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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하면 정말 통할까

by 산골 피디 2020. 8. 15.

궁하면 정말 통할까

그동안 시청자위원회에서 숱하게 질타를 받고도 전임자가 방치한 해묵은 ‘TV토론’ 간판을 ‘이슈토크’로 리뉴얼하고 세트 비주얼도 새단장하기로 했다.

토론 거리도 안되는 아이템으로 TV토론 타이틀은 왜 걸고 제작하냐는 뼈 아프지만 당연한 지적이었기 때문이다. 전임자를 원망할 필요도 그런다고 해결되지도 않으니 걍 받아들이기로 했다. 남이 싸질러 논 똥을 내 손으로 치운다는 게 썩 내키지는 않지만...내가 싼 똥도 누군가가 치웠을 테니까...

전임자가 방치한 세트 잔해


미션은 가을 개편 새단장은 하되..
예산은 가능한한 쓰지 말고 하라는 것!!

애매하게 예산 범위를 정해주지 않을 때는 해법은 간단하다. 예산은 가능한한 안쓰면 그만이다!

이럴 땐 이상하게 내 몸 속에선 좌절보단 싸이코처럼 꿈틀대는 묘한 도전의식 같은 희열이 먼저 감지된다. 먼저 처한 상황에 대입할 만한 생활공식부터 떠올린다. 수학 문제 풀 때 근의 공식 같은 만능 치트키 말이다...

 

 

 

 

 

 

 

MBC강원영동 공개홀 세트작업


“궁하면 통하는 법이다”

 

여기서 내가 꽂히는 건 ‘통한다’라는 단어보다 ‘법이다’라는 표현이다. 법의 어원은 룰(Rule)에서 나왔고 지배를 뜻한다. 이제부터 속담 아전인수격 자기합리화 프로세스는 본격적으로 자동화된다!

“아...궁하면 통한다는 게 인간세상을 지배하는 룰이구나..궁한 상황은 이미 주변에서 만들어줬으니 궁하지 않을 때 보다 이 법칙은 마치 조건반사처럼 더 잘 통하겠는데..?! ”

이런 억측스런 결론에 다다를 쯤이면 나름 합리적인 추론도 뒤따른다.

지혜로운 격언이 아직도 폐기당하지 않고 여전히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는 걸 보면 몇 천년 동안 쌓여온 빅데이터 경험치가 녹아서 현재의 실생활에도 구현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빅데이터가 만드는 알고리즘 같은 거랄까..? 빅데이터 자체는 성공도 실패도 없다. 그냥 경험의 축적물일 뿐이다. 그 빅데이터의 추출물이 알고리즘으로 구현되어 실생활에 적용되는 순간 성공과 실패로 가늠된다. 그러니 빅데이터 축적 과정에서 섯부른 성공과 실패로 재단하지 말자. 

이제부터 문제는 솔루션이다.
뭐부터 시작해야 하나...?
영상편집 처음 배울 때 선배가 해준 말이 있다.

“편집이 안 풀릴 때는 뭘 붙여야할 지 보다 뭘 먼저 빼야할 지를 고민해봐~”

EBS #김유열PD 선배 책 #딜리트 도 같은 얘기다. 예술도 빼는 것부터 시작했고...
초기 조각은 큰 돌을 깎아내는 작업이었다.


출처:<딜리트> 김유열 피디 저서

 

딜리트 : 새로움을 만드는 창조의 명령어

COUPANG

www.coupang.com

 

 


그래서 피디들은 다 안다...”
영상편집에서 뭘 보태려 하지 말고..뭘 먼저 뺄 건지부터 먼저 고민하면 편집콘티가 풀리기 시작한다. 뭘 덧붙이고 보태다간 더 지저분해지기 십상이다. 마치 변명처럼...

예산만 낭비했던 불필요했던 세트 장치는 뭐였을까? 우선 헛 돈 쓴 타이틀 백드롭 현수막부터 빼기로했다. 세트에서 달랑 남은 현수막을 걷어 내고 나니...온통 블랙(Black)만 남았다. 단촐하다.
블랙과는 정말 질긴 인연이다. 재작년 #정관조 감독이랑 함께한 Tokyo Docs 다큐멘터리 페스티발 베스트 피치 작품도 #블랙하모니 였다. 

'

2018 Tokyo Docs 다큐 피칭대상 수상

 

 

 

 




때론 빠른 포기가 퀵 스타트에 훨씬 도움된다.
배경이 단촐하면 시청자는 인물샷에 집중되니까..출연 패널 섭외에 승부를 걸자는 결론에 빠르게 도달했다. 핵심에 충실할 수 밖에 없는 환경설정이 자연스레 세팅된 셈이다.

CG디자이너 양부장에게 우선 예산 결핍 상황부터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시청자위원회 지적을 받았지만 예산은 없다고ㅠㅠ 심플하게 모든 인물샷 배경은 All Black으로 가는 컨셉이니 여백을 이용한 자막 디자인 배치와 후반작업이 힘들거라고...

MBC강원영동 <이슈토크> 뜨거운감자 세트완성


세트실에서 잠자던 소품을 재활용해서 총 리뉴얼 비용 20만원으로 첫 녹화를 끝내고 한 숨 돌리고 나니... 돈 안들이는 딜리트 전략으로 예상 퀄리티 90%정도는 구현한 것 같아..맘이 놓인다.

MBC강원영동 <이슈토크> 뜨거운감자 개편첫방



어렵게 디자인해준 양민호 CG디자이너. 김영철 세트 담당 선배가 고맙다. 세트 예산도 확보 못한 못난 피디 덕에 정말 고생 많았다.ㅠㅠ

정말...
궁해서 통했던 성장이었다.

 

*관련글:김영하 작가 모난돌 인생 존버법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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