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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리더

걸어서 15분 도시가 만드는 마이크로 라이프스타일

by 산골 피디 2022. 1. 21.

집에서 회사까지 걸어서 15분이면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바뀔까?

15분 도시는 도보 또는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집, 직장, 학교, 시장, 병원, 공원 및 여가 시설이 위치한 도시다. 핵심은 자동차를 줄이고 도보와 자전거같이 인간 중심적이고 친환경적인 이동 수단을 도입하는 것이다.


하루를 돌아보면 꽤 많은 시간을 길에다 쏟아붓는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출퇴근 시간은 이것을 제일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다. 빅데이터에 따르면 서울 안에서 평균 출퇴근 시간은 53분,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할 때는 평균 72분이라고 한다. 하루에 2~3시간을 길에서 보내는 셈이다. 이러한 사정은 주말이라고 다르지 않다. 장을 보러 마트를 가거나 잠깐의 휴식을 위해 여가·문화시설에 가려면 평일보다 더 지옥 같은 교통체증을 겪는다.


현대 도시는 시간을 절약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365일 내내 교통체증을 겪으며 출퇴근하고, 쇼핑몰에 가며, 병원과 문화시설에 간다. 특정 지역만 발전한 현재의 도시는 사람보다는 자동차 중심으로 계획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도시환경과 우리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현대 도시는 편의성을 추구하며 설계했다고 하지만 거기 사는 우리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효율성만 고려한 도시계획은 거주 지역과 기타 지역을 분리시켰고, 여기에 부동산 가격이라는 조건이 붙기 시작하면서 거주 지역은 도시와 멀리 떨어졌다. 결국 우리는 집, 직장, 학교, 병원, 공원이 여기저기 흩어진 환경에서 수많은 불편과 어려움을 감수하며 살고 있다.

이처럼 지난날의 도시 설계는 좋은 방향이 아니었음이 명백해졌다.

그사이 사회문제는 더 심각해졌고, 공동체는 분열되었으며, 기후변화와 전염병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 도시는 새로운 도시 모델을 구상 중이다. 그중에서도 팡테옹 소르본 대학교의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발표한 ‘15분 도시(15 minute city)'는 지속 가능하고 인간 중심적인 도시 모델로, 미래의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의 도시는 사람보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계획되었다”
- 카를로스 모레노, 팡테옹 소르본 대학교 교수 -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는"지금의 도시는 사람보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계획되었다”라고 말한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그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보행자 도로보다 훨씬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자동차 도로, 사람이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불법 주차로 가득한 골목길 등. 사람보다 자동차가 우선인 환경에 우리는 익숙해졌다.


이와 반대로 15분 도시는 인간을 중심에 두고 도보와 자전거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를 주요 이동 수단으로 생각한다.

이럴 경우 도시는 자연스럽게 보행자와 자전거를 중심으로 설계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시설이 늘어난다.

줄어든 자동차 수 덕분에 배기가스 배출량이 감소되어 친환경 도시도 구축할 수 있다.

이동 수단만 바뀔 뿐인데 도시 전체가 변하게 되는 것이다.

집에서 편의 시설을 걸어서 다니면 이동 시간이 줄어 여가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여가 시간은 삶의 만족도와 연결되기 때문에 15분 도시에 사는 시민은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보행자 중심의 도로는 어린이, 노인,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의 이동권과 연결되어 누구나 평등하고 안전한 환경을 보장받는다는 것을 뜻한다.



15분 도시의 목표 중 하나는 지역 경제 활성화다.
15분 거리 내에 위치하는 시설에는 필수 소매점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15분 도시를 시행 중인 프랑스 파리에서는 주요 도로 건물 1층을 소매점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조정하고 있다. 일부 특정 지역에만 번화가가 조성된 지금의 도시는 당연히 지역 불균형과 젠트리피케이션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15분 도시는 도시 내 각 지역이 긴밀하게 연결되고 골고루 발전할 수 있게 설계함으로써 지역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15분 도시를 처음 발표했을 때, 실현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현재 파리, 멜버른, 발렌시아, 상하이 등 세계 여러 도시가 15분 도시계획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인식이 변화한 이유에는 기후변화와 코로나19라는 배경이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생활양식의 변화는 15분 도시가 주장하는 근거리 생활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도와줬다.

이에 힘입어 15분 도시는 세계 도시들이 모여 기후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C40에서 코로나19 이후의 도시 모델로 소개되었다.

잘 살기 위해서는 좋은 집만큼 풍족한 사회 기반 시설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집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

15분 도시는 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도시 모델이자 이론이다.

물론 현재의 도시 구조를 대대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지만,

15분 도시 모델을 적용하는 다른 도시를 보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다시 로컬, 내 주변의
마이크로 반경의 삶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15분 도시는 자신 주변에 가까운 행동반경 안에 있는 마이크로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하게 된다.
소셜 미디어의  비즈니스 수단으로 통용되며 개성을 잃고 있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대신 

 ‘우리 동네 이야기’를 실시간 내밀하게 공유하는 하이퍼로컬 플랫폼으로 옮겨간다.

