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이 만족하는 미디어 콘텐츠 강의법
2022년 교육우수교수상을 수상한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홍경수 교수님의 강의 진행 방식에 대한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홍교수님은 저에겐 피디 선배이자 대학 선배이기도 합니다. KBS에서 예능과 교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한 피디 경험을 살려 대학에서도 독특한 강의로 학생들에게 강렬한 인사이트를 주고 있는데, 강의 커리 구성과 수업방식이 강의자와 수강생모두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홍 선배님의 흔쾌한 동의를 얻어 공유합니다.
Q1. 교수님이 담당하시는 교과목과 특징?
1학기에는 미디어텍스트분석워크숍, 방송콘텐츠 기획,
2학기에는 영상카피라이팅, 콘텐츠 제작 워크숍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모든 강의가 이론과 실습이 겸비된 강의입니다. 강의를 통해서 콘텐츠 기획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소양은 물론이고, 현장에 곧바로 투입되어도 한 사람 몫을 해낼 수 있는 현장 지향형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Q2. 2022학년도 수업방식?
매 강의에는 교재 2권에서 5권에 이른 선도하는 리스트를 선정하여 주별 배치합니다. 학생들은 한 학기에 한 번 이상은 교재 내용을 읽고 발표해야 합니다. 발표한 뒤에 제가 보충 설명을 하고, 이론과 관련한 실습을 실시합니다.
가령 방송콘텐츠 기획이라면, 나는 오늘부터 힘센 기획자가 되기로 했다. 예능프로그램 제작 가이드, 다큐의 기술, 나는 왠지 대박이 날 것만 같아. 책 4권을 샅샅이 읽었고, 매주 조별로 장르별 프로그램 기획을 연습했습니다. 중간고사에는 예능프로그램 기획, 기말에는 드라마 기획을 조별로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외부 방송 전문 아카데미에서 실시하고 있는 강의 방식보다 훨씬 심도 깊습니다. 학생 중에 방송 현장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고, 개인적으로 비싼 수강료를 내고 외부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대에서 하는 강의에서 더 많은 유익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습니다. 실제 제 강의를 들은 학생 중에는 스튜디오 드래곤의 스위트홈 2 연출팀이나, MBN 돌싱글즈에서 일하고 있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Q3. 수업을 설계에 특별한 고려 사항?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은 3 가지입니다.
첫째는 왜 이 강의를 들어야 하는지 설득합니다.
아무리 좋은 강의도 학생들이 왜 들어야 하는지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다면, 학생들에게 짐이 될 수 있습니다. 필수교양 필수전공과목 중에 이런 과목들이 적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학생들에게 왜 이 강의를 들어야 하는지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강의 설계도 WHY를 따라서 일관성이 있게 설계됩니다.
두 번째는 현실 연결성입니다.
이론은 자칫하면 관념의 한계에 갇히기 쉽습니다. 아직 현장과 현실을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이론은 와닿지 않는 먼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교수는 끊임없이 현실과의 연결 부분을 이론과 접합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강의에 밀착하게 됩니다. 2022년도에 인문대 필수과목인 클라시쿠스 해 과목을 맡았습니다.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이 철학과 인문학의 기본 개념에 대해 강독하는 과목입니다. 이 강의를 설계할 때 왜 이 강의를 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드라마 작품해석과 인문학 개념을 연결하여 설명했습니다. 학생들이 무척 좋은 반응을 보였던 것을 기억합니다.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은 협동입니다.
강의 설계할 때 저는 조를 구성하여 학생들끼리 함께 토론하고 생각을 심화시키는 방법을 고려합니다. 학생들은 선생에게 배우는 것도 있지만, 선후배 동료로부터 훨씬 더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함께 발표 준비하고, 과제를 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더 큰 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특히 외로움을 많이 타거나 우울증을 느끼는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방식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 들었습니다.
Q4.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업 방법으로 ‘WIU(What I Understood)를 활용한 ‘플립드 러닝’?
이 방식은 순천향대에서 배운 방법입니다.
