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원 있으면 뚝딱 디지털 가상인간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가상인간 기술 눈부신 발전으로 시간·비용 장벽이 허물어지고, 인공지능·소프트웨어 진화로 딥페이크 기술 고도화되어 제작 비용 크게 낮아져 2주면 제작 가능하다.
진짜와 똑같은 3차원 모습에다 번역·음성 기술까지 적용하면 자연스러운 실시간 대화도 가능하다.
광고효과도 사람보다 뛰어나가전·홈쇼핑 기업 활용이 늘어 세계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은 3년내 14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 2012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유명 음악 축제인 '코첼라 음악 페스티벌'.
이곳에 전설적인 래퍼 투팍이 등장해 다른 유명 래퍼인 스눕독, 닥터 드레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이미 15년여 전 고인이 된 투팍의 등장에 현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물론 여기 등장한 투팍은 실제 인물이 아니었다. 미국 컴퓨터그래픽 회사 '디지털 도메인'이 그의 생전 모습을 이용해 컴퓨터그래픽으로 재현한 것이었다. 디지털 휴먼이 대중에게 소개돼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받은 계기라고 할 수 있지만, 열풍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 2016년 6월 한국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대구시가 주도해 대구 김광석 거리에서 음악가 고(故) 김광석의 생전 모습을 홀로그램으로 재현한 상설 공연을 시작해 화제를 모았다.
'전설의 가수를 기술이 부활시켰다'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아쉽게도 긴 제작 기간과 비싼 제작 비용, 실사에는 미치지 못하는 기술력 때문에 한계에 봉착했다.
당시 김광석의 디지털 휴먼화 작업을 맡았던 오병기 쓰리디팩토리 대표는 "디지털 휴먼이 오래전부터 게임이나 영화에 활용됐지만,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대중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2012년 투팍의 홀로그램 공연 때부터켰다. 당시에는 10억원이 넘는 제작비와 긴 제작 기간이 필요했고, 홀로그램이 아닌 영상으로 구현할 경우 실사와 컴퓨터그래픽이 차이가 있는 한계 탓에 다양한 분야에 쓰이기는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쓰리디팩토리는 2016년부터 김광석을 필두로 신해철, 유재하, 전태관, 김현식 등 고인이 된 음악가들의 디지털 휴먼을 차례로 선보였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입해야 했던 디지털 휴먼 제작 환경이 불과 수년 새 확 달라지고 있다.
혁신 기업들이 기술 한계에 도전하면서 실사와 캐릭터를 넘나드는 디지털 휴먼이 대중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며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저마다 개성 넘치는 디지털 휴먼이 MZ세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뛰고 있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로지'
-롯데홈쇼핑 '루시',
- LG전자 '김래아',
-스마일게이트와 자이언트스텝이 손잡고 만든 '한유아'
-삼성전자 '샘'
-디오비스튜디오 '루이'
가상 인간 정보사이트 '버추얼휴먼스'에 등록된 가상 인간의 수는 2021년 10월 120명대에서 두 달 만에 180명을 넘어섰다. 세계 각지에서 우후죽순 가상 인간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실사 같은 디지털 휴먼이 대중과 장벽을 허물자 실사와 다른 애니메이션 캐릭터까지 쏟아지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오제욱 디오비스튜디오 대표는 "누구나 가상의 얼굴로, '부캐'(또 다른 나)로 자아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창업했는데, 우선적으로 기업들이 디지털 휴먼을 운영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작년부터 회사 모델로 디지털 휴먼을 활용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휴먼이 갑자기 쏟아지게 된 것은 기술력 발전의 영향이 크다. 이미지·음성·번역 등 다양한 인공지능(AI) 원천 기술이 고도화되고, 디지털 휴먼을 제작하는 소프트웨어도 크게 진전해 기술과 비용 측면의 장벽이 낮아졌다.