국내에서 당신 근처의 마켓을 표방하는 ‘당근마켓’이 인기몰이를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네에서 중고 직거래 할 수 있는 지역 기반 중고거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로  

이제는 11번가, G마켓과 같은 커머스 앱을 제치고 전체 쇼핑 앱 카테고리에서 쿠팡에 이은 2위에 올랐다.

1,440만 명이 이용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의 활성화가 목표며,

미래에는 위아래 집 정도로까지 거리를 줄이는 게 목표라고 한다

미국의 넥스트도어도 도난 물품과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는 글부터

집 안 수리, 과외 교사 추천 등을 공유하며 삶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어젯밤, 뒷마당 텃밭에 심은 브로콜리를 야생 동물이 습격했어요."

"어떻게 해야 남은 채소를 지킬 수 있을까요?”

“조금 전 수상한 남자가 저희 집 현관 벨을 누르고 사라졌어요."

"CCTV 영상을 공유하니 동네 주민들 모두 조심하세요!”

“눈 치우는 기계를 사려고 하는데 어떤 제품이 좋은지 추천 부탁합니다.”



미국 최대의 하이퍼로컬 커뮤니티 ‘넥스트 도어Nextdoor’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의 대다수는 우리 일상과 밀접한 내용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페이스북의특정 커뮤니티나 개인 블로그에 생활 속 불편함을 올리던 미국인들이이제 가족과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듯 자연스레 스마트폰에 저장된 넥스트도어 애플리케이션을 열어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유한다.

로컬보다 훨씬 좁은 범위를 다루는 ‘하이퍼로컬 hyper-local’,

즉 내 주변 반경 5km 삶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2011년 설립한 넥스트도어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지난 2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 영국, 스웨덴, 독일 등 총 11개 국가 28만 개 도시에서 왕성하게 사용하는지 지역 기반 플랫폼은 지난해 일일 활성 사용자 수가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미국 내에서는 모바일 앱 시장의 약 80%를 차지할 만큼 삶에서 넥스트도어에 대한의존도는 절대적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보니 미국인들사이에서는 “넥스트도어에 물어봐(Ask for help on Nextdoor)”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이런여세를 몰아 지난11월 미국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넥스트도어는 미래 지역 커뮤니티의 선구자로서 화려한 신고식을 마쳤다.

우편번호를 입력하고 이메일만 등록하면 주거 지역 일대의 넥스트도어 사용자들과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도 장점이다. 동네 주민들에게 가게를 홍보할 수 있는 ‘Businesses’, 지역 할인 정보를 담은 ‘Local Deals’, 분실 물건이나 반려견 정보를 긴급하게 공유하는 ‘Lost & Found’, 코로나 백신 접종이 가능한 장소를 모은 ‘Vaccine Map’ 등 삶에 유용한 실질적 카테고리로 가득하다.


실제로 넥스트 도어에는 동네에서 운전하다 마주한 사슴 가족, 산책길에서 발견한 늪지대의 어린 악어, 허공을 비상하는 독수리 떼나 거리에 출몰한 여우 사진이 수시로 피드에 올라온다. “What a great photo!”와 같은 댓글이 이어지고, 일상에서 마주한 이웃들의 사적 경험은 그 동네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에피소드로 퍼져나간다. 동네에서 맛있는 아시아식당을 문의하거나, 여름방학 동안 아이를 맡길 베이비시터를 구하고, 아이의 동네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번개 미팅’을 제안하는 엄마들은 넥스트 도어를 통해 삶의 고민을 해결한다.



궁극적으로 넥스트도어의 인기가 주는 메시지는 우리가 다시 로컬, 내 주변 마이크로 반경의 삶에 집중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인터넷이 ‘글로벌’이라는 이름으로 광활한 지구촌을 ‘하나의 세상’으로 엮어내는 흐름이 있지만,
그 반대편에는 인터넷을 통해 일상의 반경을 단단하게 엮어내는 시대가 찾아왔다.

실제로 팬데믹을 맞아 넥스트 도어는 고립된 이웃들을 연대하는 강력한 매개체로 작용했다.

코로나로 격리 중인 사용자에게 도움을 주는 'Help Map', 코로나 백신 인증 열풍과 잔여분을 확보한 약국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며 신용과 안전, 이웃과의 즉각적인 연결에 강점을 보여왔다. 미국 3가구 중1 가구가 사용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형 넥스트 도어로 손꼽히는 ‘당근마켓’, 네이버의 ‘이웃톡’ 서비스를 통해 우리는 하이퍼로컬 커뮤니티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단순한 중고물품 거래 도구에서 나아가 동네를 경험하고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일상화될 때 생활밀착형 온라인 커뮤니티도 발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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