교수로서 강의 잘하는 것을 한 해 목표로 삼은 적이 있었고, 그때 학교에서 제안한 방법이 바로 WIU입니다. 강의 시간의 10분가량을 학생들에게 배우고 느낀 점을 기록하라고 제안하는 일종의 복습 방법입니다. 저는 강의 시간이 끝나고 보통 주말에 배운 내용을 정리하라고 하는데, 아주 BB 토론방에 올린 것을 제가 읽고 하나하나 답글을 올립니다. 학생이 40여 명 가까워서 읽고 댓글 다는 데 시간이 걸리긴 합니다만, 저에게는 가장 좋은 강의 준비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지난 시간에 이야기한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내가 이 이야기했나?”라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하기도 했는데, WIU 방법을 사용한 후에는 이런 질문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더불어 강의 10여 분을 지난주 WIU 중 우수 WIU를 선정하여 발표하기 때문에 강의 서론으로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학생들도 자신의 글이 소개되면 기뻐하는 것 같습니다.
Q5.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강의 방법을 적용할 때 학생들의 반응은?
학생들의 반응은 매우 좋은 편입니다.
매주 강의 소감을 올리고, 제가 읽고 있는데,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보입니다. 학생들이 성장하는 느낌을 받을 때 너무너무 힘이 나죠. 저는 이것을 보약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반응을 통해 선생도 힘을 얻는 것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대학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 강의”라는 반응입니다. 선생으로서 이보다 더 좋은 반응은 없지요. 선생의 높은 기대 수준을 매번 충족시켜 준 학생들이 고맙지요.
Q6. 수업에서 학생들의 발표와 조별 토론을 진행하셨는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전략?
먼저 학생들이 스스로 조를 짜게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를 알아야 해서 자기소개 시간을 꼭 갖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하고, 다른 친구들이 어떠한지 알아야 조를 짤 수 있습니다. 또한 발표 주제를 선착순이긴 하지만 스스로 선택하도록 권유합니다. 발표가 시작되기 전에는 1~2주는 제가 발표하며 발표 방식을 제안합니다. 발표 준비하기 전에 저와 발표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발표 전에는 제가 발표문을 읽고 수정사항이나 강조사항 등을 알려줍니다.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나, 이런 과정을 거쳐 학생들이 자신감을 얻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Q7.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Social PBL 방식?
2022년 가을 영상카피라이팅 과목에서는 전남 신안군에 대한 이미지 향상을 위한 광고 카피 제작 작업을 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전남 신안군에 대한 사이버 괴롭힘이 심해서 사회적 문제라고 보았고, 학생들도 처음 이 과제를 제안하자, 다소 부담스러워한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카피 쓰기의 이론과 실습 경험을 통해 자기 능력을 사회적인 문제해결에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섬씽 스페셜’이라는 광고가 가장 기억납니다. 섬의 것은 특별하고 아름답다는 카피로 이 카피는 신안군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카피라고 확신합니다.
Q8.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위하여 아주 BB를 통한 피드백을 제공하셨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어떠한 방식으로 제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피드백의 내용은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피드백하다 보면 어느새 비슷해지는 것을 발견하니까요? 학기 초에는 두 줄 정도 썼다가 기말에는 한 줄만 쓰는 경우도 있었고요. 중요한 것은 선생이 학생의 글을 꾸준히 읽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주로 칭찬을 많이 합니다.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써서 아주 좋구나” “나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점을 발견했구나” 제 피드백에 특별히 ‘아주’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아주대 학생들에게 ‘아주’란 단어는 가장 큰 칭찬이라 생각합니다.
Q9. 교수님께서 수업에서 지향하는 점?
대학이 무엇으로 이뤄졌을까 생각해 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강의입니다. 이야기가 있고, 토론이 있고, 배움이 있고 깨달음이 있으며, 성장이 있는 시공간입니다. 우리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궁극적 이유가 변화이듯이, 강의라는 콘텐츠를 통해서도 변화해야 합니다. 한자 변화라는 단어는 신에게 약속한 말을 깬다는 변이라는 글자와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등을 맞대고 있다는 화라는 글자에서 알 수 있듯이 급격한 바뀜입니다. 16주라는 4달 가까운 시간은 우리가 충분히 변화할 수 있는 시간이며,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학생은 물론이고, 선생도 강의를 통해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강의를 통해서 많이 배웠고, 많이 성장했습니다.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동안 굉장히 다양한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강의 내용에서 떠오른 내용을 발전시켜 연구 주제로 삼는 경우도 있고, 글쓰기의 소재로 삼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의는 학생과 교수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Q10. 마지막으로 학생들과의 소통과 관련하여 본교 교수님들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
학생들의 우울증과 좌절감이 생각보다 큰 것 같습니다. 창의적인 한 학생이 몇 번 강의에 오지 않아 전화해 봤더니, 우울증 약을 먹고 부작용으로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결석이나 지각이 잦은 학생들을 좀 더 지켜보고 말을 걸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강의 안에서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