기술적으로 보면 디지털 휴먼 제작 방식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3차원(3D) 그래픽으로 만든 입체적인 디지털 휴먼 제작과 AI의 일종인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영상 제작이다. 딥페이크 기술은 AI가 다양한 사진이나 영상을 학습해 디지털 휴먼을 만든 뒤 별도 영상에 입혀 디지털 휴먼이 영상의 행위자처럼 보이게 만드는 제작 방식이다.
오제욱 대표는 "최신 기계학습 기술인 생성적대립신경망(GAN)을 근간으로 디오비엔진을 만든 뒤 계속 고도화하고 있어 정교하면서도 빠른 작업이 가능해졌다"며 "이미 학습량이 누적된 루이의 경우 30초짜리 영상을 루이의 영상으로 변환하는 데 1시간이면 된다"고 강조했다.
오병기 대표는 "아예 새로운 디지털 휴먼을 딥페이크로 생성하려고 해도 인력 1명이 2주만 공들이면 충분하다"며 "기존에 나온 딥페이크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경우 조금만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면 손쉽게 만들 수 있어 제작 단가가 1000만원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좀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한 3D 그래픽도 제작 도구 격인 소프트웨어가 지난 몇 년 사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3D 제작 플랫폼 '언리얼엔진(Unreal Engine)'과 3D 애니메이션·모델링·렌더링 소프트웨어 '마야' 등의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실사 같은 디지털 휴먼을 좀 더 빠르고 간편하게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구글의 번역·음성 기술과 엔비디아 3D 제작 플랫폼 옴니버스의 표정 구현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전 세계인들이 실시간으로 3D 디지털 휴먼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도 구현이 가능해졌다.
오병기 대표는 "예를 들어 요즘은 3D 제작 엔진에 시간대나 날씨를 입력하면 그 시간과 날씨에 맞는 배경이 구현된다. 예전에는 수많은 인력이 한 땀 한 땀 해야 했던 작업이 자동화됐다"며 "기술 발전으로 투입 인력과 시간이 단축되면서 단가가 낮아졌고, 가격 경쟁력이 생기니 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휴먼을 활용한 시장 규모 급성장
미국에선 스타트업 브러드가 개발한 디지털 휴먼 '릴 미켈라'가 캘빈클라인, 샤넬, 프라다, 디올 등 유명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며 300만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폴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광고부터 음원 발매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인기 모델로 자리 잡았다. 버추얼휴먼스는 지난해 약 2조4000억원이었던 세계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가 2025년 약 14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마저도 광고 같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에 대한 것이어서 기반 소프트웨어와 대화형 AI까지 아우르는 전체 시장 규모는 몇 배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디지털 휴먼 업계에서는 점점 커지는 디지털 휴먼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메타버스 플랫폼 확보와 다양한 활용 능력·노하우 축적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원천 기술과 소프트웨어의 경우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확보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휴먼이 활동하게 될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점하고 활용 능력을 키워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휴먼은 영화, 게임,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넘어 교육·훈련, 고객 응대, 업무 지원까지 도처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시회 'CES 2022'에서 디지털 휴먼과 로봇이 연계된 '사용자 맞춤형 미래 홈(Home)'을 제안했다.
이 구상에 따르면 삼성의 AI 아바타가 사용자의 집 구조를 파악하고, 사용자 위치에 가까운 기기를 사용자와 연결한다. 쓰리디팩토리는 지난달 11일 레알마드리드 가상세계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었는데, 2주 만에 이용자 52만명을 확보했다.
지난 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 앞서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캠프는 선거 유세를 위한 메타버스 앱 '오세훈 캠프 공식 메타버스'를 선보였다. 이 앱은 세빛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서울아레나, 제2세종문화회관 등을 구현했다.
오병기 대표는 "디지털 휴먼을 위한 기반 기술은 미국과 중국 등이 장악하고 있어 한국은 응용에 더 많은 힘을 써야 한다"며 "디지털 휴먼은 메타버스와 결합할 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어 성공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배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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