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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휴먼카인드 Humankind(인간본성)는 어떻게 진화했을까

by 산골 피디 2021. 4. 30.

인간의 본성이 대체로 선하다고?

악하다는 증거가 훨씬 더 많을 것 같은데....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인간 본성에 관한 논의가 재조명받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 언론인이자 사상가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펴낸 『휴먼카인드』(인플루엔셜) 때문이다.

휴먼카인드 책 영어판의 제목은 휴먼 카인드, 인류이며 부재에 방향이 드러나 있다.

희망에 찬 역사...

기운을 북돋아주는 소식에 목마른 시기에 환영받을 만한 내용이다.

브레흐만은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얘기는 잘못된 것이며 실은 선함이 인간의 진짜 본성이라고 말한다. 성선설, 성악설, 성무 선악설 등 동양 고전의 해묵은 논쟁은 물론 ‘사물은 본래 모두가 선하지만 인위를 거치면서 악으로 변한다’는 루소의 인성론을 다시 불러오는 듯한 주장이다.

 

보편적 인간을 대상으로 이런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칠 수 있을까?

특히 인간이 악하다는 통념의 근거가 되는 대표적 사례와 연구를 반박하는 대목에서 그랬다.

알고 보니 과장으로 가득한 오보였다 거나 연구자들이 실험에 개입해 가혹 행위를 유도했다는 폭로가 대표적이다.

전쟁의 군인들이 적을 겨냥해 총을 쏘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통계도 마음에 와 닿았다.

 

브레흐만이 내세우는 논거는 ‘이기적 유전자’ ‘루시퍼 이펙트’ ‘방관자 효과’ 등 인간 본성이 악하다고 말하는 연구 결과와 이론들을 철저히 재검토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인간의 어두운 심연과 폭력성을 증명해낸 듯한 여러 실험과 사건들은 사실 오류와 모순을 포함하고 있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필립 짐바르도 교수의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이다.

이 실험의 결론은 일반인도 부정적인 환경에 놓이면 괴물이 된다는 것이다.

짐바르도 교수는 18명의 대학생을 각각 교도관과 죄수 역할을 맡게 했는데, 이들이 서로에게 가혹행위를 저지르기 시작하면서 실험을 중단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저자는 실험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한다.

피험자들이 실험자의 실험 의도와 목적을 미리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행동했다는 것이다.

2001년 영국 BBC에서 재현된 같은 방식의 실험 또한 반박의 논거로 차용된다.

일명 BBC 감옥 실험에서는 참가자가 가혹행위를 주저하고 수감자에게 압도당하는 등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방관자 효과’도 마찬가지다.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곁에서 지켜보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뉴욕 한복판에서 살해당한 캐서린 제노비스의 죽음으로 알려진 이 개념은 <뉴욕타임스>가 당시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한 방관자들을 집중 보도하고, 심리학에서 관련 개념을 만들어내면서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스며들었다.

저자는 제노비스의 죽음에 관한 사실도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제노비스가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듣고 즉각 달려온 이웃의 품 안에서 숨을 거뒀다고 반박한다.

또 방관자 효과를 다룬 105건의 메타분석에 따라 위기의 순간 목격자들 간에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역 방관자 효과’도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실험의 오류를 지적하고 나아가 반전의 예를 드는 이유는 인간 내면의 선한 본성이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다.

그간 ‘성선설’과 ‘성악설’로 양분되는 인간 본성에 관한 논의는 최근 들어 후자의 견해가 우위를 점했다. 이는 주류 심리학과 정치학의 논거들로 차용되면서 인간의 내재적 동기를 의심받는 것은 물론 시민들을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했다.

책은 스티븐 핑거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나 리베카 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 등의 저서들과 궤를 같이한다.

스티븐 핑거가 세계대전과 냉전으로 점철된 20세기를 인간의 폭력성에만 국한해서 바라보는 견해를 비판했다면, 리베카 솔닛은 여러 사례를 통해 재난 속에서 피어나는 시민들의 연대에 주목했다. 브레흐만 또한 인간 본성에 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한다.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전공인 역사뿐 아니라

경제학. 심리학. 생물학. 인류학. 고고학을 넘나들며 입체적이고 포괄적으로 논지를 펴고 있다.

 

그의 입장은 인간 본성이 선하다는 쪽에 치우쳐 있지만 현실 인식은 냉정하다.

우리는 복잡한 존재다. 좋은 면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문제는 우리가 어느 쪽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 바탕에 두고 편하다는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많은 흠이 있음이 명백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의 내면은 기본적으로 선하다.

