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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콘텐츠

봉준호 일침,미국인들 "오징어 게임, 자막 버전으로 보는 이유

by 산골 피디 2021. 11. 1.

MBC워싱톤 특파원 박상호 기자의 페북 게시글 인용합니다.

미국인들 "오징어 게임, 왜 자막 버전으로?! 시청할까?

미국인들은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었을까?

MBC 뉴스데스크 2021.10.27 방송 캡처



"자막의 장벽, 그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2021년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트로피를 거머쥔 봉준호 감독이 미국인들에게 했던 충고죠. 자막 읽는 수고를 꺼리며 비 영어권 국가의 작품에 배타적인 미국인들에게 던진 뼈 있는 한 마디였습니다.

마침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열풍이 거센 요즘 미국인들이 봉 감독의 충고대로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었을지 궁금했습니다.

최근에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오징어 게임' 속 놀이(딱지 치기, 달고나 뽑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체험 행사를 취재하러 갔었는데요. 80명 모집에 3천여 명이 지원해 화제가 됐었죠.


MBC 뉴스데스크 2021.10.27 방송 캡처

 



"K 드라마를 영어 더빙으로 볼 순 없다"

그 동안 외국어 드라마. 영화를 한 수 아래로 취급했던 미국인들의 문화 제국주의. 민족우월주의에 대한 자기반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오징어 게임'을 영어 더빙 버전으로 봤는지, 한국어 대사에 영어 자막이 달린 것으로 봤는지 물어봤습니다.

애즈마 라프만이란 20대 여성은 "아무도 영어 더빙 버전으로 보지 않아요."라고 단호하게 대답했습니다.

"다른 문화를 '진품'(authenticity)으로 대하느냐 '모조품'(copying)으로 접하느냐의 문제"라고까지 했습니다.

참가번호 1번 조 데이비스(52세)는 "우리 가족은 드라마를 본 게 아니라 읽었다고 표현한다. 읽으면서 봐도 재밌었다."고 했습니다.

고등학생 두 딸이 열렬한 케이팝 팬이라는 그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친숙해지려면 그 나라 언어로 접해야 한다."면서 "아빠로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도 했습니다.

다른 참가자들 상당수도 막상 해보니 자막 읽기가 그리 불편하지 않았고, 앞으로 얼마든 해 볼 수 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2021.10.27 방송 캡처


찬사든 비판이든 미국내 중심에 진입한 'K 콘텐츠'

미국에선 '오징어 게임'의 드라마로서의 만듦새와 그 안에 담긴 사회적 경제적 메시지에 대한 호평도 있지만, 그렇다고 좋은 평가만 받는 건 아닙니다. 폭력성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시청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는 학교들도 적지 않습니다.

프랭크 부루니 듀크대학 교수는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극단적인 것에 즐거워하는 기묘하고 불온한 현대적 감성"과 관련이 있다며 불편해 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텔레비전 비평가 마이크 헤일은 이 드라마에서 "계급, 탐욕, 인간의 야만성을 언급한 것은 끊임없는 대학살을 정당화하려는 얄팍한 겉치장일 수 있다"고 혹평했고요.

하지만 한국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비평이 미국에서 진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매일같이 느낄 수 있습니다. 찬사든 비판이든 그 논의의 위치가 미국 사회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현상입니다.

'겨울 연가'와 '대장금'이 일본, 중국, 이란 등지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면서 한국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수출액 증가와 더불어 한국의 문화 상품이 '허리우드 지배 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서구 문화가 일방적으로 제3세계 문화를 지배한다는 기존의 '문화 제국주의'(cultural imperialism) 관점만 주목할 게 아니라... '한류'에서 보듯 비 서구권의 다양한 문화가 나름의 새로운 중심 역할을 하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유교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아시아 지역에만 국한된 현상이자, 반짝 유행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K팝, K드라마에서 시작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미국에서도 점점 더 폭이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한 예를 들어보자면, 유타주에 사는 이윤지씨가 비슷한 또래의 백인 여성 친구들과 운영하는 '방탄 블론즈'(Bangtan Blondes)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는데요. '방탄'에 열광하던 그녀의 친구들이 한식에 이어 한글 배우기, 시조 따라하기까지 도전하더군요.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고, 다른 문화에 열린 자세를 취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은 오랫동안 자신들의 대중문화를 세계 표준처럼 여기던 데에 비하면 퍽 낯설게 느껴집니다.


이하는 박성호 특파원이 현장 취재한 MBC뉴데스크 기사를 발췌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2021.10.27 방송 캡처




미국 뉴욕에서 열린 드라마 오징어 게임 체험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달고나 뽑기를 하고 있습니다.

식을 줄 모르고 계속 되는 오징어 게임의 열풍과 함께 극 중에 나오는 한국 놀이도 전 세계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이렇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행사까지 열린 건데요.

휴가까지 내고 게임에 참여하는 등 그 열기가 뜨거웠다고 합니다.


참가번호 1번은 드라마에서처럼 최연장자였습니다.

52살의 이 부동산 중개인은 오징어 게임 속 놀이를 위해 사흘 휴가를 냈습니다.

[조 데이비스/유타주]
"저는 종교철학을 전공했어요. 그래서 늘 다른 사람들이 뭘 생각하는지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하루 휴가 내고 왔나요?) 3일 휴가 내고 유타주에서 왔어요. 11시간 걸렸습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다들 놀이에 진심이었습니다.

기도하듯 정성을 다했고, 탈락하면 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달고나 뽑기에도 그야말로 몰입했습니다.

잘 안 될 때 쓰는 비법으론 드라마 주인공처럼 혀로 녹이는 게 대세였습니다.

[크리스티앙 고딜로/뉴욕주]
"손이 너무 많이 떨려요. 부러질 까봐 겁이 났어요. 결국 해냈어요."

한국의 신기한 놀이를 따라해 본다는 재미도 있지만, 모처럼 여럿이 논다는 데에 꽤나 즐거워합니다.


[달리아/펜실베이니아주]
"대단히 한국적인 문화이기도 하지만, 열심히 일한 어른들이 쉬면서 새 친구들을 사귈 기회이기도 하죠."

신청자 3천 명 중 선택된 80명, 최종 우승자는 한국행 왕복 항공권을 받았습니다.

참가자 중 상당수는 K팝 팬들입니다.

실제로 대중음악이나 드라마에 열광한 미국인들이 한식, 패션을 넘어 한글과 한국 역사 배우기로 관심의 폭을 넓히는 흐름이 부쩍 눈에 띕니다.

[이윤지/유튜브 '방탄블론즈' 운영자 (유타주)]
"K팝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한국 음식, 이런 것들로 관심을 끌면서 더 자세하게 한국에 대해서 가르쳐주고 싶은 거예요. 다 그런 것도 좋아하더라고요."

호기심이든 호감이든 미국인들에게 한국문화가 갈수록 익숙한 것이 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MBC뉴스 박성호입니다.

영상취재:이상도(워싱턴) /
영상편집:민경태 /
화면제공:한국관광공사 /
화면 출처:유튜브 '방탄블론즈'(Bangtan Blondes)

MBC 뉴스데스크 2021.10.27 방송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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