또는 부품업체와 새로운 생산 가치사슬을 형성하며 자동차 생산성 증대를 꾀했다.

도요타는 내연기관과 차체(bodywork) 개선을 중심으로 (신형)모델 개발에 집중했고, 복수의 부품업체는 계기판, 브레이크, 좌석, 타이어 등에서 전문성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며 자동차 생산 가치사슬에 결합했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경우 2010년 기준 완성차 업체가 차지하는 생산의 깊이는 22% 수준이다. 나머지 78%는 부품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이 소수의 완성차 업체와 다수의 부품업체 구도로 변한 것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우 현대자동차는 현대모비스라는 자회사를 통해 부품업체를 사실상 단일화했고, 이 덕분에 현대모비스는 컨티넨탈(Continental), 보쉬(Bosch) 등에 이어 세계 5위 부품업체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소수의 완성차 사업자가 다수의 부품업체를 지배할 수 있는 이유는 폭발하는 힘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전환하는 내연기관의 개발과 생산에 있다. 내연기관의 효율성을 진화시키고 이를 안전하게 지탱하는 차체(bodywork)를 생산하는 능력은 시장 진입장벽으로 기능한다. 내연기관 생산능력이 없는 새로운 사업자가 완성차 시장에 진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삼성자동차의 실패도 내연 기관 생산이 어려운 진입 장벽 때문이었다.



내연기관의 종말로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전기 자동차 등장은 시장 진입장벽으로 기능해온 내연기관을 없앰으로써 포드와 도요타가 주도해 온 자동차 생산의 가치사슬 구조도  변화를 맞고 있다.

구글이 전기자동차 생산을 협력하는 기업은 어딜까?
내연기관이 필요 없으니 완성차 업체도 필요없다. 독일의 보쉬, 컨티넨탈과 미국의 델파이(Delphi) 같은  자동차 부품업체다. 센서 기술을 앞세워 자율 주행 전기자동차 생산에 뛰어든 보쉬 입장에서도 완성차 사업자보다는 소프트웨어 능력이 탁월한 구글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전통 자동차 부품업체 또한 소프트웨어에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독일 보쉬 자동차 사업 부문에는 약 34,000명의 기술자가 일을 하고 있고 그 중 1/3이 개발자다. 마이크로프로세스와 소프트웨어가 내연기관의 위치를 대체하고 있다. 테슬라 전기자동차는 100개의 마이크로프로세스와 1억 줄의 소프트웨어 코드를 포함하고 있다.

 



죽음의 계곡을 넘고있는 현대자동차의 미래는?


전기자동차 생산방식은 센서, 배터리 등 전통 부품업체와 소프트웨어 전문성을 가진 구글, 애플과 같은 기업의 새로운 조합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서 애플은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작은 컴퓨터를 진화시켜 온 뛰어난 하드웨어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이론적으로 볼 때 애플을 사랑하는 삼성전자 또한 충분히 전기자동차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자동차 생산 가치사슬의 변화라는 맥락에서 애플과 BMW의 협상 실패 또한 이해할 수 있다. BMW 전기자동차 i3는 차체를 탄소섬유(carbon fiber)로 만들며 생산방식을 진일보시켰다. 그러나 전통 완성차 위치를 고수하려는 BMW와 새로운 완성차 사업자로 등극하려는 애플 사이에서 협상이 성공할 가능성은 적다.

이 대목에서 현대자동차가 이후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더욱 왜소해질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 가치사슬에서 전통 완성차 사업자는 구글 및 애플과 보쉬, 델파이 등 부품업체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시장은 아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지 못하다. 테슬라가 전기자동차의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다.

노르웨이에서는 전기자동차 비중이 높다고 하지만, 2013년 기준 약 6.2%에 불과하다. 규모의 경제를 이야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규모의 경제는 전기자동차의 생산량이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단위 생산단가가 낮아질 때 가능하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가격의 하락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학습효과가 증가하면서 단위 생산단가는 하락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 생산은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 생산보다 단순하다. 규모의 경제, 다시 말해 전기자동차의 가격 하락은 충분히 가능하다.



스마트폰 시장을 따라가는 전기자동차 시장


전기자동차 등장으로 자동차 생산의 전통 가치사슬이 붕괴하고 있다. 이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사업자가 점차 힘을 잃어가는 산업지형은 특히 한국 경제에 될 문제가 될 것이다.

스마트폰은 휴대전화가 아니라 크기가 매우 작은 고성능 컴퓨터다. 스마트폰이라는 초소형 컴퓨터 생산에는 높은 수준의 하드웨어 기술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판매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의 전체 이윤 중 90% 이상을 애플이 가져가고 있다.

애플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능력, 앱스토어 플랫폼, 음악 서비스 등  스마트폰 시장을 수직으로 지배하고 있다.

구글(광고), 페이스북(광고), 모바일 메신저, 우버 등은 스마트폰 시장을 결정하는 힘을 가지고 있고 그만큼 이익을 취하고 있다.

휴대전화와 스마트폰이 질적으로 서로 다른 시장을 만든 것처럼, 전기자동차는 운송수단이라기보다 바퀴를 가진 컴퓨터로 이해되어야 한다.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시장의 진정한 주인이 아닌 것처럼, 움직이는 컴퓨터인 전기자동차는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지만, 시장의 주인은 아닐 수 있다.

우리는 이동하는 자동차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산다. 자동차 내부에 자리를 잡은 인간의 삶이 보내는 시간을 차지하려는 싸움을 구글과 애플은 이미 준비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시장의 승자는 전기자동차 생산자가 아니라 구글과 애플 그리고 페이스북, 모바일 메신저,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버(Uber)와 유사한 서비스가 스마트폰이 아닌 움직이는 컴퓨터인 전기자동차에 통합될 경우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성은 많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현대자동차의 미래가 어두운 이유다.

포드의 최고경영자 마크 필즈(Mark Fields)는 무인 자율 주행 자동차 시대가 시작할 것으로 예측한다. 무인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사고 책임의 주체 논쟁, 자동차 운전 알고리즘의 윤리 문제, 교통 시스템의 혁신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적지 않은 시간과 사회갈등을 요구한다.

전기자동차는 무인자동차보다 먼저 찾아와 자동차 시장을 그 아래로부터 변화시킬 것이다. 관련 기술 혁신뿐 아니라 정치의 경각심이 절실하다. 이는 단지 현대자동차의 미래가 걱정되기 때문이 아니다. 이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미래가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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