만일 인간의 본성을 좀 더 우호적으로 바라본다면 인간은 그에 맞춰 더욱 나은 처신을 할 것이며 이는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전 세계를 휩쓴 전염병 코로나19로 인해 사람과 재화 및 서비스의 이동이 가로막히고 경제상황이 악화되는 등  

어두운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조금 멀리는 기후 위기가 인류의 앞날에 어둠을 드리우고 있다.

이기적 인간 본성을 바탕으로 하는 개별 국가의 이기적 행태는 온실가스 감축을 어렵게 만든다.

 

이 책은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가져야 할 근거가 된다.

우리가 믿는 것이 우리를 만든다.

우리는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고, 우리가 예측하는 일은 일어나게 된다.

만일 우리가 대부분의 사람을 믿을 수 없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서로를 그렇게 대할 것이다.

우리의 진정한 본성은 친절하고 배려심이 있으며 협력적이다.

우리는 과거에도 그래 왔고 앞으로 그렇게 될 수 있다.

 

 

 

 

 

이 주장은 모든 사람에게 제대로 된 기본소득을 제공하자는 이론에도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만약 인간의 본성이 게으르고 이기적이라면 기본소득은 퇴행을 부추기는 낭비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간 본성이란 진화 과정에서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행동 경향을 말한다.

브레흐만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의 20만 년 역사상 19만 년은 전쟁도 압제자도 없는 평화 시대였다.

평화를 선호하는 선택압이 유전자에 반영되기 충분한 세월이다.

이 논의 과정에서 저자는 이기적 유전자를 주장한 리처드 도킨스나 스티븐 핑거 같은 거물들의 이론을 비판한다.

 

 

스티븐 핑거는 선사시대 이래 인류의 폭력성은 점점 줄어들었다고 주장하지만 저자는 그 방향성 자체를 반박한다..

선사시대가 전쟁이 없는 평화시대였다는 것이다.

서로 간의 폭력이나 전쟁으로 살해되었다는 사람들은 알고 보니 소위 문명화된 외부인에게 살해되었다는 식이다.

전쟁은 1만 년 전 정착 농업이 시작되면서 비로소 시작되었다.

그 이후에도 우리 인간은 늘 대체로 선량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포함한 각종 전쟁의 통계와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브레흐만이 지지하는 구소련의 유전학자 벨라이에프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스스로 가축화된 길들여진 유인원이다.

가장 친화성 있고 성품이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은 자식을 갖는 현상이 수만 년 동안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브레흐만은 현생 인류 종의 진화는 한 마디로 가장 우호적인 자의 생존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를 호모 퍼피, 강아지 인간이라고 부른다.

타인에게 우호적으로 보이도록 진화해온 외모가 현생 인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생존한 호모 사피엔스의 승리 요인을 ‘상상력의 결과물에 대한 공유’로 꼽았다면 브레흐만은 ‘타인에 대한 우호적인 본성’을 얘기한다.

인류는 타인과 협력하고 공감하도록 유전적으로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난 몇 세기에 걸친 정치적 사회적 분쟁이 인간의 본성을 중심에 두고 벌어졌다고 설명한다.

양측의 철학을 대표하는 선수는 토머스 홉스와 장 자크 루소이다.

 

토마스 홉스는 인간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인간의 저열한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서 문명이라는 제도가 필요하며,

인간의 천성적 이기심과 공격성은 법과 규칙, 규제로서만 제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편의 장자크 루소는 인간이 천성적으로 처음부터 선량하며,

그가 사악해지는 것은 오직 이 같은 제도 탓이라고 주장한다.

국민 국가, 사유재산은 근본적으로 부패하기 마련이다.

 

역사는 이와 같은 논쟁에서 홉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사회와 사회를 이루는 핵심 제도인 학교, 기업, 교도소는 성악설을 전제로 설계되었다.

이것은 비관적 냉소주의와 양극화, 배제와 이기심, 불평등과 관료주의라는 악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이를 지적하고

인간 본성이 대체로 선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학교와 회사 및 교도소의 실제 사례를 보여준다.

 

저자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견해만큼 세상을 만드는 커다란 힘을 가진 아이디어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결국 자신들이 기대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 시대에 가장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나선다면 우리가 출발해야 할 지점은 어디일까?

지구 온난화부터 시작해서 서로에 대해 점점 더 커져가는 불신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접하는 모든 사회현상에서 발견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우리의 견해라고 생각한다.

인류인 우리를 오늘처럼 만들어 왔던 것은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산골피디

*인용책: 휴먼카인드(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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