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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K-방역, 실패일까? 성공일까?

by 산골 피디 2022. 3. 21.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자 일각에서는 방역 정책 실패를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외신은 이런 한국에 대해 확진자 수 급증과 세계 최저 수준의 치사율이라는 모순을 간직한 것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장 많은 확진자 수와 가장 낮은 치사율은 얼핏 양립하기 힘들 것 같은데 그 의외의 결과가 대한민국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코로나 방역을 포기 않은 이유


많은 나라들이 코로나 방역을 포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코로나19 확진 테스트를 끊임없이 하면서 확진자를 관리하고 있고 백신 접종률도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확진자를 계속 진단하고 관리하면 고위험군 환자를 더 많이 식별할 수 있고 확진자의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치료하거나 입원 치료를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예방접종률은 88%에 달하며 가장 높은 부스터 샷 접종률을 자랑한다. 특히 노인들의 치사율은 0.14%로 상당히 낮다. 두 달 전에 비해 확진자 수가 80배나 급증했는데도 여전히 치사율은 미국과 영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치사율은 오히려 두 달 전 0.88%보다 더 낮아졌다.

국가별 코로나19 치사율-사진
국가별 코로나19 치사율 [자료=존스홉킨스대학교]


존스홉킨스대학교 코로나바이러스 데이터센터에의 치사율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0.1%대로 조사한 100개국 중 4번째로 낮았다. 결과적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숫자는 가장 낮은 국가라 할 수 있다.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3차 접종을 마친 60세 이하의 사망률은 0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사망자 대부분이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소수의 노인들에 집중되고 있고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며 확진자가 폭증한 것만 가지고 우리나라의 방역을 실패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데이터 상 큰 성과를 내고 있는 나라임에는 틀림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도 초과 사망자 수도 세계적으로 보면 낮은 편이다.


오미크론 확산 후 방역정책 찬반론

 

하나는 '성공론'이다.

초기 방역은 환자 발생을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정책이었다. 한 명, 한 명 환자에 대한 역학 조사를 두텁게 하고, 밀접 접촉자를 찾으려 힘썼다. 대부분의 보건소를 총동원해서 역학조사를 했고, 확진 진단을 받으면 대부분의 공공병원 병상과 인력을 동원해서 환자를 치료했다. 실제로 확진자 수는 적었고 사망자 수도 많지 않았다. 이런 관점의 성공이라면 성공일 수도 있겠다. 그럼 지금은 성공인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찍고, 재택치료로 방침을 바꾼 후 공중보건체계가 취약한 곳곳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진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이 전파력은 높되 치명률은 낮다는 사실이다. 그 덕분인지 국무총리는 낮은 사망자 수를 근거로 정부의 방역 성과를 자부했다.

다른 하나는 '실패론'이다.

다른 나라는 이미 방역을 다 풀었다는데, 한국만 제한 조치를 유지하는 것이 실패의 근거이고, 방역패스 같은 일부 방역 조치를 두고 비과학적이라서 실패라는 주장이다. 과학적 방역은 무엇인가? 물론, 방역패스는 개인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백신 접종이 불가능한 사람을 배제하고 차별한다. 하지만, 인권과 건강권에 충실한 다른 대안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인권 중심적 주장과 '음모론'에 기초한 포퓰리즘적 주장은 거리가 멀다. 성공과 실패를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의도를 경계한다.
아니, '성패'를 다투는 논의의 틀 자체를 거부한다. 방역이라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실체를 두고 굳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려는 정치적 동기에 동의하기 힘들다. 사람들의 고통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정치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잘못된 성패론은 시민들의 고통을 더 키울 뿐이다.


K-방역에 대한 몇 가지 제안

1. 방역에 대한 평가가 '사람 관점'으로 바꿔야

방역의 성공과 실패를 숫자로 환원해 버리면 현실 정치는 필연적으로 경제의 수치로 전락한다.

2. 공중보건체계의 체질 개선이 필요

오미크론 대응 과정에서 전국의 보건소에 과거보다 두 배는 더 큰 천막이 들어섰다지만 방역 대응 역량이 두 배로 개선되지는 못했다. 우리 동네 확진자가 동네 병원의 비어 있는 병상을 두고 다른 동네 병원에 입원한다. 중앙 집권적 병상 배정 시스템은 개선되지 않았고 병상 배정 지연은 더 심해진다. 역학조사가 사라진 자리에 '환자 중증도 분류'가 비슷한 정도의 업무량으로 보건소에 새로 들어왔다. 공중보건 인력을 어떻게 확충할지, 전달체계는 무엇을 개선하면 좋을지, 정보체계는 무엇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 지난 2년간 고통을 겪었으나 답을 제시하고 주장하는 정치는 없다. 방역의 성공과 실패를 따지는 대신, 공중보건체계를 어떻게 개선하고 방역 역량을 어떻게 키우겠다는 주장과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3. 코로나19 희생자들 고통에 주목해야

2020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빌어 코로나19 희생자들에게 유감을 표시한 적이 있다. 한국의 정치는 성공과 실패의 평가를 위한 정쟁에 매몰되었을 뿐, 코로나19 피해자와 희생자들을 향한 추모의 마음을 보인 적 없다. 코로나19 확진 후 사망한 분들뿐 아니라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다양한 이유를 생을 달리하신 분들은 그냥 사라졌다.


정리하며

각자도생의 생존 방역은 모양만 바꾸어 방역지침 완화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시장형' 방역이 되었다. 정부 주도의 동선 정보 수집과 보편적 PCR 검사는 사라졌지만, 환자 수가 늘어나면서 많은 직장이 음성 증명을 요구한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논란이라면, 방역에 성공과 실패란 존재할 수 없다. 방역은 모든 과정이 감염병 위기와 고통을 최소화하는 과정이다. 문제점을 찾고 이를 바로잡는 것이 방역의 요체라면 늘 성공이고 또한 실패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숫자로 등수를 따지는 것이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줄이는 데 무슨 소용이 있나?

지금 현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방역의 성공과 실패를 논하고 치적과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다. 방역의 다음을 준비하는 데 집중하지 못하는 현실 정치가 가장 큰 실패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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