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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작

열등감은 협업에 가장 강력한 동기

by 산골 피디 2020. 4. 27.

열등감이 때론 나보다 뛰어난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으로 작동한다.

내가 어떤 일을 하든지, “협업만이 살 길이다”라고 외치고 다니는 것은 내 부족함을 협업으로 메울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일종의 자기 고백이다.
열등감이 협업을 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는 셈이다.

피디로서 콘텐츠로 먹고사는 일을 한 지 20년을 넘겼다. 다큐가 됐든, 쇼 연출이 됐든, 뉴미디어 플랫폼 운영이 됐든... 나의 작업 영역에는 늘 나 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있었고 내 부족함을 자각케 했다. 첫 감정은 열등감으로 아팠지만, 인정하고 나니 다음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 다큐 영화 <블랙하모니>

 


“내가 못 하는 것에 집착 말고,

내가 좀 더 잘할 수 있는 일에
몰입하자!”

 

 

 

내가 못 하는 것에 집착 말고!
내가 좀 더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그게 내게는 프로듀싱이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피디 업무영역은 프로듀싱과 디렉팅으로 나뉜다.

편집실 밤샘도 너끈하고, 신선한 감각으로 폭풍 성장하는 후배들 앞에서 내 디렉팅은 퇴행의 길만 보였다.

콘텐츠의 생명줄인 펀딩을 통한 예산확보, 비즈니스 모델 수립, 콘텐츠 마케팅 같은 프로듀싱은

시간이 더해준 업력 덕분에 그나마 지역 피디인 내가 도전해볼 수 있는 영역이었다.

무엇보다 죽었다 깨어나도 <녹턴> 정 감독처럼 다큐 영화하겠다고,

방송사를 뛰쳐나갈 무모한 열정도, 10년 넘게 한 가족사에 천착하는 몰입 정신도 내게는 없다.

첨엔 정감독의 힘든 제작 여건에 조그만 보탬이 되고,

내가 못다 이룬 꿈을 응원하며 대리 만족하는 즐거움으로 시작했고,

그렇게 하다 보니 감독이 필요한 부분을 프로듀서가 채울 수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촬영 현장에 몰입한 독립 제작사 디렉터의 부족함을 메우는데는

촬영 현장을 한 발 벗어난 방송 프로듀서가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많았다.

정부자금지원, 인적 물적 네트워크 활용, 마케팅 홍보, 저작권 권리관계 해결등...

그렇게 시작한 다큐 영화 프로젝트가 발달장애 클라리넷 청년 연주단 드림위드앙상블을 다룬 <블랙 하모니>였다.

자폐 서번트 피아니스트 성호네 가족 이야기를 다룬 <녹턴>이 모티브였으니

<블랙 하모니> 또한 전적으로 독립 감독 손에서 출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작년 이 맘 때 나는 방송사 프로듀서로~

정감독은 독립제작사 디렉터로~

한 팀을 꾸려 정부지원 콘텐츠 해외유통 활성화 사업 프로젝트로 선정되어

도쿄 독스 국제영화제에 참가했고, 첫 출전한 세계무대에서 한국팀으로선 대회 참가 최초 다큐 피칭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도 좋았지만 지역 공중파와 독립제작사의 협업 가능성을 증명한 자리여서 기쁨은 더 컸다.

 

 

 

일본 도쿄독스 국제다큐 피칭포럼 <블랙하모니> 대상 수상

 

 

 

@도쿄 독스 국제다큐영화 포럼 피칭 대상<베스트피치> 개발지원금과 트로피

 

 

 

 

 

MBC뉴스 https://youtu.be/bjh7XZeH9cQ

 

 

 

좋은 감독과 좋은 작품을 고르고 개발하는 능력이 프로듀서에게는 생존조건이라는 걸 절감했고~
국제 공동 제작비 펀딩에서 협업 모델 수립까지 너무나 많이 배웠다.

 

가장 큰 배움은 아직 지역 공중파는 이런 생경한 협업 마인드에 체질 전환이 느리다는 것이다. 독립제작사의 연출 감독과 상생 파트너십 협업 모델에 입각해 가보지 않은 길에 첫 발을 떼는 순간, 독립제작사를 하청업체쯤으로 다뤘던 방송사 내부의 관행으로 봤을 땐 회사 이익엔 둔감한 피디로 낙인찍힐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대상 수상으로 받은 제작지원금 1천만 원을 제작비에 투입하자 사내가 시끄러워졌다. 조직의 녹을 먹고사는 처지다 보니 억을하지만 그런 오해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제작비 집행 차액으로 이익을 회사에 남겨주는 것 말고는 수익모델을 경험하지 못한 경험의 한계가 빚어낸 인식의 한계였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것이니 설득도 힘들었다.

 

 

@블랙하모니

그래서 그간 치열하게 달려왔던 <블랙 하모니>의 약진은 슴고르기를 하며 앞으로 숙제로 남았다.

이번 모스크바 영화제 대상을 거머쥔 정관조 감독의 다큐 영화 <녹턴>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과연 지역 방송사 시스템 안에서 정감독처럼 10년 동안 시간과 영혼을 갈아 넣어 저런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그럼 우리 지역방송 피디는 뭘 할 수 있을까...?

 

 *관련글: <녹턴>정관조 감독 모스크바 영화제 최우수상 수상

 

<녹턴>정관조 감독 모스크바 영화제 최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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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독스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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