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광풍으로 광고시장이 지격타을 맞아 지역 방송은 광고 수입이 반토막났다.
곳간이 빌 수록 민심이 흉흉해지듯...
킹덤 시즌 2가 조선 시대 옛날 옛적 남의 얘기만은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지역 MBC에서 공영성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안팎으로 창궐할 조짐이다.
경영 사정이 어려워질수록 회사 위한다는 눈초리들은 더 매서워지기 마련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지역방송을 좀비로 감염시켰다.
광고 수익과 저널리즘을 맞바꾸자는 부당 거래 유혹
회사 위한다는 사람 치고 회사에 도움됐던 적은 없다.
결국 회사를 빌미로 자기 욕심을 채우는 걸 은폐하는 겉포장이 들통나 오히려 회사에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다.
‘회사가 살아야지... 저널리즘도 살지 않나?’
‘공정 방송만 하면 광고 적자로 신음하는 언론사의 곳간은 누가 채우나?’
‘지역에서 경쟁사에 협찬광고 다 뺏길 판인데 혼자 예술만할 만큼 잘 났냐?’
‘기자 월급 누가 주나? 회사 걱정은 안 하나?’
‘회사가 살아야지... 저널리즘도 살지 않나?’
광고 수익과 저널리즘을 부당 거래하라는 압박이 날로 거세진다.
기사 작성에 광고주의 입김을 막아주진 못할 망정, 압박해선 안된다.
광고영업에 도움되는 기사 한 줄 못 뽑아냈다고 보도 기자들에게 서운해서도 안된다.
회사 걱정은 안중에도 없는 밥충 취급하며 회사 적자의 책임을 저널리즘에 떠넘기는 사내정치는 적자경영 보다 더 위험하다.
지역 방송사는 지역민이 기대하는 신뢰가 무너지면 존재가치도 함께 무너지기 때문이다.
살아도 죽음보다 못한 좀비 삶은 사람도 조직도 결국 망가뜨린다.
좀비 바이러스를 박멸하지 못할 바에야 사회적 거리두기로 엮이지 않게 안전거리 확보가 상책이다.
지역이 좁다 보니 프로그램 협찬주가 종종 부정적인 기사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있다.
관련 고발 기사 릴리스를 앞둔 후배 기자에게 기사 수위가 어느 정도 되는지?
고발기사를 쓴 후배 기자에게 쭈뼛쭈뼛 대며 물어보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내 프로그램 협찬에 피해 갈까 걱정이 앞섰다.
후배 기자의 답은 단호했다.
“선배~다음부턴 이런 건 저한테 안 물어보시는 게 저를 도와주시는 겁니다.”
당시엔 그 후배 기자가 까탈스러워 못 내 섭섭했지만 이제와 보니 내가 부끄러웠다!
3년 전 지역교육 살리기 프로젝트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다.
제작비가 부족해 제작지원 협찬을 지역에서 구하다 너무 힘들어 보도국 기자들의 도움으로 쉬운 길을 가볼까 란 유혹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고민 좀 하다가 그 후배의 따끔한 일침이 생각나 생각을 고쳐먹고 프로그램 퀄리티와 신뢰로 정면 승부하자는 전략을 고수했다.
덕분에 그 프로젝트는 3년 동안 제작지원 규모가 매년 2배씩 늘어나는 장기 프로젝트로 성장했다.
내 프로그램 제작비는 내 손으로 구한다는 자발적인 동기로 충전된 나같은 영업(?) 피디한테는 프로그램으로 돈 벌어와도 괜찮겠지만.... 보도 기자에게 기사 써서 돈 벌어오라고 그러면 안된다.
저널리즘이 살아야 지역방송사는 더 오래 살 수 있다
기자들은 여기저기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기 일쑤다.
회사가 경영이 어려울 떼 저널리즘이 강하면 나 같은 딴따라 피디는 협찬 유치에 후달거리리게 된다.
그래도 기자를 돈벌이로 내몰아서는 안된다.
우리 몸도 그렇듯 각 기관별 역할이 제 각기 있는 것이고~
특정 부위가 오버하면 몸 전체 밸런스가 깨져 건강엔 역효과가 오기 쉽다.
광고대행사와 언론사를 혼동해 이것저것 삼키다 보면 당장은 끼니를 때울 수 있으나 결국엔 소화장애로 몸 전체에 영양공급에 문제가 된다. 당장 먹을 게 없다고 인육에 손 댔다가 순식간에 좀비 마을로 변해버린 영화 킹덤의 한 장면처럼 한 번 넘은 선은 한 번만 넘기 힘든 게 세상 이치다. 누구든 그런 유혹에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
영화 <베테랑> 속 가난한 경찰의 대사다.
돈은 잃으면 다시 벌면 되지만 한 번 더럽혀진 신뢰는 좀처럼 회복하기 힘들다.
당장은 힘들고 느리더라도 좀 더 길게 먹고살 수 있는 길을 고민하는 게 지역 방송사가 진정 살 길이 아닐까?
당시엔 힘들고 좀 더디더라도 페어플레이를 했던 것이 두고두고 잘한 일이라 회고하는 일들이 많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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