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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작

열등감이 과연 나쁜 걸까?

by 산골 피디 2020. 6. 17.

열등감이 과연 나쁜 걸까?


열등감이 때론 나보다 뛰어난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으로 작동한다.

내가 어떤 일을 하든지, “협업만이 살 길이다” 라고 외치고 다니는 것은 내 부족함을 협업으로 메울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일종의 자기고백이다.
열등감이 협업을 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는 셈이다.

피디로서 콘텐츠로 먹고 사는 일을 한 지 20년을 넘겼다. 다큐가 됐든,쇼 연출이 됐든,뉴미디어 플랫폼 운영이 됐든...나의 작업 영역에는 늘 나 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있었고 내 부족함을 자각케했다. 첫 감정은 열등감으로 아팠지만,인정하고 나니 다음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못 하는 것에 집착 말고, 내가 좀 더 잘 할 수 있는 일에 더 몰입하자!”

열등감과 보상이 개인 발달의 동기가 된다. -심리학자 아들러

눈이 어두우면 귀가 밝아지듯,,,,
단점을 보완할 시간에 장점을 더 키우자는 것이다.

그게 내게는 프로듀싱이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피디업무영역은 프로듀싱과 디렉팅으로 나뉘는데,
편집실 밤샘도 너끈하고, 신선한 감각으로 폭풍성장하는 후배들 앞에서 내 디렉팅은 퇴행의 길만 보였다. 콘텐츠의 생명줄인 펀딩을 통한 예산확보,비지니스모델 수립, 콘텐츠마케팅 같은 프로듀싱은 시간이 더해준 업력 덕분에 그나마 해볼 수 있는 영역이었다.

무엇보다 죽었다 깨어나도 #녹턴 영화 #정관조 감독처럼 다큐를 위해 방송사를 뛰쳐나갈 무모한 열정도, 10년 넘게 한 가족에 천착하는 몰입정신도 내게는 없다. (정 감독은 드디어 올 해 #모스크바영화제 영예의 대상을 수상 하는 기염을 토했다.)

첨엔 정감독의 힘든 제작 여건에 조그만 보탬이 되고, 내가 못다 이룬 꿈을 응원하며 대리만족하는 즐거움으로 시작했고, 그렇게 하다보니 감독이 필요한 부분을 프로듀서가 채울 수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촬영 현장에 몰입한 독립 제작사 디렉터의 부족함을 도와주려고 한다면 촬영현장을 한 발 벗어난 방송 프로듀서가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많았다. 정부자금지원,인적 물적 네크워크 활용,마케팅 홍보,저작권 등 권리관계 해결사 등...

그렇게 시작한 다큐 영화프로젝트가 발달장애 클라리넷 청년 연주단 드림위드앙상블을 다룬 #블랙하모니였다. 자폐 서번트 피아니스트 성호네 가족이야기를 다룬 <녹턴>이 모티브였으니 <블랙하모니> 또한 전적으로 감독 손에서 출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작년 이 맘 때 쯤 나는 방송사 프로듀서로~ 정감독은 독립제작사 디렉터로~ 정부지원 사업프로젝트로 선정되어 #도쿄독스 국제영화제에 참가했고,첫 출전한 세계무대에서 피칭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도 좋았지만 지역공중파와 독립제작사의 협업 가능성을 증명한 자리여서 기쁨은 더 컸다.

좋은 감독과 좋은 작품을 고르고 개발하는 능력이 프로듀서에게는 생존조건과도 같음을 절감했고~
국제공동제작비 펀딩에서 협업 모델까지 너무나 많이 배웠다.

가장 큰 배움은 아직 지역공중파는 이런 생경한 협업마인드에 체질전환이 느리다는 것이다. 독립제작사의 연출감독과 상생 파트너십 협업모델에 입각해 첫 발을 떼는 순간, 방송사 내부에선 눈 앞의 회사 이익에는 둔감한 피디로 낙인찍힐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도쿄국제영화제 피칭 대상수상으로 받은 제작지원금 1천만원을 제작비에 투입하자 사내가 시끄러워졌다.
조직의 녹을 먹고 사는 처지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프로듀서로서 제작비 집행 차액으로 회사에 단기적 이익을 남겨주는 것 말고는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맛보지 못한 경험의 한계가 빚어낸 인식의 한계였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은 설득도 힘든 법이다.
그래서 작년 #블랙하모니 약진은 앞으로 숙제로 남았다.

이번 개봉한 다큐 영화<녹턴>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과연 지역 방송사 시스템 안에서 정감독처럼 10년 동안 시간과 영혼을 갈아 넣어 저런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그럼 우리 지역PD는 뭘 할 수 있을까...?

<블랙하모니> 일본 국제다큐멘터리 피칭포럼서 최우수 기획 선정

자폐증 가진 음악 청년이자폐증 가진 음악 청년이 가족과 빚어낸 화음 -PD 저널 이채훈

#다큐영화_녹턴 #DMG영화제_예술공헌상 #은성호 #드림위드앙상블 #블랙하모니 #정관조_감독 #산골피디

 

자폐증 가진 음악 청년이 가족과 빚어낸 화음 - PD저널

[PD저널=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클래식 칼럼니스트] 음악과 사람을 황금비율로 섞어서 다큐멘터리를 빚어내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열정과 장인정신의 결실로 건강하게 태어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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